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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한마디 못하는데 졸업…그건 비리입니다.’ 우리학교 송영복(스페인어학) 교수가 <오마이뉴스>시민기자로서 직접 작성한 기사의 제목이다. 그는 기사에서 스페인어학과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어 한 마디 못하는 졸업생의 현실에 대해 꼬집으며, 이는 단순히 우리학교 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사회 전반의 ‘졸업장 남발’현상 탓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최고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대학들이 비정상적·편법적·불법적인 일을 묵인하고, 이것이 대학의 발전과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기사작성의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서 송 교수는 “작은 정의가 모여 큰 정의가 되는 것”이라며 “본인이 속한 작은 사회에서부터 정상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신념에 따라 자신이 속한 스페인어학과부터 교육정상화를 하자며 제언하고 나선 것이다.

처음 그는 학칙에 명시된 출석일수를 채우지 않았는데도 수업을 인정받는 경우, 졸업학점을 이수하지 않았는데도 졸업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도대체 지키지 않을 학칙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학위란 ‘교육적·사회적 합의’, 즉 ‘라이센스(자격증)’라고 말한다. 교칙은 이 합의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이자 특정한 분야의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과정을 명시한 것인 만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소한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졸업하는 현실은 결국 비리인 셈이다. 그는 “대학을 다니는 것은 졸업장 취득이 아니라 학문을 쌓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돼야 한다”며 “본질을 왜곡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송 교수의 기사에는 약 600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체로 공감하는 댓글이었지만 송 교수의 의견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또한 존재했다. 대학생들은 취업이라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계속해서 졸업 비리를 눈감아 준다면 결국에는 사회에서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자신이 속한 분야의 경쟁력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송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을 쉽게 하고 싶은 마음을 버렸으면 좋겠다. 졸업을 하고 수십 년이 지나도 남 앞에서 자신의 전공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눈앞에 있는 취업을 위해서 평생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 교수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어찌 이러한 글을 쓰면서 자기 얼굴에 침을 뱉고 지리한 고통으로 이어질 분쟁을 원하겠습니까. 그렇지만 대의와 공익은 모두를 위해서 지켜져야 합니다. 따라서 학칙과 학과의 교육목표 그리고 교육과정 시행세칙 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조치들은 바로 잡아져야 합니다.’ 진정한 교육, 그리고 그 교육을 위한 정직한 학칙운영에 대한 송 교수의 제언이 우리학교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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