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0



안녕하세요, 식자무식입니다. (__)

 

드디어 질문이라는 장소 연재의 마지막화에 도착하였습니다.

제가 쓰는 문투가 너무 딱딱한 감도 있고, 무언가 시원하게 제시하는 것도 아니라서 읽으실 때 어려움이 있으셨을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많이듭니다. 제가 생각해도 읽는 와중에 함께 생각해야지 읽을 수 있는 문투인 것 같습니다... 저도 많이 익숙한 것이 아니라 새로이 생각하는 것들이기에, 더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무엇보다도 여기까지 함께 와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군대에서 다치지만 않았다면 매주 2회씩 조금씩 나누어서 연재가 되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무언가를 시도하기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절감한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건강이 안좋으신 학우분들께서는 모쪼록 올해에는 쾌차하시고, 건강하신 학우분들께서는 더욱 건강하고 하고자 마음먹은 일들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요약은 사랑과 학문에 있어서 죽음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지난 학기를 보내면서 무언가 새로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면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변화는 자신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변화라는 결과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화두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

 

 

그나저나 방금전에 7화를 올리다가 새해벽두에 올렸던 6화가 공중분해되었더군요.. ㅠ

안그래도 그래서 다시올렸었는데 이번에는 덮어씌워진 것 같습니다. 조만간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전문을 PDF파일로 올려드린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업로드 용량이 초과되어서 한글문서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바로 위에 올려져 있는 [大學文化 칼럼] "질문이라는 장소 -대학적인 질문을 위하여- (결언)" 후미에 한글문서로 첨부하였습니다.

 

본문파일인 "질문이라는 장소 -대학적인 질문을 위하여- .hwp"와

본문에 달려있는 미주들을 읽기 쉽도록 따로 모은 "질문이라는 장소(미주).hwp"

그리고 결언문서를 첨부하였습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6화에서는 질문이라는 불가능성을 학생사회의 한가운데에 포함하기 위한 활동으로서 1)대학 안의 대학 및 (비)제도적 새내기교양학교에 이어 2)학생위원회의 공통학술강좌, 3)학회운동과 학술연합의 형성, 4)자치도서관 운동 등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한편 요즘 대학생들이 과거의 대학생들과 비교되지만, 이러한 변화는 일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악화되어온 상황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또한 대학사회가 이러한 곤궁 속에서 그 중핵을 꿰뚫고 나갈 수 있는 자기-반성적인 질문의 귀환이라는 행위를 교양학이라는 위치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였지요. 

교양학의 중요성과 현재 교양학에 대한 인식의 문제점 등을 간략히 알아보았고, 그리고 교양이란 읽기를 통해서 세계라는 텍스트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알아보았습니다. 만약에 교양과정이 대학교육의 공통과정이라는 점과 대학이라는 공간의 특이성을 고려하고자 한다면, 특수화되고 개별집단화된 지식들의 중핵을 꿰뚫을 수 있는 질문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지향해야한다는 것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또한 대학교육이 학생들에게 줄수있는 선물은 구조적으로 실무지식이 될 수 없으며, 모두가 같은 상황에 놓여있을 때 조금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게하는 최소차이를 추동하는 창의적, 중층적 사유임을 알아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승진할때 매우 유리한 조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7화에서는 질문의 교양학, 유령의 질문학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러한 교과과정의 전범으로서 문화연구라는 영역에 대해 알아볼 것입니다. 문화연구는 교양(culture) 자체에 대한 자기-성찰적 탐구로서 인문․사회․문화․역사․예술․과학기술 등을 간-학제적으로 연구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교양학의 변신을 위한 현재적 시도를 살펴보면서 그 방향성을 설정해볼 것입니다. 끝으로 대학-공동체의 내적 추동력을 재-구성하기 위한 반성적 매개의 형성과 질문의 교양학 과정으로 커리큘럼의 전면 개편을 요청하며 글을 마칠 것입니다.


