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학도’ 졸업생 정기남(무역학 66)씨
1년에 두 번, 정든 학교를 떠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졸업생들이다. 오는 후기 학위수여식의 졸업생 중에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 있다. 45년 만에 복학해 학사모를 쓰는 ‘만학도’ 정기남(무역학 66) 씨다. 올해 69세인 정 씨가 우리학교 정경대학 상학과에 2학년으로 편입한 때는 1966년이었다.하지만 2학년 과정을 마치고 공군 부사관으로 6년 간 복무한 정 씨는 전역 후 집안 사정으로 인해 복학하지 못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90년대 말까지 무역 회사와 관세사무소 등에서 일했다. 정 씨는 “당시에 일도 바쁘고, 자녀 교육도 시키느라 복학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한 회사인 관세사무소에서 퇴직한 그는 이후 도서 대여점 운영, 영어 과외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그런 정 씨가 45년간 놓았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못다한 학업에 대한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았다”며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심정으로 다시 대학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복학이 쉽지만은 않았다. 복학을 위해 정 씨는 담당 부서에 편지도 보내고, 학과장을 비롯한 교수들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갖은 노력 끝에 그는 2011학년도 2학기에 무역학과 3학년으로 재입학할 수 있었다.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에 복학하게 된 정 씨의 학교생활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그는“과거에는 대학수업이 주로 판서로 진행됐는데 요즘은 PPT를 이용한 수업이나 발표 수업이 많아 낯설었다”며 또한 “나이가 있다 보니 젊은 학생들에 비해 수업 내용을 암기하기가 어렵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대 초중반의 학생들이 대부분인 강의실에서 정 씨는 여타 학생들처럼 많은 사람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정 씨는 “수업을 들으면서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고, 덕담이나 조언도 많이 해줬다”며 자신이 보낸 2년간의 대학생활을 설명했다. 대학 선배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정 씨는 후배들에게 “인생의 설계도를 세우라”는 점을 가장 강조했다. 또한 “무조건 자기 주관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스승이나 선배의 좋은 말은 귀담아 듣고, 인생의 목표로 삼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졸업 후 정 씨는 복지관이나 지자체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열정이나 의지만 있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앞으로의 비전을 밝혔다. 비록 늦은 나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이 녹아 있는 그의 ‘휴먼 스토리’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가르침을 주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 |||||
|
글 수 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