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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
||||출처가 서프라이즈인데..왠만하면 서프라이즈 글들은 퍼오고 싶지는 않지만 이 글은 맘에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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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 시간으로 밤 12시 30분. 아마도 오늘밤은 잠을 잘 못 이루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이곳 미국에 온 이래로 북한 핵문제 이후 한반도와 관련한 문제를, 더구나 한국 만을 이렇게 대단하게 그것도 전 매체를 동원하여 탑뉴스로 다루어 준 사례를 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CNN은 계속 기자회견 실황을 반복해서 전하면서 각계 전문가들이 나와 이에 관한 토론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금 애틀란타에서 내보내는 News Night라는 프로그램이 방영중입니다)

바로 오늘 새벽에 있었던, 서울대학교 황우석 박사팀이 인간 배아 줄기 세포로부터 특정 장기만을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파킨슨씨병, 심장병, 당뇨병, 뇌질환 등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발표 때문입니다.

크게 이곳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는 듯 합니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여져 왔지만, 실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기술임은 틀림없다는 것입니다. 즉, 한국의 과학수준과 과학자들이 대단하다는 평가가 그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이 인간복제기술에 지나치게 법적 제약을 가해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즉, 한국에 선점당했다는 것인데, 어쨌거나 결론은 미국조차 한국의 생명과학 기술에 추월당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죠.

신문도 예외는 아닙니다. MSNBC에서 초기화면 플래시뉴스로 한국이 나오는 것을 여태껏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올라와 있었고,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LA타임즈 등 주요 일간지가 모두 일면 머릿기사 내지는 세계면 머릿기사로 사진과 함께 연구성과를 아주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모든 기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South Korean and US researchers... " 그 위력이었을까요. 지금 CNN은 코리아 헤럴드의 오늘자 신문을 이 시간 세계 언론 보도 내용으로 소개하는 한국에 대한 특별대접까지 하고 있네요. "오늘 세계 과학발전에 중요한 초석을 놓은 사람들의 나라 한국에서 발행되는 신문입니다." 라는 특별 멘트와 함께. 덕분에 삼성전자의 비자금 제공 부분까지 덩달아 세계 언론을 타고 있는 셈이네요. 망신스럽긴 하지만. 친절하게도 코리아 헤럴드지 헤드라인 기사에 사용된 제목 "Samsung gave GNP another W17 b." 라는 제목을 두고 GNP가 그 GNP가 아니라 Grand National Party 즉, 한나라당이라는 설명까지 해 주고 있습니다. 역시나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오늘 세계가 주목한 황우석 박사팀의 연구 성과 보도입니다. 아나운서 말이 그러네요. "역시 인간 배아 줄기 세포 성과에 대한 보도가 크게 다루어지고 있네요."

세계적인 과학잡지 "Science magazine"은 인터넷판 긴급기사로 이를 보도하고, 연구팀의 논문을 Highlight News로 게재했습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군요. 미국에서 이렇게 한국을 대단하게 평가하고 특별하게 대접해 주는 경우를 맛본다는 것이.

하지만,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한편으로 참담한 기분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우선, 보도 태도를 보면, 한겨레, 조선일보, 한국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어디에도 머릿기사로 보도된 바는 없고, 사회면 아니면 과학면에 조그맣게 선심 쓰듯 실어준 것이 전부입니다. 오히려 이승연씨의 누드 촬영이 더 크게 부각되어 있고, 삼성 비자금이 톱기사입니다. 한국언론의 수준을 알 만한 하루인 듯 합니다. 안타까움을 지나 한심한 수준의 쓰레기 협잡꾼들 수준의 언론. 중앙일보가 조금 크게 보도한 것 같지만, 이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대충 상황을 정리해 보았더니 이렇더군요.

원래 이번 연구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박사와, 서울대 의과대학, 미즈메디병원, 순천대학교 등 여러 연구기관이 공동 진행한 연구로서 2년 정도 걸려 지난 10월에 최종적인 연구결과를 얻어낸 뒤 이 결과를 Science지에 투고했고, 3개월의 결과에 대한 확인심사를 거쳐 바로 지난주 9일에 게재가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 Science지가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 학술 잡지인데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여 만들어지는 학술지인 만큼 언론과는 약간 다른 성격으로 검증 완료된 내용에 대해서 결과를 독점적으로 발표하고 이를 타 언론들이 인용 보도하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는 것이며, 매주 발간되는 이 잡지의 발간일인 미국 동부시간 목요일 오후 2시까지는 이러한 보도제한이 엄격히 지켜지는 것이 관례이자 철저히 지켜지는 불문율입니다. Science에서 제시하는 보도제한 규정이 아래와 같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What is Science's embargo policy? Can I present work pending at Science at a scientific meeting? The most important aspects of Science's embargo policy -- which is designed to ensure broad and accurate coverage of authors' research -- can be briefly summed up as follows:

