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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출판문화원

어느 때보다 먹을 것이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식량 부족과 기아문제는 여전히 지구 곳곳에 남아있다. 그 이유는 잘못된 식량 분배 탓일 수도 있고, 기상이변이나 척박한 환경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인구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 된다.

20년 전 젊은 식물생명공학도였던 전종성(생명공학) 교수도 식량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어느 곳에서든 잘 자랄 수 있는 벼를 연구해 식량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손을 보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 당사에 벼 연구는 선행연구가 없는 미개발분야였기에 청년 연구자의 열정은 더욱 뜨거웠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주 식량으로 쌀을 소비하고 있음에도 연구된 내역이 없다는 점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만큼이나 어려움도 있었다. 실험용 생물체에 벼가 포함돼 있지 않아 원천기술부터 개발해야 했던 것이다. 전 교수는 지금와서 보면 보잘 것 없는 기술이었다고 말했지만 그 때 했던 연구는 오늘날 친환경 신초형 벼모델 개발이라 불리는 그의 벼 연구에 중요한 초석이 됐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벼의 개량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오며, 전 교수는 세계적인 문제 중에서 식량문제만이라도 해결된다면 이 또한 평화를 위한 하나의 실천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유전자 변형을 하는 만큼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러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밀폐된 곳에서 재배하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벼 종자를 교배시킨 뒤 세부 유전자 한 두 개 정도만 추가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기에 유전형질의 큰 변화는 없었다. 그는 사람을 위한 식품이기에 친환경적인 요인을 고려하려 애썼다유전자 식품에 대한 우려는 백신이 처음 나왔을 때의 거부반응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벼 연구는 정말 긴 시간 인내가 필요한 학문이었다. 적어도 100개 이상의 유전자 후보를 확보해 전부 재배해 첫 해를 보내고, 두 번째 해에는 수확물 중에서 몇 개를 선출해 각 형질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조합해 세 번째 해에 개발하는 식의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전 교수가 개발 중인, 병충해 저항성이 강하면서도 좁은 땅에서 많은 쌀을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다수확 신초형 벼 모델은 농약을 필요로 하지 않아 벼를 재배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을 줄일 수 있으며, 농약으로 인한 환경오염 또한 막을 수 있게 된다.

3면으로 이어짐

전 교수는 연구를 지속하면서, 노력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시간외에도 투자받기 역시 어려웠다고 한다. “식물을 재배해야 하기에 다른 사업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런데도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 힘들어 큰 관심을 받지 못 했다는 것이다.

기아문제 없는, ‘인간의 행복을 위한 연구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투자 가치측면에서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 판단해 투자가 이뤄지는 외국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다행히 2008WCU(World Class University,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되고 나서 연구비 측면에서는 걱정을 덜었지만, 성과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었다.

이에 전 교수는 녹색혁명 1세대를 이끌어간 주역인 거뎁 쿠쉬(Gurdev singh Khush) 박사를 초청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거뎁 쿠쉬 박사는 벼의 키를 줄이는 방식으로 곡식량을 대폭 늘리는 교배접종의 권위자이다. 전 교수는 2, 3의 녹색혁명을 일으키고 싶었다다음 녹색혁명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그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다수확 신초형 벼 모델 개발사업의 마무리를 앞둔 지금, 전 교수는 BK21+를 비롯한 차기 사업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바람은 우리학교가 벼 연구의 최고가 되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벼 분야는 아직도 발전할 여지가 많은 개척지다.

전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오늘도 인간의 행복을 위하는, 식량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이 더 이상 없길 바라는 마음을 벼에 담아내고 있다. 그 마음이 잘 재배돼, 지구 반대편의 이웃도 경희 쌀로 든든한 하루를 보내게 되기를 바라본다.

▲사업단이 만들어낸 종자는 우리학교 작물 바이오텍 연구센터의 벼 유전자 종자 보관소에 보관돼 있다

2013.05.27 이정우 cyanizm@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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