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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1등 제일주의는 이공계를 두 번 죽이는 짓이다  


입학 성적 좀 떨어지면 몰락이라고?

이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서울대 공대와 자연대가 몰락했답니다. 우리 조선일보의 기사입니다. 그런데 기사를 잘 들여다보니 뭐가 몰락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몰락’이라고 하면 뭐가 몰락일까요? 아마 연구 성과나 논문이 안나온다든지 취직이 안된다든지 이런 것일 겁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은 없고 한다는 소리가 공대 수석이 의대를 간다, ‘중상위권’ 약대보다 커트라인이 낮아졌다 이런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상위권 의대나 약대보다 낮은 성적의 학생들이 들어와서 몰락이군요. 사실 이게 조선일보의 프레임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소위 명문대 교수님들의 프레임이기도 하다는 데 더 큰 문제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 1등 제일주의 말입니다. 서울대 이공계열의 입학 성적이 좀 떨어졌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서울대 이공계열에 소위 ‘하위권’대학에 갈 학생들이 갑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중상위권’대학 의약학 계열로 최상위권 학생들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여전히 서울대 이공계열은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을 합니다. 예를 들어 연고대나 한양대 인하대 공대 갈 학생들이 서울대에 왔다고 칩시다. 그럼 그 학생들의 수준이 낮아서 못 가르치겠다는 말입니까? 그럼 아예 서울대 아닌 대학 학생들은 가능성이 없다는 말인가요?

일본에서 수입할 게 없어서 학력저하 문제까지?

일반적으로 이공계열의 ‘학력저하’ 현상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실 교실붕괴니 대학생 학력저하니 이런 담론들이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강한 의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문제화 되기 전에 일본에서 먼저 사회적으로 문제시되었던 내용들이고 언론에서 다루는 방식 또한 매우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아래의 기사를 한 번 보십시오.

그는 대학의 학력저하가 고교와 대학을 잇는 교육내용의 접속불량에서 출발하는 문제라고 진단한다. 대학교육의 수준저하를 초래한 원인중 하나가 입시제도로, 각 대학은 수험생 유치를 위해 입시부담을 덜어준다는 핑계로 수험과목을 줄이며 쉽고 편한 방향으로 달려왔다. 고등학교에서는 입시에 필요없는 과목은 아예 가르치지조차 않게 돼 과목이수율이 떨어져 필연적으로 학력저하를 초래한다. 심지어 미적분을 모르는 학생이 도쿄대 공학부에 입학하고 생물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이 의학부에 입학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됐다. 교육수준을 향상시켜야할 교육시스템이 역으로 교육수준을 저하시키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해버린 셈이다.

이건 지난 1월 16일 경향신문에 실린 한 칼럼에 나와있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우리의 조선일보 기사랑 매우 유사하죠. 동경대를 서울대로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조금 있으면 우리나라의 어느 기자나 리포터가 수학 문제 들고 대학에 가서 대학생들에게 풀어보라고 할 겁니다. 아마 못 푸는 학생들이 있겠죠. 그럼 이게 우리 대학생 학력저하의 실상이라고 떠들어대겠죠. 어떻게 아냐고요? 이미 일본에서 다 그렇게 했던 것이니까요. 이게 우리 언론의 자화상이고 사회 문제도 수입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실상입니다. 일본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현재 우리 모습이 일본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에서, 일본과 우리의 교육 환경이 학벌 획득을 위한 무한 경쟁체제라는 점에서, 또한 그로 인한 부작용 역시 비슷한 나라이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지난 IMF 이후로 한국의 시스템은 일본보다 더 서구화되어 가고 있고 문제의 해결 능력도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일본의 시스템이 더 뒤쳐지고 있는 셈이죠. 오마에 겐이치가 가끔 한국 경제에 대해 저주하면서 헛소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해결이 단 시일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력저하가 정말 문제인가?

