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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 국제

자랑스러운 경희인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갈 곳이 없습니다.


4년 길고도 짧은 대학생활을 낯간지러운 표현이지만 카오스인(전자정보대학 동아리)으로 지냈습니다. 식구같은 동기, 좋은 선후배를 만났습니다. 제 대학 생활의 전부 아닌 전부를 그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따뜻한 기숙사, 포근한 제 집을 납두고 밖과 진배없는 차가운 동방에서 쪽잠을 청했습니다. 선배가 시행하는 합주 검사 전 날엔 어떻게든 혼나지 않겠다며 밤샘 연습을 하며 용을 쓰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평생 동기의 놀림감이 되기를 각오하고 동아리 내 사랑을 꿈꿨습니다.

비단, 이런 스토리는 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하나쯤은 공유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저희에게 동아리는 그냥 동아리가 아닙니다. 졸업생에겐 싫든 좋든 지난 날 대학생활의 전부이자, 현재 제 인생의 동반자를 선물한 소중한 공간입니다. 재학생에겐 지난 날 동경의 대상이자, 지금 울고 웃을 수 있는 현재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대학생들에겐 꿈이자 설렘 그 자체입니다.

동방이 사라집니다. 대학 내 공간문제, 리모델링 문제 여러 경제적 가치와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된 일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모든 것이 보이는 가치로만 해석된다면, 추억/기억/사람/현재/설렘/동경 이 단어들의 존재가 너무나 초라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하지만 대학 간의 이해관계와 현실적인 문제의 심각성을 저희 또한 인지하고 있기에 동방을 빼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없이 모든 것을 잃게되는 것에 당황스럽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희는 갈 곳이 없습니다. 학관, 자대, 생대 어느 곳도 저희가 갈 수 있는 장소가 없습니다. 벌판에 놓인 컨테이너조차 불법 가건물이란 이유로 통제해 갈 수 없습니다. 다른 공연 동아리처럼 계단 밑 쪽방도 없습니다. 만약 갈 곳만 있다면 그곳이 주차장이 되었건, 창고이건 가리지 않고 지금 당장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이 넓디 넓은 캠퍼스에 저희가 갈 곳은, 꿈을 꿀 공간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점차 대학 고유의 자유롭고 패기 넘치는 문화는 사라지고 취업의 발판으로만 변해가는 이 시점에, 대학생의 열정을 상징했던 공연 동아리들이 설 자리를 잃는 다는 것이 그저 너무나 슬픕니다.

아마 어떤 학우께서는 전정 동아리가 공대에 있는 이유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계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빼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실겁니다. 그러나 저희 카오스를 비롯한 전정 동아리는 지금의 장소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 수십년 동안 지금의 공대 건물은 전정과 공대가 함께 사용했습니다. 2004년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 전공 이동 문제로 학부가 통합되며 전정이 지금의 자대 건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회, 그리고 학교의 정당한 동의 하에 지금의 공대 위치인 옛 자대에 그대로 남게 된 것입니다.

들은 바에 따르면, 자대 동아리가 철수하면 공대엔 카오스 동방을 포함한 동방 3개가 남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공대 동아리가 요구하는 방은 2개. 즉, 동아리방 1개가 남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자대 동아리였던 뮤트와 합쳐, 현재의 동방을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해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아니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동아리 후배들이 얼굴 맞대며 웃음과 슬픔을 나눌 작은 공간을 마련하는 데 조금의 시간을 벌고자 함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학생회, 공대학생회, 공대 소속 학생, 학교 관계자분께 부탁드립니다. 저희의 절박한 사정을 다시 한 번만 생각해 주시길 진심으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자랑스러운 경희대학교 졸업생, 카오스 19기 유지연.

댓글
2014.02.28 11:04:20
supaloud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댓글
2014.02.28 12:18:43
도도잉
다른 공연 동아리 활동 학생입니다. 학교에 같은 등록금 내고 다니면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정말 공감되고 응원하고픈 글이지만 한 명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댓글
2014.02.28 13:29:01
쉐붸

추천밖에 해드릴게없네요

무작정나가라는식은 말도 안됩니다. 방안을 강구해주던가 해야지

댓글
2014.02.28 16:14:06
꽤훈남인녀석

아 안타깝네요...대학이 왜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했는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그 현실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적어도 대학이라면 대학생들이 꿈과 야망 20대의 열정을 키워줄수있도록 지원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런식으로 더군다나 공연 동아리를 일방적으로 내치는것은 정말 잔인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한번 재고해주십시오..대학교는 단순히 취업의 도구가 아닙니다.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고 그 꿈을 이루게끔 도와주는 곳이 대학입니다!!

댓글
2014.02.28 19:31:50
커크해밋

공연동아리에게 다른 대안도 안주고 무작정 나가라고만 하는건 아닌거 같네요. 대안을 제시해주고 나가라고 하는게 옳은 방법인듯 합니다.

댓글
2014.02.28 22:45:15
끼룩끼룩

경희대엔 목적없이 술을 위한 동아리들도 넘쳐나는데

왜 공연동아리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다른 공연동아리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안타깝네요

우리 동아리도 비슷한 처지라 앞이 보이질 않네요

댓글
2014.03.01 02:03:56
럼나ㅣㅇㄹ

ㅠㅠㅠ...안타깝네요.... 만약제가속한동아리가그랬다면...

위엣분들과 마찬가지로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2014.03.01 06:12:10
yoneu

헐...

댓글
2014.03.04 11:09:06
혼자왔니?

'전자정보대학 동아리 카오스' 라는 단어에서 이상한 의미가 느껴지는건 저 뿐인가요? 단과대학끼리의 기싸움에 정당한 동아리가 정당하지 못한 취급을 받는 느낌이 모락모락 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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