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万話 #3
어떤 공산주의자의 삶

 

상민 편집위원 gasi44@paran.com

 

 작년 초에 천안함 폭발 사고가 터지고, 말에 연평도가 북한군에게 포격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북한에 대한 인식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분명 북한은 비인도적인 행위를 저질렀으며 거기에 대한 비판은 확실하게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와 별도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떻게 북한이라는 나라가 탄생했으며, 왜 북한 사람들은 주체사상에 동조하는지 말이다. 물론 북한은 김일성이 자신의 야욕을 위해 탄생한 국가이며, 사람들은 세뇌되어 그런 주장을 믿는다고 생각하면 이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런 식의 접근은 겉만 핥은 것일 뿐, 북한을 깊게 인식하는데 있어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자면 제3제국 당시 독일인들은 히틀러와 괴벨스에 세뇌되어 나치 정권을 지지했고, 1970년대 한국인들은 박정희에 세뇌되어 10월 유신을 지지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나는 공산주의자다』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약 40년 동안 비전향 장기수로 살았던 故 허영철의 삶을 따라간다. 허영철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삼은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1991년 형 집행정지로 출소할 때까지의 모습을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묘사한다. 그는 농민 운동과 노동 운동을 통해 스스로 공산주의자임을 선언하고, 해방 후에 인민위원회 활동과 남조선노동당 활동에 참여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가족을 버려둔 채 월북하고 그는 전쟁에서 북한군으로 싸운 뒤 1955년 남파되어 간첩으로 잡혔다. 허영철의 삶을 섵불리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그는 자발적으로 북한에 들어갔고 나름대로의 생각과 판단을 통해 주체사상을 따르게 되었다.
 물론 그의 생각과 회고에는 실제 역사와 차이나는 부분이 상당히 많으며, 이해하기에는 도저히 어려운 부분도 산재해있다. 하지만 북한의 형성 과정을 추적하는데 있어서 이 책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단순히 북한과 함께한 사람을 욕하고 비난하는 방식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의 삶을 완벽하게 따라 소위 ‘종북주의자’가 되자는 소리가 아니다. 최소한 거기에 대한 생각과 이유는 파악하고서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 소설가 김영하가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인들이 북한인들의 ‘감정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처럼, 인생과 신념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체계적인 이해를 해야 북한을 다층적으로 볼 수 있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그의 삶이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만화가 박건웅이 판화 기법으로 그린 인생 안에서 그는 신념을 가지고서 공산주의 운동을 하고, 형 집행정지로 출소하기 전까지 전향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 신념이 허황된 것이었음을, 속 좁은 것이었음을 가리키며 조롱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믿음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북한과 지루한 대치는 아마도 평생 계속 될 것이다. 한 쪽 편만 보는 세상에서는 결코 다른 세상이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법이니.

 

manhwa3.jpg

『나는 공산주의자다』1 ~ 2, 허영철 원작, 박건웅 만화, 보리, 2010

 

※ 2011년 3월 15일자로, 마지막 문단 첫째 줄의 '손수 목판을 파 찍어낸'을 '판화 기법으로 그린'으로 수정합니다. 필자가 중대한 착오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수정 사항은 6월 출간 예정인 《고황》 81호에도 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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