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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학생총회인가?

 

 지난 24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 국제캠퍼스 총학생회는 비상전체학생총회를 열었고 2011년 등록금이 동결되었음을 선언하였다. 하지만 과연 동결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3%를 인상한 뒤 2%만 환급하는 것을 놓고서 동결이라 부르지 않는다. 총학생회 주장대로 다음 학기 등록금은 오르지 않지만, 학우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느낌은 1% 인상과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장학금과 비정규직 ․ 시간 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한 일이 아니란 소리는 아니다. 문제는 그 돈에 대한 재원이 꼭 등록금에서 들어가야 했냐는 것이다. 이번 인상분의 1%는 대략 10억 원이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지난 2월 14일에 밝힌 <전국 사립대 적립금 현황> 자료에 의하면 2009년 결산 기준 경희대의 누적 적립금은 약 1100억 원이며, 그 중 장학을 위한 용도로 책정된 적립금이 약 120억 원이다. 용도가 기타로 분류된 적립금은 약 750억 원이다. 등책위와 등심위는 약 10억 원의 자금을 어떤 이유에서 등록금에서 채웠어야 했는지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이 사안을 총회에서 논의하기에 앞서 충분한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쳤어야 했다. 하지만 의견 수렴은 총회 현장에서만 이루어졌고, 확실한 비표 확인 처리도 없이 박수로 가결을 선언하였다. 이것이 직접참여민주주의적으로 이루어진 위대한 성과인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과의 공식 연대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한대련이 최근 등록금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온 것을 모르지 않는다. 또한 일부 학우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단순히 한대련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안건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이 너무 빠르게 한대련과 연대를 결정한 것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학생총회라는 최고 의결기구와 학내 의결 방식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해봐야 한다.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와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는 총학생회 주도로 이루어지고, 학생총회는 각 캠퍼스 학우 정원의 1/7 이상만 모이면 성사되며 의견 수렴도 현장에서 바로 이루어지는 덕분에 제대로 학우들의 의견을 담는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대규모의 학생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소모된다. 서울캠퍼스만 해도 6년 만에 학생총회가 열리지 않았는가? 학생총회를 위임하는 기구로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있다고 하나 이 회의 역시 앞서와 같은 문제로 쉽사리 열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문제는 주로 중운위, 가끔 확운위, 아주 가끔 학생총회나 전학대회에서 의결된다! 작년 <자주경희ON> 총학생회는 학생회칙 개정에 직접참여민주주의라는 거창한 단어를 내걸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 일까. 게다가 현장에 참여했던 학우 대부분은 안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선배와 함께 온 새내기들이었다.

 

 《고황》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경희대 내부 의결 체계가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그리고 총학생회를 학우들이 감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하대학교의 사례처럼 ‘총대의원회의’ 같은 감사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따로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버겁다면, 최소한 회의 1 ~ 2주 전에 안건을 보게 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식의 간단하지만 중요한 발상도 좋다. 학우들을 위해 가능한 좋은 일을 하고 싶은 의지는 훌륭하다. 그러나 그 의지를 시급하게 보이기에 앞서 학우들이 그 의지에 동의할 수 있게 이끄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

 

2011년 3월 31일
경희대학교 《고황》교지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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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11.04.01 21:22:08
shyboy

이런 비판적인 의견도 괜찮네요.

사실, 여기서 말하기도 뭐하지만 DC에서는 학생총회 하는것에대해

그리고 서울캠에서 한대연과의 연대를 총회 이틀전에 발표했다는것에

많은 비평이 있었거든요.

 

제가 봤을땐, 물론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 학교에 학생들의 의견을 좀 더 확실히 전할 수 있게하는

순기능적인 역할도 있지만,

그냥 학생회에서 자신들의 실적, 업적을 올리기 위한 퍼포먼스였다는 생각도 강하게 드는군요.