- No news coverage of your paper can appear anywhere before 2:00 p.m. Eastern U.S. Time on the Thursday before your paper's publication. (Science is published each Friday, except for the last Friday of the calendar year.)

- Scientists are welcome to present the results of their upcoming Science papers at professional meetings to colleagues. If the paper has been accepted for Science publication, we ask that you inform the AAAS News and Information office that you are planning to make such a presentation.

- Comments to press reporters attending your scheduled session at a professional meeting should be limited to clarifying the specifics of your presentation. In such situations, we ask that you do not expand beyond the content of your talk or give copies of the paper, data, overheads, or slides to reporters.

- Scientists with papers pending at Science should not give interviews on the work until the week before publication, and then only if the journalist agrees to abide by the Science embargo.

- Please do not participate in news conferences until after 1:00 p.m. Eastern U.S. Time the day before publication.

Any questions about the embargo policy can be addressed to the AAAS News and Information Office, at (202) 326-6421. A full statement of the policy is mailed to authors upon acceptance of their papers for publication.

즉, 황우석 박사팀이 Science지에 투고를 하고 심사가 완료되어 게재가 확정된 시점으로부터 자동적으로 보도제한이 적용되어 한국시간 내일 새벽 4시 정도까지는 보도가 되지 말았어야 할 사항이었으나, 이를 어기고 하루 먼저 중앙일보가 보도를 해 버린 것입니다.

덕분에 검증 확정된 과학적 사실에 대하여 공식적인 방법으로 알려지도록 한다는 원칙이 한국에서 깡그리 무너져 버렸고, 잔치가 되어야 할 미국/한국 동시 기자회견은 얼떨결에 24시간 이상 당겨지면서 제대로 홍보가 이루어지지도 못했고, Science지의 표지기사 정도의 가치가 있던 연구결과가 인터넷판에만 실리고 13일자 정식판에서는 삭제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24시간을 참지 못하고 특종욕심에 과학계의 불문율을 깨뜨린 중앙일보 덕에 한국의 세계적인 개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위기에 놓여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보도를 보니 한심한 수준이더군요. 사과와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국가적 체면을 세우도록 노력해도 모자란 판에 이상한 궤변으로 자신들의 보도가 정당했다는 식의 감싸기에만 열중하고 있던데. 더구나, 홍혜걸 기자가 이미 논문 원문을 단독 입수했다는 이야기까지 했던데, 만약 그랬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위에서 보듯 Science지에서 검증 완료되어 공표가 되기 이전에는 논문의 제공이나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 배포 등의 일체의 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에 만약 중앙일보의 주장대로 해 버리면 연구팀의 보도 윤리 자체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지요.

다행히 연구 성과가 워낙 중요하고 세계 과학사를 진일보시킬 정도의 위력이 있다 보니 통상의 논문 게재자에게 가해지는 기자회견 취소, 각종 강연회 취소, 해당 논문 삭제 등의 징계조치는 보도 통제 시한을 예외적으로 앞당기고 인터넷판에 먼저 게재하는 정도로 결과가 세상에 드러나게는 되었지만, 앞으로 황우석 박사 연구팀이 국제 무대에서 활용하는데 참으로 많은 제약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되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오늘은 잠 못 드는 밤입니다. 너무 대단한 나의 조국의 발전과 연구 성과에 들떠서 이기도 하고, 그러한 세계적인 성과가 의식 없는 일부 기자들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오히려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해 가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이기도 하며, 이런 세계적인 성과를 두고서도 이승연인가 하는 여자 연예인의 말 같지도 않은 누드 촬영보다 못하게 평가하는 한국 언론의 저속함이 안타까워서이기도 합니다. 우리 언론들에 이메일이라도 보내봐야겠습니다. 반성 좀 하라고...

삭제 수정 댓글
2005.04.08 11:54:36
컴퓨터공학과
중복
댓글
2005.11.29 02:07:47
똑바로살자!
v(^^)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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