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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흔적 없이 살해된 소녀! 사라진 진실! 40년간 풀지 못한 악마의 퍼즐을 맞춰라!
부패 재벌을 폭로하는 기사를 쓰고 소송에 시달리던 신념 강한 기자 ‘미카엘(다니엘 크레이그)’. 곤경에 빠진 그에게 또다른 재벌 ‘헨리크’가 40년 전 사라진 손녀 ‘하리에트’의 사건을 조사해 달라며 손길을 내민다. 거부할 수 없는 거래에 응한 미카엘은 방대한 조사에 착수하기 위해 조수를 요청하고, 용 문신을 한 범상치 않은 외모의 천재 해커 ‘리스베트(루니 마라)’를 만나게 된다.
미카엘의 본능적인 집요함과 리스베트의 천재적인 해킹 능력으로 미궁에 빠졌던 단서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두 사람. 하지만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역사상 가장 잔혹한 악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는데….

 

◆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 제작국가: 미국 / 감독: 데이비드 핀처 /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 158분 / 국내 개봉일: 2011년 1월 12일 / 배급사: 한국 소니픽쳐스 릴리징 브에나비스타 영화(주) / 등급: 18세 관람가 / 장르: 드라마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는 우리 안에 잠재한 폭력성을 내러티브적․시각적으로 재현하면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그런데 좋은 스릴러 영화는 우리가 느끼는 긴장감의 기원을 사회적 무의식의 차원에서 찾게 한다. 이를테면, 스릴러 영화는 주인공이 살고 있는 시대에 팽배한 불안, 의심, 절망의 요인을 잡아내기도 한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부지불식간에 고착화 되어 온 사회의 병리적 구조를 고발하기도 한다. 걸작이라고 칭할만한 스릴러 영화들은 그런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가 그렇고, 알프레도 히치콕의 명작들 중 일부가 그러하며, <세븐>에서 <파이트 클럽>, <조디악>을 거쳐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에 이르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스릴러도 동류에 속한다.

핀처의 영화는 때론 매니악한 면모를 드러낸다. 오프닝 타이틀의 현란한 영상미도 유다르게 인상적이지만, 복잡한 미로를 헤치며 충격적인 결론을 향해 육박해가는 내러티브 구조(개인적으로 ‘미로 플롯’이라고 부르고 싶다)도 호오가 엇갈린다. 특히 그의 스릴러 영화는 우리의 지적․정서적 촉수를 예민하게 가다듬으며 결코 짧지 않은 런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이때의 긴장감은 평범한 인간 안에 내재한 악마성을 섬뜩하게 드러내는 결말부시퀀스에서 절정에 달한다.

<밀레니엄>은 그의 스릴러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핀처만의 ‘미로 플롯’과 그것의 진가를 버리고 가진 않는다. ‘가장 대중적’이라는 평가는 아마도 원작의 힘 때문일 것이다. 알려진 바대로, 이 영화는 스웨덴에서 산출된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밀레니엄》 시리즈에 기초한다. 아마도 핀처는 장르적 쾌감을 자아내는 원작소설의 박진감에 매료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밀레니엄>을 통해 “어른들을 위한 해리포터”, “성인용 프랜차이즈”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하기도 한다.

그만의 ‘미로 플롯’을 말하자면, 대중들에겐 외면받았지만, 그 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였다고 기억되는 <조디악>을 빼놓을 수 없다. <조디악>이 유도하는 지적 긴장감은 그 근래에 영화관에서 느낀 적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범인이 특정화되는 과정에서 당대 사회의 병리적 상태를 환기시키는 그의 솜씨가 드디어 일가를 이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특히 부풀어가는 의혹과 넓어지는 용의선상 사이에서 용의자, 관객, 주인공이 필연적으로 벌이게 되는 두뇌 게임은 핀처식 ‘미로 플롯’의 백미였다.

▲<밀레니엄>의 감독 데이비드 핀처의 스릴러 영화는 사회심리학적 독법으로 읽어내야 하는 영화다. 그의 전작 <조디악>도 마찬가지였다. 끝내 잡히지 않은 연쇄살인범의 실화를 그려낸 <조디악>은 1969년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을 꼼꼼히 묘사하면서 당대의 미국사회를 투영해낸다. 연쇄살인마라는 소재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피냄새 흥건한 잔혹한 분위기 대신에, 이 영화를 채우고 있는 것은 냉정하고 사실적인 스케치와 범인을 쫓는 사람들의 세세한 발걸음이다.  

 


<조디악>은 ‘조디악’이란 별명을 가진 실존하는 연쇄 살인마 이야기였다. 그가 각종 언론에 편지와 협박문을 보내며 유유히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동안, 우리는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하던 미국인들의 유약한 개인주의를 보게 된다. 또 미국인들의 국가관에 깃든 허망한 자부심을 만나게 된다. 자유와 안정을 보장한다고 외치는 미국사회의 공권력은 사실상 점점 범인 잡는 일 자체를 포기하고, 한 신문사의 비정규직 삽화가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 분)만 자기 생애를 저당잡힌 채 범인에 접근해가지 않던가. 그래서 <조디악>은 미국인들의 무의식 속에 내재한 공포와 사회의 병리적 구조를 동시에 보여주는 역작인지도 모른다.

