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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정치학

연재순서

1: 영토의 고유성

2: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쟁점과 경과

번외 : 대만 댜오위다이 열도 문제 국제학술대회 참관기

3: 역사 이슈-영토분쟁과 내셔널리즘

4: 동아시아 영토문제 해법

5: 2013 동아시아-협력과 갈등의 사이에서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지정학>을 연재 중인 송석원 교수가 지난 4월 대만에서 있었던 댜오위다이 열도 문제 국제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필자의 요청에 따라 그 참관기를 번외편으로 긴급 편성했다.

이 지역을 보통 센카쿠=댜오위다오라고 명기하는 것이 대만 자체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 측의 주장을 수용하는 입장이라면, 센카쿠=댜오위다오=댜오위다이 열도라고 호칭하는 것은 대만의 독립적 지위를 인정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3417일 대만 푸젠(輔仁)대학에서 개최된 2013(5) 댜오위다이(釣魚臺) 열도 문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다. 학술대회의 주제가 마침 <대학주보>에 연재하고 있는 내용과 관련된 것이고, 무엇보다도 센카쿠=댜오위다오=댜오위다이 열도에 대한 대만의 논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했다.

우선 대만에서는 다섯 개의 섬(釣魚臺, 黃尾嶼, 南小島, 北小島, 赤尾嶼)과 세 개의 암초(沖北岩, 沖南岩, 飛瀨)로 구성된 이 지역을 우리에게 익숙한 댜오위다오(釣魚島) 대신에 댜오위다이(釣魚臺) 열도라고 호명하고 있음이 눈에 띠었다. 호명에는 당연히 호명자의 인식이 내포된다. 따라서 영토분쟁에서 분쟁 당사자들은 분쟁지역을 자신들의 인식이 담긴 호명을 하게 마련이다. 동일한 호명을 하면서 영토분쟁을 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일본과 중국 이외에 대만이 분쟁 당사국의 일원이 될 때 대만의 호명은 또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지역을 보통 센카쿠=댜오위다오라고 명기하는 것이 대만 자체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 측의 주장을 수용하는 입장이라면, 센카쿠=댜오위다오=댜오위다이 열도라고 호칭하는 것은 대만의 독립적 지위를 인정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의의도 사실은 여기에 있다고 이해됐다. 국제무대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것이 대만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회의가 열린 417일은 청일전쟁의 전후 뒤처리를 정한 시모노세키(下關)조약이 체결된 날이다. 이 조약에 따라 대만은 일본의 식민지로 편입됐고, 따라서 이 날은 대만에게는 이후의 대만역사에 분기점이 된 날이다. 이 조약에는 청국이 조선의 완전한 자주독립국임을 인정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따라서 향후의 우리나라 역사 전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417일은 분명 우리에게도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회의는 마잉주(馬英九) 대만총통의 기조연설로 시작됐다. 마 총통은 댜오위다이 열도를 둘러싼 대만의 입장을 분명하면서도 강하게 어필했다. 무대가 국제학술대회장이었으나 마 총통은 의례적인 인사에 그치지 않고 대만의 현안이기도 한 주제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펼쳐보였다. 그는 특히 최근 일본과 합의에 이른 어업협정의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중국이 명실상부한 G2로 부상하면서 국제무대에서의 대만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점차 미미해져가는 가운데 일본과 어업협정을 체결하는데 성공한 것은 분명 대만 외교의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만의 외교적 성과는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일본의 성공이라고도 할만 했다. 센카쿠=댜오위다오=댜오위다이 열도의 영유권을 둘러싼 논쟁에서 양자대결보다는 다자대결이 일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 이외의 당사자가 중국과 대만이라면 현재 센카쿠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이들 사이의 균열을 파고 들어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일본은 이 지역에서의 영토분쟁은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대만을 끌어들여 이이제이가 가능한 구도를 만드는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대만은 어업협정에서 합의한 해역에 중국선의 진입을 불허할 방침을 표명했다.

대만은 대만대로 일본과의 어업협정 체결은 이 지역에 대한 대만의 입장이 존중된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이 점에서 회의에 참여한 대만 참가자들이 마잉주 정부의 정책에 동의한 것과는 달리 중국 참가자들이 제한적으로만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것은 흥미로웠다. 중국학자들은 어업협정 체결이 곧 대만의 영유권 주장을 정당화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 본 참가자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어업협정이 체결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본과 대만과의 사이에 이러한 어업협정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이었으며 따라서 이번 협정은 정상의 회복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은 대만을 끌어들인 혹은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일본의 입장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한된 범위 안에서이기는 하지만 일본과 대만의 이해가 수렴되면서 중국과의 차별화가 눈에 띠는 결과가 됐다. 물론 대만이 장차 중화 민족주의에 수렴돼 일본의 의도와는 달리 중국과 대만이 협력해 일본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향후 대만의 진로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일본 참가자의 중국 비판은 흥미로웠다. 주지하듯이 동북아시아에는 세 가지 영토분쟁이 있다. 지금까지 어떠한 분쟁에서도 무력 시위는 행사되지 않았었다. 그런 점에서 센카쿠=댜오위다오=댜오위다이 열도를 둘러싼 분쟁에서 중국이 무력시위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영토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실효 지배하는 국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국가는 절대 무력을 행사하지 않으며, 이의가 제기됐을 때는 실효 지배하는 국가는 즉각적으로 상호대화를 통해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요약하면 평화적 해결만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발언은 최근 이 지역 분쟁이 전례 없이 무력적 시위를 앞세운 중국의 도발로 일촉즉발의 형세로 전개되는데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발언은 매우 중요하고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 러나 실효 지배하고 있는 국가들이 하나같이 영토 분쟁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사국들이 즉각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동북아시아 영토분쟁 문제를 외교관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일본과 러시아 사이의 영토분쟁과는 달리 한국과 일본 사이 및 일본·중국·대만 사이의 영토분쟁은 역사문제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 영토분쟁은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도 사실 독립적인 문제이다. 거꾸로,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센카쿠=댜오위다오=댜오위다이 열도를 둘러싼 분쟁의 향후 전개과정은 유의하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족 하나. 회의장에 배포된 대만 외교부 발행의 <댜오위다이 열도>라는 제목의 팸플릿에서도 예의 고유영토론이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달 17일 개최된 2013년 댜오위다이 열도 문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마잉주 대만 총통

2013.05.27 송석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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