 

이번 '大學文化 질문이라는 장소 7화 (최종화)'에 이어서 '질문이라는 장소 (결언)'을 끝으로 大學文化 칼럼 "질문이라는 장소"는 연재를 마치게 됩니다. 글의 나머지 부분은 대학사회에서 학우여러분이 함께 써가시기를 기원하면서 그러면 이제 대학문화 칼럼 "질문이라는 장소" 7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식자무식 大學文化(대학문화) 칼럼

01월 06    목    차

질문이라는 장소 -대학적인 질문을 위하여-

0. 숫자0의 위상에 대하여
1. 질문이라는 (불)가능성
2. 질문의 장소는 어디인가? 

    2.1. 내재적 간극과 극소차이, 그리고 변혁의 가능성 
3. 대학사회의 현재와 오래된 미래 
     3.1. 두 개의 논리, 하나의 이면
     3.2. 두 개의 지식, 이중의 곤궁
          3.2.1. 제3의 지식과 자기-반성성
          3.2.2. 질문의 자기-분열 : 이중의 곤궁에서 시작하기
     3.3. 최소차이로서의 종속과 적응 (혹은 재-구성)
     3.4. 상실된 특이성과 그 사례적 전형
          3.4.1.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3.4.2.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서 정치는 질문하고, 정치는 질문되지 않는 장소에서 존재한다.
          3.4.3. 정치학 교과과정에 있어서의 특이성 
               3.4.3.1. 대학 별 정치학 교과과정의 분포
               3.4.3.2. 대학 별 정치이론 부분의 특이성 
               3.4.3.3. 두 개의 징후들, 이중의 곤궁 그리고 정치학의 윤리
          3.4.4. 질문의 귀환을 요구하기 
               3.4.4.1. 21그람의 가능성
                    3.4.4.1.1. 방향성 
               3.4.4.2. 매개하는 잠재적 가능성, 외양하는 불가능성 
                    3.4.4.2.1. 방법과 주체 그리고 매개 
     3.5. 잃어버린 매듭의 제도적 실현을 위하여 
          3.5.1. 상실된 특이성, 귀환의 장소는 어디에…… 
          3.5.2. 대학의 수준 : 교양학 
               3.5.2.1. 대학교육이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 : 창의적이고 중층적인 사유 
          3.5.3. 질문에의 충실성과 구체적 종합화라는 특이성

        3.5.4 질문의 교양학, 유령의 질문학 
            3.5.4.1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사이’ : 문화연구와 IDA과정
            3.5.4.2 교양학의 변신을 위한 현재적 시도
4. 서문 - 아름답기 위해서는 동시에 아름답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3.5.4  질문의 교양학, 유령의 질문학


 


약 교양학이 질문을 구성할 수 있는 공부를 지향할 수 있다면, 기존의 분과학문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매개로서 질문이라는 빈-공간을 외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교양학 과정은 대학의 황금률이자 질문을 구성할 수 있는 제도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양학이 가지고 있는 질문의 빈-공간을 단순히 고전에 대한 문헌적 해석이나 전공지식의 기초라는 인식으로 봉합한다면, 교양학의 역할은 질문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초지식이나 암기지식을 습득하는 역할로 전락해버릴 것이다. 때문에 역사적 교양주의에 매몰된 훈고학적 해석이나 분과학문의 기초지식 습득과정, 혹은 실용지식의 습득과정으로 교양학 교과과정을 구성해서는 안 될 것이며, 오히려 앞서 언급해왔듯이 과거에 질문을 구성하려고 했던 시도들과 오늘날의 질문들은 무엇이며 어떤 물음을 던지고 있는지, 그러한 질문들을 반복하는 것을 통해서 세계와 자신에 대한 태도를 정립할 수 있는 사유능력을 구축할 수 있게끔 교과과정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교양학이란 학문의 필요충분조건으로서의 질문의 가능성을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학문의 영역이어야 하며, 지식과 질문이라는 계몽의 분열 앞에서 고민하며 성찰하는 자기-반성성의 사유를 배양하는 학문이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이러한 자기-반성성으로서의 질문을 다루는 교양학은 개별학문들 간의 매개로서 서로를 연결하는 동시에 분리시킬 수 있는 (불)가능성의 공간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양학은 자기학문의 목표로 이미 항상 잠재적 가능성의 형태로 존재하는 동시에 아직 실현되지 않은 대학(적)인 것의 외양을 지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 교양학은 극소차이를 기입하는 질문의 계몽학 혹은 유령의 질문학으로서의 자기 자신과 만날 수 있을 것이며 파편화된 지식들의 중핵을 가로지르는 질문의 교양학으로서의 위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3.5.4.1.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사이’ : 문화연구와 IDA과정