이제 <밀레니엄>으로 돌아와 보자. 이 영화의 ‘미로 플롯’ 역시 관객의 지적 투지(?)를 요구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2시간 30분 내외의 스릴러물을 만들면서도 핀처는 우리의 호기심어린 긴장을 계속 유지시키는 연출 능력을 갖고 있다. 미카엘(다니엘 크레이그 분)은 ‘밀레니엄’ 신문사의 대표 기자로 사회적 명성을 쌓아 왔지만 대재벌 ‘베네르스트룀’과의 소송에서 패한 후 경제적․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린다. 그때 스웨덴 최고의 재벌 방예르가의 총수 헨리크(크리스토퍼 플러머 분)가 흥미로운 제안을 해온다. 40여 년 전 사라진 손녀딸인 하리에트의 실종 사건에 관한 내막을 밝혀주면, 막대한 금전적 보상과 함께 현재의 난국을 타개해주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범인은 하리에트가 헨리크에게 선물한 바 있는 압화(생화나 식물을 말려 원형 그대로 보존한 것)를 매년 헨리크에게 보내주는 여유까지 갖춘 집안사람이다. 그 즉시 미카엘은 방예르가 근처로 이주한 후, 하리에트 실종 사건을 풀기 위한 추리를 시작한다.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한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수퍼 베스트셀러인 <밀레니엄> 시리즈(국내 출간 제목은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부 <휘발유 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3부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이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스웨덴 현지에서 먼저 영화화 되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이 소설은 곧바로 할리우드에서 다시 영화로 재창조되었다. 원작소설과 스웨덴 버전 영화라는 이전 서사의 존재때문에, 이 할리우드 버전 <밀레니엄>은 감독 데이비드 핀처의 영향이 어디에 어떻게 얼만큼 미쳤는지 살펴보는 재미(와 의미)를 보다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밀레니엄>의 진정한 재미는 미카엘과 손잡은 그의 동료 리스베트(루니 마라 분)에 의해 파생한다. 사견이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최근 영화에서 리스베트처럼 흥미로운 캐릭터를 만난 적이 없다. 그녀는 천재적인 기억력과 암기력을 지녔으며 신비한 해킹능력까지 겸비했다. 그러나 그녀는 국가의 감시를 받는 정신병력자로 규정되어 있으며 사회적 관계망에서 완전히 탈각된 것처럼 여겨진다. 레이디 가가를 능가하는 헤어스타일과 유다른 얼굴 피어싱도 강렬하지만, 보이시한 그의 외모보다 반항적이고 펑키한 사생활은 계속적으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런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연민은 이 영화의 주제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결론부의 정보부터 말하면,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하리에트를 추적하며 알아낸 건 방예르가의 음험한 비밀이다. 방예르가는 반유대인 정서와 나치주의를 통해 결속되어 왔으며 그 와중에 유대의 율법에 따라 여성을 연쇄 살인하는 만행을 일삼았다.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밝혀낸 하리에트 실종 사건도 그러한 폭력성을 함축한다.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에 시달린 하리에트는 자기방어를 위해 순간적으로 아버지를 죽인다. 그런데 그 장면을 친오빠 마르틴(스텔란 스카스가드 분)이 목격하고 만다. 이 사건은 하리에트에게 이중의 정신적 속박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렸을 적 아버지를 죽이려다가 정신병자로 분류된 리스베트의 과거를 하리에트 사건과 전혀 무관하게 읽을 순 없을 것이다.

 

▲전작들과 같이 데이비드 핀처는 <밀레니엄>에서도 당대 사회의 무의식을 건드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타이틀 뒷면에 자리한 스웨덴 사회의 편린이 생생히 드러난다. 신념에 찬 기자 미카엘과 천재 해커 리스베트가 한 가문의 무시무시한 실체를 파고드는 이 영민한 스릴러는 <세븐>과 <조디악>에 이은 데이비드 핀처의 '악(惡) 3연작'이 될 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영화사가 장사를 할 줄 아는 회사라면 <밀레니엄> 원작소설의 나머지 두 편도 핀처의 스타일로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른다.

 


하리에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만약 살아있다면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 글로 알려주진 않겠다. 물론 하리에트 실종 사건에 결정적으로 개입한 진범에 대해서도 침묵하겠다. 단지 이 영화를 통해 우회적으로 주목해야 할 점을 말한다면,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스웨덴에서조차 성적 차별과 폭력이 만연되어 있다는 영화적 정보다. 또한 우리가 의심하거나 우려했던 것처럼, 재벌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반윤리적 사건들이 횡행했다는 고발이다.

요즘 대한민국의 이슈들에 눈 헹궈 온 당신이라면, 우리나라가 좋은 스릴러물이 나오기에 적합한 토양, 그 자체란 걸 알 것이다. 누구나 스릴러물의 주인공이 되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이웃 때문에 괴롭다 하기 전에, 내 안에 잠재해 있을지 모를 ‘악’의 은신처를 추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어쩌면 핀처는 자신만의 캐릭터 뒤에 숨어 살면서 그런 윤리적 인간형을 탐구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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