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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단위 재조정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일이 됐다. 목전의 PRIME사업은 차치하더라도 감소추세에 놓인 학령인구 현황이나 2018년의 입시제도 개편 같은 외적 요인들을 고려해볼 때, 우리학교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학문단위 재조정은 필수적인 초석이기 때문이다. 중등교육과정에서 문·이과의 구분이 사라지고 학문단위가 통합되는 2018년 이후로는 모든 예비 신입생들이 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진로를 고민하게 된다. 바야흐로 진짜배기 ‘학문간 융합의 시대’가 개막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학교의 81개 학문단위가 일사불란한 역할 분담과 학문간 교류시스템 마련을 통해 융합 학문의 시대에 맞는 교육환경을 조성해가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번에 우리신문이 지령 1600호 특집기획으로 준비했던 ‘하나의 경희’ 시리즈에 대해 나타난 구성원의 다양한 반응 속에서는 양 캠퍼스에서 적어도 십 수 년 전부터 이어져오던 고착화된 편견이 여러 지점에서 관측된다. ‘하나의 캠퍼스’에 대한 양 캠퍼스 구성원 간의 인식 차이가 경희의 ‘진정한 하나’를 번번이 가로막아온 지난날을 상기해볼 때, 수많은 시일이 흐른 오늘날에도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은 이 문제에 대해 예로부터 지금까지 ‘문제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을 그 잠재적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통시적으로 돌이켜보면 유사학과·대외 인식 등 소위 본·분교 문제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는 동안 대학본부는 이 사안을 제대로 직면한 적이 없었다. 자꾸만 ‘현상’으로 불거져 나오는 이 문제를, 대학본부 측은 언제나 ‘캠퍼스 별 운영 원칙’을 되풀이해서 설명하거나, ‘학생 간의 논의’ 에 맡기거나, ‘캠퍼스 명칭변경’으로 우회하면서 유야무야 넘겨왔다. 힘들고 부담스러운 이슈라는 이유로 대학본부가 문제를 외면하며 구성원과 소통을 포기한 사이에, 해당 문제는 자연 치유되기는 커녕 반복·누적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학문단위 재조정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일이 됐다. ‘학문단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은 대학본부의 권리이겠지만, 그 정책의 상세와 각론은 대학과 구성원이 긴밀히 협의해서 이뤄가야 하는 것일 테다. 우려스러운 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대학은 그동안 우리학교의 미래를 좌우할 거대담론에 대해 구성원과 제대로 된 소통의 시간을 가졌던 경험이 부족하다. 대학이 ‘구성원을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감 자체에 짓눌려있는 사이에 구성원 사이에선 편견과 오해가 깊이 쌓여온 바 있다. 그리고 이제, 자칫 잘못하면 학문단위 재조정 문제에서도 이와 유사한 행보를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주의는 ‘불편한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데서 출발한다.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방과 꾸준히 대화하고 토론하여 의견을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다. 구성원 간 소통 여하에 따라, 학문단위 재조정은 우리학교가 미래를 담보하며 ‘진정한 하나’로 나아갈 수 있는 출구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전 구성원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내몰 수 있는 벼랑이 될 수도 있다. 대학은 어떤 자세와 모습으로 우리학교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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