그런데 정말 학력저하가 문제인가요? 대학에 입학할 때 그렇게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는 겁니까? 서울대에서 보았다는 수학 성취도 시험을 미국의 대학생들이 보면 과연 어떻겠습니까? 모르긴 몰라도 미국 학생들 성적이 더 나쁠 겁니다. 그렇다고 미국 학생들의 학력이 우리보다 낮다고 할 수 있을까요? 미국에 있는 한인 고등학생들이 상당수 학업 성적에 있어서 상위클래스에 드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특히 한인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언제나 상위입니다. MBA를 위한 GMAT 시험에서도 Math는 한국인들이 가장 쉬워하는 분야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학력이 우위라고 할 수 있는 겁니까? 사실 학력저하의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이공계열의 인기가 떨어진 것과 고등학교 교육의 문제입니다. 이공계열 학과들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개인이 중시되는 가치관의 사회에서 조직의 부속품 노릇에 만족하는 사람은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방법은 그들에게 그만큼의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뿐인데 과연 그렇습니까?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들이 누리는 특권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그건 우리 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선진국이라면 어느 나라나 이런 학과들이 인기가 있고 성적 좋은 학생들이 몰립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도 아닌데 이러는 것이 문제인가요? 그렇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고등학교 교육이 문제가 되겠지만 우리 고등학교 교육에서 배우는 내용이 결코 다른 나라의 고등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요. 따라서 대학 신입생의 학력저하 문제보다는 대학 및 대학원 이상의 고등교육 문제에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대학은 고등학생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기업에선 대학에서 쓸데없는 것만 가르친다고 하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자질이 떨어지는 훈련병이라고?

자질이 떨어지는 훈련병들이 고강도 훈련을 소화해낼 수는 없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김찬중 교수는 작년 1학기 대학원 석사과정 70여명을 상대로 ‘기계공학 고급해석’ 강좌를 맡았지만 교재는 학부 2학년생용 ‘길잡이 공업수학’을 사용했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수준의 미분방정식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내린 결정이다.

자질이 떨어지는 훈련병이라뇨? 아니 입학성적이 좀 나빠졌다고 이런 막말을 해도 되는 겁니까? 김찬중 교수가 학부 교재를 쓰는 이유가 본인이 쓴 책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던데 그건 그렇다 치고 분명 공대생이면 2학년 때 공업 수학을 배웠을 텐데 다시 학부생 교재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대학교육이 엉망이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것이 자질이 떨어지는 학생들 때문이라뇨? 이거 서울대 학생들이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문제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가르치면 되지요. 대학은 학교 아닙니까? 모르는 것은 가르치면 됩니다. 세상에 가르쳐줘도 모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이해하는 속도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말이죠. 오히려 가르쳤는데 이해를 못한다면 그건 교수법의 문제일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공계의 경우 연구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서 수업은 건성건성 때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조선일보의 1등 제일주의를 깨지 않고는…

다시 말하지만 전반적인 이공계의 학력 저하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 진정한 이공계의 위기는 서울대가 아닌 소위 ‘중하위권’ 대학에서 오는 겁니다. 각종 편입시험으로 학생들은 빠져나가고, 이공계 졸업생이 많으니 취직은 점점 힘들고, 대학원이라도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니 대학원 진학생은 없고… 이런 문제들이 다른 대학들이 겪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서울대 이공계의 몰락이라뇨.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물론 최고 엘리트 교육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1등만이 승자가 되고 승자가 모든 것을 다 차지하는 그런 구조는 심각한 문제를 낳습니다. 우리나라의 입시 과열이라는 것이 결국은 그런 구조의 산물 아닙니까? 부모가 파출부를 해서라도 사교육비를 벌어 서울대를 보내겠다는 것의 의미는 ‘서울대=성공’의 등식이 깨어지지 않으면 타파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섣부른 서울대 폐교론이니 국립대 평준화론 등으로 혼란을 조성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섣부른 정책은 분명 아니함만 못합니다. 그래도 박정희가 그린벨트 하나는 잘 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지도 가져와, 해서 자기 맘대로 자대고 줄 쭉쭉 긋고 여긴 개발 하지마, 이런 식으로 했으니 지금도 계속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박정희가 했어야 했던 일은 어떻게 하면 환경 문제와 개인 재산권을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는 당장 우리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드는 것보다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이런 것 없이 서울대 이공계 몰락이니 뭐니 하는 것은 오히려 이공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뿐입니다.

가난한마음 올림



출처: 서프라이즈

액숀가면의 견해: 내용상 와닿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비록 서울대와 안티조선의 생각이긴 하나 본햏이 언론의 왜곡에 대해 촛점을 두고 읽었을때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소.
삭제 수정 댓글
2004.03.08 22:03:59
공대아님
이공계 애덜 머리 나쁜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이공계 몰락은 필연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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