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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경희대 첫 여성 ROTC로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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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학생들에게 가장 재미없는 이야기가 뭐냐고 물어보면 바로 예비역 복학생들의 군대이야기라는 대답을 많이 한다. 그것보다 더 재미없는 이야기는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라고 꼽는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군대 이야기가 남성의 전유물로만 남지는 않을 것 같다. 대학에서 처음으로 여성 ROTC를 창설한 숙명여대, 성신여대에 이어 우리학교에서도 6.8:1의 경쟁률을 뚫고 첫 여성 ROTC가 탄생한 것이다. 그 네 명의 주인공, 김은지(국어국문학 2009)·신나라(국어국문학 2010)·이예나(정치외교학 2010)·최두리(성악 2010) 후보생을 만나봤다.

여성 ROTC 4인방은 군대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예비역 선배를 붙잡고 군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를 만큼 평소에도 군대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어느덧 훈련 일정에 접어들어 집체교육을 받고 있는 그녀들은 다부지게 ROTC 지원 동기를 전해왔다. 김은지(국어국문학 2009) 후보생은 “군인이 정말 되고 싶어 휴학까지 감행하고 ROTC로 입대했다”고 말했고, 신나라(국어국문학 2010) 후보생은 “군인인 아버지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며 같은 꿈을 꾸었고, 장기복무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서 이예나(정치외교학 2010) 후보생은 “특전사를 지원할 수 있다면 당장 지원하고 싶다”고 의지를 전했고, 최두리(성악 2010) 후보생은 “전공인 성악을 발판삼아 군악대장이 되고 싶어 지원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정서상, 여성이 군복을 입고 나라를 위해 땀을 흘린다는 것이 아직은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주변에서 걱정과 염려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군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 사고뉴스들이 올해 유독 많이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부정적인 편견들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 최 후보생은 “군대의 질서 속에서 자유를 배울 수 있으니 큰 경험이 될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서 큰 용기를 얻었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여성으로서 응원해주신 어머니가 고맙다는 신 후보생은 “아버지께서도 군인이신데 어머니께서는 저 또한 군인이 되어서 저의 성격형성에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응원해 주셨어요”라고 고마워했다. 그 밖에 예비역 동기 및 선배들의 응원 역시 이들에게는 최고의 보약이었다고 한다.

 

 

‘보약’의 효과덕분인지 이들은 현재 받고 있는 훈련이 힘들지는 않다고 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총검술과 제식훈련, 30kg 완전군장으로 걷는 행군은 현역군인도 힘들어 하는 과정이다. 신 후보생은 “훈련은 힘들지 않습니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전 원래 평소 행동이 느린데 이번 훈련을 통해 빨리빨리 행동하는 습관을 가졌고, 정신력 또한 상당히 향상되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점은 바로 익숙치 않은 것들에서 오는 긴장감이다. 이 후보생은 “관등성명을 대는 일이나 밖에서 선배님을 봤을 때, 인사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항상 긴장하며 캠퍼스를 거닐어야하고 하루하루 군인들이 되어가는 동기들을 보며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매일같이 운동장의 흙먼지를 나누어 마시며 훈련을 받고 군화끈을 동여매면서 군인다워지기 위해 부대끼다보니 4명의 후보생들 사이에도 전우애란 것이 싹텄다고 한다. “저희 네 명은 학군단을 지원했을 때부터 모여서 함께 체력단련을 하고 자주 식사도 해서 친해졌어요. 모험심이 있고 도전을 즐기는 경향도 서로 있다고 느껴요. 집체교육을 받으면서 꽤 전우애가 생겼죠”라고 신 후보생은 그간의 과정을 전했다.

이렇듯 자부심과 전우애를 쌓으며 땀 흘리는 4명의 후보생들에게 군화보다 무겁고 익숙하지 않은 군복보다 훨씬 불편한 시선이 있다. 그것은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순수한 목적이 아닌 취업을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 지원을 했든지 ROTC가 된 이후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또한 후보생 생활과 의무복무 기간에 성실히 국가를 위해 복무한 후에 다른 분야로 취업하는 남후보생들도 많은데 여후보생들에게만 유난히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에겐 당장의 불편한 시선이 어쩌지 못할 당찬 꿈이 있었다. 신 후보생은 “고등학생 때 학급회장을 하면서 크게 느낀 점은 리더에게 공감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그 점을 유념해 감성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후보생은 제2의 여성 ROTC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여자여서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는 마음 때문이다. 팔굽혀펴기를 하나도 못 했었는데 일주일을 연습하니 되더라. 운동장 열 바퀴도 뛰어지더라. 주의해야 할 것은 겸손한 자세로 하나씩 배워가야 한다는 것과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용기를 내서 꼭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들은 곧 빛나는 소위계급장을 어깨에 달게 될 것이며,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 배치되어 국가를 위해 헌신할 것이다. 그리고 휴가를 나와 아직 미필자인 남자 후배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군대 이야기’를 펼치며 웃을 멀지 않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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