 


러한 특성들을 지닌 교양학의 전범으로서 문화연구(Cultural Studies)라는 영역이 존재한다. 문화연구는 1960년대의 격동 속에서 발전하여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비판적 이론의 지형에서 격렬해진 서구 학생운동이 문화이론의 산파 역할을 했다. 당시 학생운동은 지배체제에 복무하는 인문학을 격하게 거부했는데, 그 과정에서 인문학이 전면적인 자기성찰을 감행했고, 그 결과로 태어난 것이 문화이론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문화연구와 이론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사이를 탐구하는 비판적 자기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인문학 부분에서 강세를 보이는 영국의 리즈대학교(Leeds)는 문화연구학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포맷변환_리즈대학교 문화연구과정 소개.jpg 

 


생각해보면, 교양학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내용이 문화연구학과 소개문에 상당부분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경희대학의 교시도 문화세계창조이다) 문화연구전공은 교양(culture) 자체에 대한 자기-성찰적 탐구로서 인문․사회․문화․역사․예술․과학기술 등을 간-학제적으로 연구한다. 국내 대학에서는 중앙대가 대학원 협동과정으로 문화연구학과 전공을 개설하고 있으며, 연세대에서는 문화학 협동과정을 개설하고 있으며, 성공회대는 문화대학원을 설립하고 있다. 유사하게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지에서는 비교문학 협동과정이 개설되어있다. 문화연구와 한국에서 교양학 과정과의 연계성을 생각해보면, 첫째 문화연구는 단순한 학문적 연구가 아니라 유기적 지식인을 배출하기 위한 지적 기획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가진다는 면에서, 현재 한국대학의 교양학이 지향할 수 있는 (유기적) 인재형성의 목표를 공유할 수 있다. 둘째로 문화연구는 비판이론의 새로운 기획으로서 정치경제학적 편향을 교정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효과의 연장선에서, 문화연구의 지적기획은 경제의 탈-정치화가 진행되어 객관적 경제라는 이데올로기적 담론이 형성된 한국의 상황에 ‘역설적으로’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또한 학문의 윤리성이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정치경제학 비판의 관점을 버릴 수는 없다는 점에서, 문화연구는 어떤 정치경제적 투쟁도 문화적, 정치적 경로를 거치지 않지 않는다는 점을 견지함으로써 기존의 경제결정론적인 정치경제학으로 환원되지 않는, ‘정치’경제적 사회분석과 연결해주는 매개적 역할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다. 아마도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연구의 특이성으로서 비판적 IDA과정의 영역을 자신의 중핵으로 포함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문화연구는 이데올로기 비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문화연구의 측면은 단순히 교양학이 지식에 대한 훈고학적 해석이나 단순히 사회에 대한 질문이 부재한 작동적 지식 등의 지식에 대한 지식으로 환원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문화연구는 분과학문의 경계를 무조건적으로 파괴하자는 것이 아니라, 분과학문으로 환원될 수 없는 영역들을 가로지르는 지적 기획으로서 분과학문 중심주의라는 규율화의 이면적 동질화논리에 빠져 있는 한국의 상황을 타개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끝으로 학문의 자기-성찰을 추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듯 문화연구는 분과횡단적 접근을 지향하기에, 교양학 과정처럼 오히려 여러 가지 분과학문들과의 연계점을 가진다. 특히 문화는 사회과학과 인문학적 효과들이 절합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것이기에 문화연구는 교양학 과정에 있어서 단순히 인문학적 지식이나 사회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인문학적 상상통찰력, 반성적 사유와 사회과학의 비판적 분석능력이 절합되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중핵을 가로지는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문화연구는 텍스트이론, 기호학, 서사이론, 매체이론, (포스트)마르크시즘, 정신분석학, 페미니즘, 해체이론 등을 포함한 (후기)구조주의이론 및 이론가 등의 기획들과 연계하여 사회체계 구조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 이데올로기 비판과 담론 분석, 해체적 분석 등의 질문을 구성하려는 이론적 노력들을 시도한다. 아마도 이러한 시도들은 앞서 언급한 IDA과정의 커리큘럼과도 접합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데올로기와 담론 분석과정(IDA)은 질문을 구성하는 능력을 지향하는 교양학으로서는 반드시 품고가야 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IDA과정이 바로 자유라는 ‘켜’를 건드리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만약 교양학이 문화연구의 이러한 지적 모험의 과정을 포함한다면, 교양학 교과과정을 학습하는 학생들은 질문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동시에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그리고 (지배체제에 복무하는 단순한 작동이 아닌) 생산적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3.5.4.2.  교양학의 변신을 위한 현재적 시도



