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630

그들을 돕는 이유

경희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며

 

 우리는 흔히 학교의 설립자는 재단이지만,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에게 있다고 한다. 이 말 자체에 별반 틀린 점은 없으나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더욱 완벽한 말이 될 것이다. 밑에서 학교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일하는 청소노동자들, 그리고 무수히 많은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학교의 주인이라고. 그들이 없으면 아마 학교 구석구석은 온갖 쓰레기들과 악취로 진동을 할 것이다. 수업 중간에 간식으로 먹은 음료수와 과자, 축제가 끝나고 여기저기 널린 쓰레기와 구토의 잔해물. 작년에 있었던 소위 ‘패륜녀’ 사건 이후로 총학생회나 학우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쓰레기가 완벽하게 청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노동이 학교를 깨끗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까지 청소 노동에 대해서 매우 당연하게 생각해왔을 뿐,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관심을 주지 못했다. 올해 초 홍익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착취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저항하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이후 고려대학교 · 덕성여자대학교 · 연세대학교 · 이화여자대학교 등의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투쟁에 나섰다. 아마도 지금 이 글을 보는 학우들 중에서도 당시 사건에 관심을 기울였을 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희대학교도 투쟁에 나섰던 다른 학교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 월급은 최저 임금에 훨씬 못 미치고, 제대로 된 보수도 받지 못한 채 토요일에도 격주로 근무를 해야 한다. 지정된 휴게 공간에서, 그것도 출입구도 낮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열악한 휴게 공간에서 쪽잠을 자고 다시 청소를 한다. 우리가 매우 당연하게 여기는 깨끗한 학교는 청소노동자들이 매우 당연하지 않은 노동 환경과 조건에서 만들었다.

 

 이렇게 기본도 갖추어지지 않은 환경 속에서 말없이 청소를 하던 그들이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답게 일을 하고 싶다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 싶다고. 하지만 정작 하청회사인 신한공사는 4년간 고용을 했으면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전혀 몰랐다면서 변명을 늘어놓고, 총학생회나 학생들의 관심은 있으되 아직은 미약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그들의 투쟁을 지지해야 한다. 단지 그들이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을 하는 것이 불쌍해서가 아니다. 비록 각자 앞으로 하게 될 일은 서로 다르겠지만, 결국 학생들의 대부분은 노동자가 된다. 이는 이 사회에서 매우 당연한 일이며,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학우 개개인이 한 사람의 노동자로써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하는 것에 동참해야 한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이 청소노동자 역시 학교의 구성원이다. 학교의 구성원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다른 구성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같이 싸우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는가?
 이제 10월 6일, 경희대 청소노동자들이 모여 세운 노동조합이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고황교지편집위원회는 적극적으로 ‘경희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참여해왔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들의 권리 쟁취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학우들이 계속 관심을 갖길 진심으로 바란다.

 

2011년 10월 4일

 

희대학교 고황편집위원회

(http://khkh.net)

 

※ 공대위 트위터 계정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khu_bobnrose) 관심있는 사람들은 많이 팔로우, RT를 해주십시오.

profile
번호
글쓴이
387 대학주보 [1498호] 튜터링제 악용 여전 … 점검 강화·의식개선 필요
대학주보
2011-09-20 3479
386 대학주보 [1498호] 강동경희대병원, 약품 불법 유통 혐의 벗어 1 file
대학주보
2011-09-20 8023
385 대학주보 [알림] 대학주보 페이스북 '친구'가 되어주세요 file
대학주보
2011-09-20 9965
384 대학주보 [1499호] 국제캠, 캠퍼스종합개발 수정안 두고 협의 지연
대학주보
2011-09-27 3715
383 대학주보 [1499호] 많이 빌리기만 하면 받는 다독상?
대학주보
2011-09-27 4572
382 대학주보 [1499호] 양 캠퍼스 취업률 ‘반타작’ 서울 54.1%, 국제 54.8%
대학주보
2011-09-27 3624
381 대학주보 [1499호] 서울 총학, ‘반값수업의 날’ 개최 국제 총학, 반값등록금 시위 연행자 모금 진행
대학주보
2011-09-27 4195
380 대학주보 [1499호] 공간 특성 고려한 디자인으로 효율성 높여야 2
대학주보
2011-09-27 4299
379 대학주보 [캠퍼스 소식] 중앙일보 대학평가 7위 - 취업률은 46위 대졸 평균에도 못미쳐
대학주보
2011-09-27 4330
378 대학주보 [1498호] 공간 문제 해결, 기존 공간 활용성 높이는 것부터
대학주보
2011-09-28 5292
377 대학주보 [캠퍼스소식]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
대학주보
2011-09-28 4047
376 영어신문사 경희대 영어신문사 (The University Life)가 쿠플에서 학우 여러분을 만납니다. file
영어신문사
2011-10-04 11564
375 대학주보 [1500호] 약학대학 만족도 79점으로‘최고’ 양 캠퍼스 평균 만족도 66점 … 지난해와 동일
대학주보
2011-10-04 3729
374 대학주보 [1500호] “국제캠 학생은 의료공제 받을 수 없나요?”
대학주보
2011-10-04 5095
373 대학주보 [1500호] “질서 지키니 버스도 금방 타네”
대학주보
2011-10-04 4886
372 대학주보 [1500호] 축구부, 조 3위로 U리그 챔피언십 진출
대학주보
2011-10-04 3612
371 대학주보 [1500호 특집] 대학평가지표 위주의 성장 학생 체감도는 ‘제자리’
대학주보
2011-10-04 4054
370 대학주보 [1500호 특집] 졸업반 A 군의 1일
대학주보
2011-10-04 4230
369 대학주보 [1500호 특집] 평가 순위와 실제 위상 ‘다르다’ 42.5%, ‘같다’ 34.1% file
대학주보
2011-10-04 4154
368 대학주보 [1500호 특집] 계량할 수 없는 대학의 가치 간과 말아야
대학주보
2011-10-04 4168
367 대학주보 [1500호 특집] 학교 정책·예산 - 평가지표의 상관관계는?
대학주보
2011-10-04 4565
366 대학주보 [1500호 특집] 대학평가 객관성의 역설, 지표와 현실의 괴리 해결할 방안 모색해야
대학주보
2011-10-04 4501
365 대학주보 [1500호 특집] 정량지표에만 의존하는 교과부 … 대학 집단사퇴, 동맹휴업으로 반발 나타나
대학주보
2011-10-04 4038
364 대학주보 [1500호 특집] 대학 본질로 회귀한 사유 통해 기존 패러다임 뛰어넘는 지적가치 추구해야
대학주보
2011-10-04 4339
363 대학주보 [1500호 특집] 사설- 대학평가 결과, 학생이 공감할 때 빛을 발한다
대학주보
2011-10-04 4051
362 대학주보 [알림] 대학주보가 지령 1500호를 맞았습니다.
대학주보
2011-10-04 3568
교지고황 [성명] 그들을 돕는 이유 - 경희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며
고황
2011-10-04 5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