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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레시안에 실린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의 반론입니다.

- 편집자 주 -



  12일자 중앙일보에 '장기 복제 길 한국인이 열었다 -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팀 세계 첫 개가' 기사를 단독보도한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입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금지 약속(엠바고)을 깼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데 그 경위를 설명드립니다.
  
   무엇인가 오해가 있다고 봅니다. 일부 신문이 문제 삼은 엠바고(Embargo)란 무엇인가요. 조선과 동아 등 타사 기자들은 이미 내용을 다 알면서도 엠바고를 위해 침묵한 것인가요. 동아 등 2개 언론사에서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큰 줄거리 정도였지 과연 중앙일보처럼 논문입수를 통해 기사요건을 갖출 정도로 구체적 취재가 된 상태였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황우석 교수를 비롯한 이번 연구진의 누구도 이번 기사에 대해 국내 언론사에 공식적인 엠바고 요청을 해온 바 없습니다.
  
    둘째, 저의 기사는 이번 연구진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취재로 이뤄진 것입니다. 따라서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엠바고 요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놀다가 물먹은 게으른 기자는 엠바고를 지킨 기자고, 열심히 취재한 기자는 엠바고를 깬 나쁜 기자입니까.
  
   그리고 기사 게재 여부는 기자와 해당 신문사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무엇이 국익입니까. 우리 과학자들이 수년동안 연구한 결과를 우리 언론이 왜 못씁니까. 우리 국민들이 외신보다 하루 먼저 알 권리조차 없다고 보십니까.
  
   학자들 입장에서 논문게재 등 조건이 중요한 점 인정합니다. 그러나 기자는 또다른 관점에서 기사를 게재할 수 있습니다. 저는 독자적으로 두달간에 걸쳐 취재했습니다. 연구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습니다. 또 연구진 누구도 엠바고를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외신과 직거래한 것이지요. 국내 언론을 제껴놓고 외신과 접촉한 것은 연구진 자유입니다. 그러나 독자적으로 열심히 취재한 기자에게 연구진이 엠바고를 걸 권리는 없습니다.
  
   사전에 찾아보세요. 엠바고란 취재원이 기자에게 보도시한을 정해놓고 자신의 정보를 공개할 때 적용되는 것입니다. 기자가 취재원과 무관하게 취재한 내용에 대해 취재원이 엠바고 운운할 권리는 없습니다. 님이 만일 기자라면 한국 과학자의 쾌거를 하루 먼저 국내에 보도하는 것이 그리도 국익에 손상되는 행위라고 생각하십니까. 실제 이번 연구는 발표 매체인 미국의 사이언스지에 저의 보도 이후 예정대로 게재되었음은 물론 서방언론에서도 엠바고 보다 하루 전에 보도됐다고 한 것은 뉴욕타임스 뿐이며 그나마 비난한 것이 아닙니다.  

    조선과 동아 등 주장대로 난장판이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렇게 되길 원했겠지만 (왜냐면 큰 낙종을 했기 때문에)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논문은 사이언스에 제대로 게재됐으며 서방언론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이번 연구결과를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기자라면 누구나 하루라도 빨리 보도하고 싶은 욕심을 갖습니다. 특종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루 앞서 보도할 경우 연구진에 미칠 파장도 생각했습니다. 데스크 및 국장단과 기사 게재전에 고민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우리 과학자의 쾌거를 우리 국민에게 빨리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서방 언론에 하루 앞서 이러한 쾌거를 접할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말하는 논문게재 부담 등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황교수님에게 미안하며 사과했고 이해해주셨습니다.
  
   논문 자체를 중시하는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의 비판을 이해못하는 바 아닙니다.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습니다. 그러나 마치 조선,동아일보 등이 정의의 사도인양 행세하며, 기사를 빠뜨린 기자들이 열심히 취재해 기사를 쓴 저를 엠바고를 깬 비굴한 기자로 집단 이지메하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비판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먼저 해외 어떤 언론에서 이번 중앙일보의 기사에 대해 엠바고를 깼다고 비판했는지 증거를 보여주세요. 그런 일 전혀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우리나라에서 여러 연구기관에서 수년간 수십명의 학자가 매달린 일입니다. 한국 기자가 얼마든지 취재해서 쓸 수 있는 사항입니다. 게다가 한국 언론엔 엠바고 요청이 없지 않았습니까. 외국 기자들이 보기에 한국 신문에서 하루 앞서 쓴 것이 그렇게 국가적 망신이라고 생각할까요. 전 그러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황교수님을 비롯한 연구진에게 연락을 드리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박세필 소장 등 다른 전문가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언제든 다른 언론에 날 수 있었으며 황교수님 등 연구진이 해외로 가셔서 일절 연락이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굳이 황교수님 멘트를 빌리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완벽한 소스를 확보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하루 앞서 보도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중요하느냐 질타하십니다. 그러나 기자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신다면 그렇게 말씀하시지 못할 것입니다. 더구나 팩트상 하자가 없는 완벽한 기사, 그것도 우리 과학자의 쾌거를 우리 언론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보도한다는 것은 기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입니다.
  
   다시 한번 연구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은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언론 본연의 고민도 있었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연구결과는 일부 언론의 걱정과 달리 사이언스지에 예정대로 13일 게재되었으며 외국 어떤 언론도 엠바고 파기를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자국 과학자의 업적을 외신을 베껴 써야한다는 사실의 비참함에 대해서도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홍혜걸/중앙일보 기자




삭제 수정 댓글
2004.02.15 02:18:55
nahz
정확한 답변으로 오해가 풀린 것 같군요.
인터넷은 오해를 증폭시키기도 하지만
이처럼 명쾌하게 해결해주기도 하지요.
삭제 수정 댓글
2004.02.15 04:13:08
agnz
우리에게 알려진 것과는 다소 왜곡되었던 게 맞는 것 같긴 하지만 정작 중요한 해당 연구기관의 피해는 관심없다는 듯 한..
그리구 정작 중요한 해명은 안하구 끝까지 자기가 잘 했다는 듯한..
저 자세를 보니 그 중앙일보 기자 참 개념없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는 구먼..
삭제 수정 댓글
2004.02.16 23:09:34
독자적인 취재어쩌고 하는데...
그 연구는 그럼 지가 했답니까.-_-;;
삭제 수정 댓글
2005.04.08 19: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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