약 질문의 계 학으로서의 교 학을 실재적 질문을 구성하는 영역이라고 한다면, 기존에 지식에 대한 지식으로서의 교양학 과정을 실재적 질문에 대한 실재적 지식으로 재-편하는 교양혁명대학의 특이성을 고집스럽게 추구하며 자신의 윤리적 책무를 다하려는 제스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5월 17일자 대학주보에 의하면 경희대의 경우, 마침 내년 1학기를 목표로 교양과정을 대폭적으로 재편하는 ‘룩스 후마니타스 칼리지(가칭 Lux Humanitas College)’을 2007년부터 기획․추진하여 완성단계에 있다. 이번의 재편기회는 그동안의 교양학의 곤궁을 돌파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주보와 룩스 후마니타스 칼리지 준비위원회 도정일 위원장과의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현재 초안은 1학년에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핵심과목으로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과 7개의 주제영역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배분이수과목 등의 커리큘럼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 핵심과목인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은 1, 2학기로 나누어 진행되며 1학기엔 ‘인간의 가치탐색’, 2학기엔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내년 1학기부터 룩스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학생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전공학문의 기초지식 습득이라는 기존의 교양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개별학과들이 교양과정 재편에 있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교양학 재편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어떤 질문을 구성하게 하는지도 중요하기에 교과과정의 재편이 학문의 자기-성찰을 결여한 단순히 패러디적 유사-사건으로 전락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그러한 개편과정 속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외면하고 시대적 한계를 사유하려는 문제의식이 들어있지 않다면, 개편 이후의 대학 커리큘럼 또한 단순히 우리가 이미 알고 느끼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공고히 하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단순히 한계를 가진 다양한 지식 간의 소통을 통한 융합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인식을 가능하게 해줄 수는 있지만, 그러한 융합은 지식의 한계들이 고려되지 않은 상상적 융합일 뿐이다. 단순히 소통가능한 지식의 경계 내에서 상호간의 융합적 인식으로는 다양한 인식을 제공할 수만 있을 뿐, 인식 자체의 혹은 지식의 한계에서 터져나오는 질문과 마주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러한 지식의 융합은 한계라는 질문의 영역을 다양한 지식으로 메우게되여 질문이라는 결절점이 은폐되는 증상적인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 질문은 지식의 한계들이 서로 분유되는 공간에서 드러나는 것이기에, 한계를 사유하는 반복적인 시도들을 통해서 구성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교양학이 다양한 지식들의 중핵을 가로지르는 통섭적 영역이라면, 지식의 통섭이 아닌 질문의 통섭에 초점이 맞추어져야함은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난점을 고려해보면, 교양학 과정을 대학의 특이성을 구현하는 독립적이고 분과횡단적인 구체적 종합의 교과과정으로 제대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교양학부를 정경대학과 같은 독립적인 교양‘대학’으로 승격하여 대학 안의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기존의 인식을 반영하는 교양대학이라는 단어대신에 경희대학의 교시처럼 사회문화 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이해를 도모하는 개념으로서 문화대학이라는 명칭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존 교양과정에 대한 편협한 인식의 토대위에 존재하던 커리큘럼을 질문의 교양학 과정으로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을 통해 단순히 지식들의 융합이 아닌 실재적 질문에 대한 실재적 지식을 다루는 교양대학의 커리큘럼을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에서 문화대학 내 문화연구학부를 설치하고 문화대학 전체의 교양학 커리큘럼을 설정하는 독립적인 관할권을 보유할 수 있게 하는 한편, 기존의 기초교양과 일반교양을 교양학부에서 담당하게하고 문화연구학부에서는 문화대학의 핵심적인 교과과정으로서 심화교양과정을 개설하여 기초/일반/중핵/course형식으로서 심화교양1․2의 4단계를 통한 학습과정을 제시하면 좋을 것이다. 만약 교양학이 독립적인 교육과정을 보유하는 동시에 문화연구학부 내에 IDA과정이 포함된 문화연구 전공(문화연구전공과 이론연구과정)을 설치하여 기존의 개별 학과들과의 연계전공과정 및 복수전공과정을 개설한다면, 교양학은 질문이라는 매개로서 분과학문 간의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중핵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1) 교양‘대학’으로의 승격 : 2) ‘문화’대학으로의 명칭 변경

