글 수 630

오는 18일에 개교 65주년을 맞이하는 우리학교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에 당면해 있다. 그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것은 단연 재정문제다. 그리고 이 재정문제는 우리학교 앞에 놓인 여러 문제들을 파생하거나 노출시키고 있다. 한때 반짝 빛나는 듯 보였던 우리학교의 ‘교육의 질’은 학교의 재정구조에 구름이 드리우면서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다.

구성원의 만족도 역시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 사이의 갈등은 상호 간의 소통을 가로막으며 높은 벽을 형성했다. 그리고 이런 연쇄작용 속에서 우리학교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점차 그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의 고리’를 끊어내고자, 대학본부는 올 한 해에 작심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형국이다. 덕분에 예년대비 충격적인 삭감 폭의 1차 예산안을 받아든 제 조직 및 일선부서들은 근근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주보 역시 예외가 아니다. 1차 예산안에서 고지된 대학주보의 올해 가용예산은 사실상 2학기 중으로 신문제작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는 수준이다. 갑자기 처하게 된 이 처연한 상황은, 대학주보에 있어 그동안 감춰져왔던 경희 공동체의 부끄러운 민낯을 확인하게 해 준 계기였음과 동시에 처절한 자기반성을 하게 해주었다.

우리나라 대학언론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50년대 이후로, 대다수의 대학언론 사이에서 교비지원 100%로 매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당연시 된 어떤 ‘전제’와도 같았다. 그러나 바야흐로 지금은 ‘전제’처럼 여겨왔던 이 같은 믿음이 흔들리는 시대가 됐다.

때로는 대학본부와의 갈등의 결과로, 때로는 대학본부 측의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으로, 심지어 때로는 대학본부의 다급한 ‘허리띠 졸라매기’의 일환으로도 교비지원은 언제든 삭감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물론 그동안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오고자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교비지원이 삭감되자마자 곧바로 운영상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는 대학주보 모습은 대학언론으로서의 명운을 학교 측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던 결과나 다름 없는 셈이다.

결국 학교 전반을 덮친 재정문제의 한 복판에서, 대학주보는 소위 모바일 기반의 다양한 매체가 대세가 돼가는 이 시대에 진리탐구의 현장에서 자유언론의 실험실 역할을 수행하는 대학언론으로서 진작에 ‘저비용 구조’를 고민·도입하지 못한 그간의 나태함에 대해 뼈저린 자기반성을 마주하게 됐다.

더불어 대학주보는, 대학이 이렇듯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기까지 과연 지속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해왔는가, 라는 자문 앞에 서게 됐다. 대학이 없이는 학보도 존재할 수 없다는 현실 속에서, 과연 대학주보는 우리학교가 지속가능성이 확보된 건강한 상태를 맞이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곁에서 감시하고 견제하며 비판하고 지적하는 대학언론 본령의 길을 걸어왔을까.

대학주보는 창간 60주년을 맞는 2015년까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과 자구책을 마련해 내년을 기해 부끄러움 없는 대학언론으로서 좀 더 분명한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 입장이란 우리신문이 이번에 학내 구성원을 상대로 조사한 ‘경희 구성원 미디어 이용 실태 조사’의 결과가 갖는 함의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PC혹은 모바일 기기로 콘텐츠를 향유하길 원하는 대중의 요구에 발맞춰 디지털 기기를 통한 매체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기존 신문이나 매거진 등 종이매체를 여전히 선호하는 40% 가량의 독자를 위해서는 기사의 전문화, 매체의 고급화 등의 방식을 통해 기대에 부응해 가겠다.

또한 앞으로, 대학주보는 대학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성역 없는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학내 갈등관리가 잘 이뤄져 구성원 간 소통이 잘 될 수 있도록 꾸준한 감시자 역할을 할 것이고, 대학과 구성원 간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학내 소통의 중심으로서의 매체로 나아가기 위해 경주해갈 것이다. 이것이 오늘 창간 59주년을 맞이하는 대학주보가 독자 여러분들께 드리는 약속이자 다짐이다.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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