 

근데 고황도 화끈하네요. 학교측에서 지원받는걸로 아는데, 다소 격한표현이지만 이렇게 학교를 까는 글을 써도 괜찮을런지

댓글
2011.04.02 05:02:08
고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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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경희대 자치 언론, 교지 《고황》의 편집장 성상민입니다. DC인사이드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자유게시판 등에서 많은 비판이 나왔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shyboy 님의 말씀대로 학생총회는 사실 어찌보면 양날의 칼입니다. 상징적인 의미로 학교에 의견을 전할 수 있는 동시에 자칫 잘못하면 퍼포먼스에 그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점을 견지하며 성명을 작성했습니다. 참고로 《고황》은 학교 측에서 돈을 받지 않고 학생회비 중 일정 비율을 받고 제작되고 있으며, 학교나 총학생회 측에서 지원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고황》은 자치 언론인 만큼 논조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재정 역시 학교 / 총학생회와 독립되어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독립적인 위치를 잘 활용해 파고들 생각입니다.

댓글
2011.04.01 21:28:44
shyboy

아 근데, 좀 시원한 느낌은 안드네요.

가려운데를 벅벅 긁어주는듯한 명쾌한 느낌은 안드네요.

어느정도 다소 중립을 지키지만, 학교를 비평하는 방향을 잡은

마치n->0에 수렴할때, lim n 이 0에 못미치는 0.0000000....1 같은 느낌 ?

약간 진부하면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한것 같은 생각도 드는군요.

설캠에서는 6년만에 총학생회가 열렸다고 했는데, 이런 큰 사건이라면

총학이 열리기전부터 충분한 사전조사와 자료를 수집하여 기획을 짠 후에 맞춰서 쓰는 논지가 됬음 더 좋았을텐데

총학이 열린후 그 결과를 토대로 신문의 사설을 읽는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앞으로 조금 더 발전하는 마음에서 '무엇을 위한 학생총회인가?' 라는 글을 쓰며 학생총회를 비평한 고황을 비평한 논객이었습니다.

댓글
2011.04.02 05:03:50
고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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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성명에 대한 비판에 감사하며, 앞으로 경희대 서울 · 국제 양 캠퍼스 학우 분들의 현안을 심도 있게 다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황》은 이러한 비판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댓글
2011.04.03 11:09:21
국기원

6년만에 총학이 열렸지만, 이상적인 방향의 결과가 나왔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죠.

하지만 열리기 전부터 충분한 사전조사와 자료수집까지는 오바라고 생각되는군요.

교지는 교지일뿐입니다. 

댓글
2011.04.03 11:01:04
국기원

전적으로 이번 고황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결국엔 저 1%도 빚내서 학교 다니는 학생들한테는 내고 싶지 않은 금액입니다.

댓글
2011.04.04 08:01:11
고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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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성명에 대한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댓글
2011.04.04 04:41:31
히히쿄쿄

저는 다들 이런 문제로 학생회한테 뭐라고 하지만

막상 학우들보고 참여하라고 하면 아무도 참여 안하고

공개토론한다고 해도 학생회 관련된 사람들만 오고

오프라인 자리에서 불만 말하라고 한다면 아무도 안한다는건 아시나요?

 

 

댓글
2011.04.04 08:04:49
고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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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그런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이것 또한 문제라는 생각을 《고황》 편집위에 내애서는 계속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같이 고민해 나가면서 이번 학생총회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어찌보면 무척 원론적인 주장이라 히히쿄쿄 님의 성에 차지 않는 답변일 수도 있습니다. 원론 이상의 구체적인 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011.05.24 08:02:54
HisDuk
(추천 수: 1 / 0)

한대련이 무엇을 위한 집단인지부터 설명을 해야하는게 옳은 수순일텐데 말이죠..

이건 마치 북한체제와 다를게 없다고 보여집니다.

'국민에 의한'이라는 전제가 붙는 민주주의가 학내에서 실현되려면

단지 대표성을 띄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에 의한'을 무시하는 현 총학의 태도는

폐쇄성이 짙다는 비판을 피할 여지가 없다고 보여집니다.

 

이번 고황에서는 이런 의견들을 잘 포섭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한때 고황에 몸담았던 때를 생각해보면 고황에서는 분명히 원론적인면을 넘어선 비판이 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수고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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