: 3) 실재적 질문에 대한 지식을 다루는 커리큘럼

: 4) 문화대학 내 문화연구학부 설치 (문화연구전공과 IDA‘이론’연구과정)

: 5) 문화연구학부에 교양학 커리큘럼을 설정하는 독립적 관할권 부여

: 6) 기초교양 & 일반교양 : 교양학부

: 6) 중핵 및 심화교양과정 1·2 : 문화연구전공 및 IDA이론연구과정 : 문화연구학부 주관

: 7) 복수전공과정 혹은 연계전공과정의 개설



또한 이렇게 (IDA과정이 포함된)문화연구 전공이 개설된다면, 확실하게 기존의 전공에 대한 보조적 이해수단이라는 인식에서 교양학은 대학적인 지식을 학습하고 질문을 구성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인식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심화전공과정이 교양학 과정에서 누락된 채 복수전공 혹은 연계전공과정이 시행될 경우에, 여타 단과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교양교육에 대한 인식 그리고 학생들에 대한 불신(단순히 교양과목으로 전공과목을 메운다는)을 비추어봤을 때 어려움이 클 것이다.


한편 (IDA과정이 포함되는) 문화연구 전공이 교양학 재-편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는 대외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경희대학에서 준비하는 교양대학은 유수한 외국대학들이 기본적인 대학의 역할로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 자체에서는 획기적인 시도일 수 있지만 세계적 혹은 서양의 시선에서는 후발적으로 대학의 기본적 틀(단순히 제도적인 면이 아닌)을 갖춘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실제로 지식의 융합이라는 차원에 그치게 될 경우 대학적인 것의 외양이 아닌 단순히 교양과정이 강화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대학들이 통섭이라는 천편일률적인 교양과정(Liberal arts)을 제시하는 것에 견주어, 경희대학은 통섭의 핵으로서 (IDA과정이 포함된) 문화연구 전공(Cultural studies)을 과정으로서 개설하는 것을 통해, 한국에서 교양대학의 전범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세계적인 교양대학으로서의 지평을 구성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경희대학의 자부심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적 교양주의나 분과학문의 기초지식 습득과정, 혹은 단순한 지식의 융합이 아닌 지식자체의 한계를 어루만지는 사유로서 교양과정의 전범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그러한 역할을 문화연구 전공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준비하고 있는 중핵분과는 마치 선사가 화두(話頭;公案)를 제자에 던져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그렇게 던져 주어진 화두를 배분교과와 자기 전공에서 나름대로 풀어내보는 효과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중고등 교육을 돌아보았을 때, 1년이라는 기간 동안의 중핵과정에서 신입생들에게 화두라는 씨앗을 쥐어주는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스스로 화두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에는 역부족일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실재적인 질문이 아닌 상상적인 융합으로서의 교과과정으로 중핵교과가 구성될 수도 있다. 때문에 전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배분교과에서 화두를 구성할 수 있는 역할이 가능할 수 있으려면 실재적인 질문을 구성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과과정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아니면 중핵과정 이후에 교양의 꽃(華頭)이자 스스로 화두를 구성할 수 있는 돈오인 동시에 점수의 과정으로서 단순히 신입생 공통필수가 아닌 교양(culture)에 대한 심화전공과정(문화연구전공 및 IDA과정)을 설치하거나 그러한 문제의식을 품고 있는 배분교과과정을 구성하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역시나 문제는 학문의 자기-성찰이 포함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적나라하게 말해서 문화연구전공 및 IDA과정의 문제의식이 포함되어 있는가, 없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질문에 대한 질문으로서 그것이 실재적인 질문인가를 절박하게 고민해야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단순히 인문학 중심의 교양학 강화라는 명분이 아닌, 교양학 자체의 전면적인 자기-성찰을 고백해야한다는 것이다. 질문이 없다면 교양도 없다.


