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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에 피어있는 은방울꽃.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위치는 밝히지 않는다

은방울꽃은 행복, 순결, 기쁜 소식을 상징해 중세 유럽에는 신부의 부케로 사용됐다. 연예인 장동건·고소영 씨 결혼식 부케도 은방울꽃을 사용한 것이었다.

우리를 반겨주는 숲을 즐기며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떤 풀을 밟고 있을 때가 많은데,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식물은 싹을 틔우고,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무심코 지나가다 밟게 되는 것이다.

식물조사를 하다 보면 등산로를 벗어나서 숲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많다. 필자 역시 아마도 무수히 많은 식물을 밟았을 것이다. 우리학교 식물을 조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다가 잠시 발밑을 봤는데, 희고 작은 꽃 한 송이가 밟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은방울꽃이었다. 은방울꽃을 보기위해 경기도 어느 산 깊숙이 들어가 숲을 헤매며 돌아다녔는데, 학교에서 은방울꽃을 보게 되니 너무나 신기했다.

우리학교에 그런 자생지가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아무리 고황산(천장산)의 숲이 잘 보존되고 있다 하더라도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 지역에 은방울꽃 자생지가 있다는 것은 희귀한 일이기 때문이다. 은방울꽃 자체가 희귀한 식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도 아니다. 숲속에 그늘이 있으며, 적절히 해가 들어오는 곳을 좋아하는 습성 탓에 숲에 들어가야만 야생상태의 은방울꽃을 볼 수 있다.

은방울꽃은 행복, 순결, 기쁜 소식을 상징해 중세 유럽에는 신부의 부케로 사용됐다. 연예인 장동건·고소영 씨 결혼식 부케도 은방울꽃을 사용한 것이었다. 프랑스에서는 노동절인 51일을 은방울꽃의 날로도 부르는데, 그날 은방울꽃을 선물로 받으면 행복이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은방울꽃은 5~6월이면 약 20cm정도 되는 잎 사이로 하얀색의 꽃이 핀다. 작고 하얀 종같이 생긴 꽃이 7~8개 정도 피는데 그 꽃을 보고 방울 같다고 하여 은방울꽃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이 은방울꽃 가까이에 가서 향을 맡으면 은은한 꽃향기가 나는데 이를 향수로 개발해 사용하기도 한다.

은방울꽃의 영어 이름이 lily of the valley라 하고 일본어로는 スズラン[스즈랑]이라고 하니 갖고 있는 향수 중에 은방울꽃의 향이 있는지 찾아보면 그 향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향수는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좋아했다고 하며, 여러 향을 섞어서 조향한 것이 아닌 하나의 향을 갖고 만든 향수 중의 하나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향수도 좋지만 숲속에서 만난 은방울꽃의 향이 더욱 신선함을 주는 것 같다.

요즘은 은방울꽃의 향과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느끼려, 집에서 꽃을 키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은방울꽃을 집에서 키울 때는 조심해야 한다. 은방울꽃은 꽃이 아름답고, 향이 좋지만 매우 강한 독성을 갖고 있다. 한약명으로 영란(鈴蘭)이라고 하며 약으로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고, 무작위로 섭취를 한다면 심장마비가 와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독초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약으로써 적절하게 이용하면 심장계열의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로 강심작용과 이뇨작용으로 사용하며, 술로 담가서 복용하기도 하지만 독초 중에 하나이니 무분별한 채취와 복용은 삼가는 것이 좋다.

자연사박물관 앞에 조그마한 화단을 꾸며 놨는데, 누군가가 화단의 식물을 캐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기 위해 심어서 키우는 꽃들을 자신만 보겠다고 갖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은방울꽃도 우리학교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밝힐 수는 없을 것 같다. 좋은 의미로 위치를 가르쳐주고 나면 아마도 그곳에서 은방울꽃을 보기 어려워질 것 같은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집에서 키우고 싶은 분은 화원에 가서 사거나, 씨를 받아서 키우시길 바란다.

정성들여 키우고 있는 꽃이나 야생으로 잘 자라고 있는 꽃이 어느 순간 개인의 욕심으로 사라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꽃은 원래 있던 곳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2013.05.27 안범철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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