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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캠퍼스 곳곳에는 경희의 교육이념을 담고 있는 글귀와 인생의 지표로 삼을만한 글귀가 많다. 대학주보는 경희기록관, 중앙박물관과의 공동기획으로 탁본 프로젝트를 진행해 중요 글귀를 탁본으로 남기고, 그 의미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대학은 설립 초기부터 자연환경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1953년 피난지 부산 임시교사의 본부 건물 앞뜰에 화단이 있었다. 한창 전쟁으로 혼란스런 와중에, 그것도 피난지에서 임시로 급하게 지은 판자교사였지만 학생들의 정서교육을 위해 화단을 가꾸었던 것이다.

6.25전쟁이 끝난 후, 서울로 올라와 바쁘게 캠퍼스 공사를 진행할 때에도 최대한 자연환경을 보호·육성하려고 애를 썼다. 기존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함부로 하지 않았으며, 철마다 온갖 종류의 나무와 꽃을 캠퍼스 곳곳에 심고 가꾸었다. 한국 사회 전체가 자연보호보다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을 때, 우리대학은 자연에서 인간을 발견하고 인간 안에서 자연의 섭리를 체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인공 구조물을 만들 때도 이러한 원칙은 어김없이 적용됐다. 캠퍼스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호수, 정원, 조경석 등 수많은 인공 구조물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최대한 자연에 가깝도록 애쓴 까닭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대학에는 경관이 빼어난 곳이 많다. 신선이 사는 곳이라는 뜻의 선동호(仙洞湖)는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라 할 수 있다. 196532일에 착공해 19671030일에 완공한 선동호는 고황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다. 불도저로 땅을 밀어 연못터를 만들고, 그 주변에는 바윗돌을 쌓아 호수의 경계를 만들었다. 계곡과 연못이 만나는 곳에 높이 30m의 폭포를 3개 만들어 삼선폭포(三仙瀑布)라 이름 지었으며, 호수 남쪽에는 조그만 바위섬을 만들어 다리로 연결함으로써 아름다움을 더했다.

선동호만큼 아름다워서일까. 우리 대학에는 신선이 노니는 곳이 또 하나있다. 미술대학으로 향하는 길을 오르다보면 계곡을 지나게 되는데, 그 계곡을 잇는 다리가 바로 선금교이다. 신선이 내려와 거문고를 켜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다리 자체는 그 이름만큼 아름답거나 화려하지 않다. 크기도 작고 아무런 장식도 없어 눈여겨보지 않으면 다리의 존재를 모른 체 지나치게 된다. 나무와 꽃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숲길을 인공물인 다리가 압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렇듯 소박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금교는 자연을 대하는 우리대학의 정신 혹은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2013.06.03 대표집필 남기원 <경희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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