이러한 결과로, 분과학문들은 자신들의 심장에 질문이라는 빈-공간을 중핵으로서 포함하게 될 것이며, 그를 통해서 대학은 질문이라는 빈-공간으로 매개된 공동체이자, 동시에 사회 자체의 결핍과 대면하고 그를 책임지려는 주체들의 반성적 연대로서의 대학적인 위상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의 가치체계에 대한 재-구조화와 창조, 자유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공간으로서, 대학 안에서 그러한 질문의 빈-공간을 외양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지금-여기에서 질문의 귀환을 요구해야하는 것 아닐까.



포맷변환_질문의 교양학 과정으로 전면 개편에 따른 대학-공동체의 재-구성.jpg 

케트의 희곡『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죽은 나무가 있는 시골길에서 두 사람의 부랑자가 일정치 않은 시간, 일정치 않은 장소에서 만날 약속을 한 고도를 기다린다. 두 명의 부랑자는 아직 오지 않은 고도를 기다리지만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고도는 도래하지 않는다. 혹자는 영원히 고도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고도는 극중에서 시골길 옆 죽어있는 나무에서 나뭇잎이 하루 만에 돋아났던 것처럼, 이미 항상 도래해 있기 때문에 영원히 오지 않는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고도는 이미 항상 지금-여기에 와있지만 아직 오지 않은 잠재적 가능성의 형태로 남아 있는이다. 그렇다면 두 명의 부랑자에게 남겨져 있는 것은, 외부에서 돌아올 고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가능성으로 남겨져 있는 고도 자신을 외양하게 하는 반복적인 시도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미래의 사건이라고 여겨지는 대학적인 것의 귀환은 어쩌면 이미 항상 지금-여기에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오래된 미래라는 긴급한 약속으로 우리에게 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오래된 미래는 학사회 안에서 잠재적 가능성으로 남겨져 있는 대학적인 것의 외양을 요청하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대학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대학 안에서 불가능한 질문이라는 대학적인 것의 외양을 대학과 학생사회의 윤리적 책임으로서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까. 적어도 학생사회의 오래된 매개로서 학생회와 대학사회의 현재를 함께 하고 있는 동료학우들에게 그러한 현재적 시도에 대한 지지와 활동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학생사회로부터 돌아올 윤리적 제스처를, 절박하게 서성이며 고대할 뿐이다. ……



(… 자유를 심장으로 기입하는 혁명은 예측불가능한 방식으로만 예측할 수 있으며 사후적으로 그 사건의 의미를 알 수 있기에 우리는 절박하게 서성거리며 고민해야만 한다. 또한 그러한 결정불가능성을 가로지르지 않으면 그것의 의미를 알 수 없기에 우리는 결단해야하는 것이다. …)

 




