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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죽나무의 꽃말은 겸손이다. 꽃이 모두 아래를 향해 피기 때문이 아닐까

정문 근처 마을버스정류장 주변에서는 하얀색 꽃이 땅을 바라보며 소복하게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때죽나무의 꽃이다.

때죽나무는 중앙도서관 옆에도 심어져 있다. 대부분의 꽃이 옆이나 위를 바라보는 반면, 때죽나무는 아래를 향해서 꽃을 핀다. 꽃은 5갈래로 갈라져있으나 통꽃이며, 수술이 10개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 분포하며, 필리핀이나 동남아시아에도 있다. 유럽에도 때죽나무가 있는데 우리나라에 있는 종과는 다른 식물로 서양때죽나무라고도 한다.

성경책 출애굽기 30:34를 보면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소합향과 나감향과 풍자향의 향품을 가져다가 그 향품을 유향에 섞되라는 구절이 있다. 성경을 해설한 내용을 보면 소합향이 팔레스테인 어떤 나무의 진액을 채취해서 제조한 향이라고 되어 있는데, 소합향을 번역하면 서양때죽나무다.

서양때죽나무는 나무껍질에서 고무같은 수액이 나온다. 이를 모은 것이 나타프(Nataf)인데, 안식을 위한 향수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풍나무 종류에서 향을 채취해 쓴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 있는 때죽나무는 고무 같은 수액이 나오지는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이 때죽나무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았다. 때죽나무의 열매를 으깨서 물에 풀면 물고기가 마취돼 물위로 떠오를 때 잡는 방식이었다. 지난해에는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원에서는 이를 연구해, 때죽나무 열매를 이용한 어류용 천연마취제를 개발해 특허등록까지 마쳤다고 한다.

때죽나무의 열매에는 회색의 털이 있으며, 한 개씩 열린다. 가끔 열매 같은 것이 여러 개 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열매가 아니라 때죽납작진딧물의 충영[insect gall , ?]이다. 이런 충영 중에서도 붉나무에 있는 오배자라는 것은 약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때죽나무의 충영은 약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때죽나무는 예전부터 우리 주변에 흔히 자라는 나무여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여러 용도로 쓰였다. 동학운동 때는 무기가 부족하자 때죽나무 열매를 빻아서 화약과 섞어서 사용했다고 하며, 농기구의 자루나 가구를 만들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조금 다르게 사용했다. 물이 부족할 때 허드렛물을 사용하기 위해 족낭이라 불렸던 때죽나무의 가지로 띠를 만들어서, 식수로 사용하기 위한 빗물인 참받음물을 모았다고 한다. 참받음물은 천제를 지낼 때 사용하기도 했는데 다른 물과 달리 썩지 않고, 오래 두어도 물맛이 좋았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우리학교에도 심어져 있듯이 조경수로도 많이 사용됐고, 때죽나무의 기름과 팥가루를 섞어서 미백용 화장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약용으로는 때죽나무의 과실을 옥령화(玉鈴花)라고 하여 구충약으로 사용했으며, 한약명으로 매마등(買麻藤)이라고도 하는 이 꽃은 목이 아프거나 치통에 사용하기도 하고 뱀에게 물렸을 때 찧어서 붙이기도 한다. 잎은 풍습(風濕)에 쓴다고 한다. 매마등은 겉씨식물 중에 하나로 때죽나무의 한약명과 이름이 같지만 대상 식물은 전혀 다르다.

지방에서는 노각나무, 족나무, 제돈과, 개동백이라고도 한다. 동백나무, 생강나무, 때죽나무 같이 향이 있는 나무로 기름을 받을 수 있으면 대부분 개동백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 같다. 그 특징보다는 쓰임새를 기준으로 이름이 지어진 것 같다.

때죽나무라는 이름은 수많은 열매의 머리 생김새가 약간 회색으로 반질반질해 마치 스님이 떼로 몰려있는 것 같다하여떼중나무라고 부르다가 소리음이 변해 때죽나무가 됐다고 하기도 하고, 열매를 찧은 물은 독성이 매우 강해 물고기를 여 잡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나무줄기에 때가 많아 검게 보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어떤 것이 정확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때죽나무의 꽃말은 겸손이다. 아마도 꽃이 모두 아래를 향하여 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화려하지만 겸손한듯하고, 어디에나 있지만 참 쓸모 있는 나무가 때죽나무 인듯하다.

2013.06.03 안범철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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