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특히 대학가에서 문제가 되는 ‘학문적 영역에서의 표절’은,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다른 저작물을 인용, 재인용, 차용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2008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마련한 논문표절 가이드라인 모형에 따르면 이 학문적 영역에서의 표절은 ‘여섯 단어 이상의 표현이 동일하게 이어지는 경우’, ‘생각의 단위가 되는 명제 또는 데이터가 동일(혹은 본질적으로 유사)한 경우’,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이용하는 경우’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문적 영역에서는 자기 자신의 저작물을 출처표기 없이 상당부분 그대로 재사용하는 ‘자기표절’도 엄중한 도덕적·윤리적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사회, 적어도 우리 대학사회에는 여전히 표절이 만연해있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이 너무나 가벼운 마음으로 타인의 생각을 표절하고 있다는 것은 리포트나 소논문 등의 과제물을 인터넷에서 거래하는 사이트가 넘쳐나고 있는 현실이 이미 방증하고 있는 바다. 비단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문적 세계로 깊이 들어가겠다는 많은 대학원생들은 그 ‘입장권’에 해당하는 석사논문에서부터 수많은 표절과 복제를 시도하고 있고,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지도·편달해야 할 일부 교수들마저 학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채 도덕적 해이 속에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 자체보다 더 큰 문제를 꼽자면, 표절이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대학사회 구성원이 예상보다 많다는 점일 것이다.
대학사회의 표절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것은 사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해외의 많은 대학사회 역시 동일한 문제에 대해 오랜 고민을 거쳐 왔다. 그 고민의 결과로 탄생한 것 중의 하나가 소위 ‘표절에 대한 시스템적 해결방안’의 모색이다. 주로 영미권에서 시도돼온 이 방안은 약 20년 전부터 광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IT기술을 접목시켜 표절검색장치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학교가 도입한 Turn it in(턴잇인) 프로그램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1994년 미국 UC버클리 학생들이 처음 만든 이래로 현재 전 세계 126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대학사회에도 적극 소개되어, 지난 2007년 6월 한국정보통신대학교가 최초로 도입한 후 현재 31개의 국내 기관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표절행위 근절을 위한 시스템적 방안의 모색’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지식범죄의 색출’이라기보다는 ‘연구윤리의 향상’에 가닿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훌륭한 사전·사후예방시스템이 갖춰진다 한들 표절문제가 해결되거나 연구윤리가 향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가령 문장의 유사도나 중복도를 검색해 표절 여부를 판별하는 턴잇인 프로그램의 경우, 동일한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한국어의 특성상 문장 표현만 달리 쓰면 표절 여부를 가려내는 데 한계를 보이게 된다. 때문에 턴잇인을 비롯한 거의 모든 ‘시스템적 방안’들은, 해당학과의 전문가들이나 학교당국의 적극적인 표절 검증 시스템의 보조를 필수적으로 요한다.
결국, 표절문제를 대학사회에서 뿌리 뽑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구성원 개개인의 인식 변화이며,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연구윤리교육 및 대학 당국의 면밀한 관리방안이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연구윤리의식은 단 시일 내에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연구자들과 교육자들의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노력이 뒷받침될 때만이 가능하다. 철저한 표절방지 교육을 통해 학생과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 개개인의 연구윤리의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그리고 대학이 적극적으로 표절 근절 의지를 갖춰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도입한 들 본질적인 문제해결은 요원한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을 인간이 피해가는 방법이란 언제든 존재하기 마련인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