4. 서문 - 아름답기 위해서는 동시에 아름답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 러나 문제는 모두가 무엇이 문제인지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지 않는” 냉소주의 이데올로기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실패하는 행위에 속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행위를 통해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냉소한다. 다시 말해서 문제제기만 할 뿐 스스로가 사회 속에서 문제 자체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는 그 사실을 우리들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실제 현실에서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냉소주의는 우리 스스로가 변혁에 대해서 냉소하기에 결과적으로 진리가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스스로의 행동에 의해 자신의 진리를 증명하는 냉소주의 이데올로기는 그러한 진리를 우리가 행동하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속지 않으려고 하는 자가 속으며, 속는 방식으로 속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냉소주의 이데올로기라는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환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환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며 동시에 우리에게 묻어있는 환상의 잔여물들을 온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스스로가 환상 속에서 환상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데올로기적 환상을 온전히 벗어나 행동한다고 믿는 자들은 자신이 근본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능동적으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만들지 못한다는 주장은, 자신이 지금 당장 현재적으로 실천하는 여러 가지 특수한 문제 상황에서의 행동들에 의해서, 즉각적으로 반박된다. 그러나 능동적 행동성에 토대한 그러한 반박에 의해서 자신의 유사-행위가 완수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人子는 이렇게 말하였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나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대는 모르기에 행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모른다고 믿으며 행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이제 이렇게 자신의 분신에게 속삭여야한다. "그들은(우리는) 자기가 하는 일을 알면서도 모르나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현 상황에 관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환상의 거리를 전제하지만, 자신이 위치한 안전한 장소가 환상적인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그러한 부인을 통해서 우리는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며 계속적으로, 실재적인 질문을 연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상의 거리를 가로질러서, 진실의 자리와 대면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지금 우리가 바로 환상의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환상의 거리를 스스로가 가정한다는 사실(자신이 서있는 환상의 장소가 실재로는 칠흑의 심연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자기-반성적 제스처가 아닐까.


환상 속에서 환상을 넘어서기, 냉소주의 이데올로기라는 환상을 통과하려는 제스처는 가능조건인 환상 속에서 불가능조건으로서 그 자신이 되는 반복적인 선회를 통해서 환상을 넘어서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냉소주의(질문 없는 질문, 질문이라는 행동이 없는 질문)와 능동적 행동성(질문 없는 행동, 아니면 질문이라는 잉여물을 제거하기 위한 단순한 대답으로서의 행동, 행동 없는 행동)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환상을 가로지르기 위해서는, 질문에 대한 질문에서 추동되는 질문의 자기-반성성의 이중적 이행으로서 결핍된 질문과 결핍된 행동이라는 이중의 곤궁에서부터 다시-시작하는 것이 요구되는 것이 아닐 런지. 이렇듯 기존 활동의 연속성을 중지시키는 가장 수동적으로 보이는 물러섬의 행위는 현재적 곤궁에 대한 가장 공격적인능동적인 제스처일 수 있다. 어쩌면 그러한 자기-반성성은 이데올로기라는 환상 속에서 “나는 (냉소적인 현실과 유사-행위라는) 지금의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며, 그러한 상황 속에서 내가 하려는 (근본적 질문이라는 자기-반성적) 행위가 무엇을 의미(극소차이라는 내재적 분열을 내부에 기입하는)하는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한 행위를 나의 윤리적인 의무로서 떠맡을 것이며, 따라서 나는 그것을 완고하게 수행할 것이다.”라고 불가능한 질문을 요구하는 반복적인 제스처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제스처는 비판적 지식인과 능동적 행동가라는 구도에 있어서도 자신이 두 발로 서있는 근거를 파괴하는 내재적 분열을 자신의 중핵으로 기입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자신이 지배할 수 없는 광기 아닌 광기의 제스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광기처럼 보이는 주체적 결단을 상황 속에 기입하는 것. 외부적 현실이 아닌 바로 지금 대학사회가 당면한 현재적 곤궁을 자기 자신의 책임으로 떠맡는 결단이 바로 오늘날의 학생사회에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 두 번째 걸음은 대학사회의 특이성이 가진 내적인 추동력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획적인 실천(대학사회에서 실재적 질문을 구성하기위한 반성적 매개의 형성과 커리큘럼의 근본적인 재-편)일 것이다. 

 

 

 

 

- - - - - - -  '大學文化 질문이라는 장소 7화 (최종화)' - - - - - - -

- - - - - - - 이어서 '大學文化 질문이라는 장소 (결언)'-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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