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한 선수의 ‘과격한’ 세레머니에 관한 논란이 들끓었다. 참고로 기자는 어느 특정 프로야구 팀의 팬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 당시 사건은 승리 팀의 수훈선수 인터뷰 상황에서 벌어졌다. 방송사는 여느 때와 마친가지로 수훈선수를 선정해 승리소감을 묻는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그 때 동료선수가 다가와 인터뷰를 준비 중이던 선수와 여자 아나운서를 향해 물세례를 퍼부은 것이다. 결국 그들은 물에 젖은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인터뷰를 진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사건이 벌어진 후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물을 뿌린 선수는 동료 선수보다는 아나운서의 얼굴 정면을 향해 물을 뿌린 것처럼 보였고, 당황하는 아나운서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웃기다’는 반응을 보였다. 승리를 축하하는 ‘세레머니’의 일종으로 볼 수 있었겠지만, 문제는 해당 선수가 이런 ‘사고’를 친 것이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도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아나운서에게 물을 뿌려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 번 쯤은 넘어가주던 팬들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대다수가 그 선수를 향해 엄청난 비난을 쏟아냈고, 방송사 관계자가 ‘감전 사고의 위험’을 이유로 SNS에 야구선수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이에 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지만, 야구선수를 싸잡아 비난하지는 말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해당 구단의 감독, 선수, 그리고 선수협, 방송사가 오해를 풂으로 인해 잘 마무리됐지만, 이 일련의 과정은 아무런 교훈도, 의미도 없이 그저 모두가 상처를 받은 ‘진흙탕 싸움’이 돼버렸다. 사실 경기가 끝난 후 승리를 자축하는 세레머니는 어느 프로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승리에 취해 음료수를 쏟아 붓는 행위를 협찬음료 이름을 빗대 흔히들 ‘게토레이 샤워’로 표현하기도 한다. 독일과 일본의 프로스포츠에서는 맥주를 이용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한다. 물론 선수들뿐만 아니라,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들에게도 음료수나 맥주를 퍼붓는다. 그리고, 그들은 아예 통째로 음료수나 맥주를 뒤집어 쓴다. 지난주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있었던 모습은 ‘약과’에 불과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면 왜 사건의 장본인인 모 프로야구 선수의 행동은 그토록 비난을 받는 것일까. 이는 아직 ‘물을 붓는다'라는 세레머니의 형식에 대한 무언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기분만을 좇아 선수 외의 방송관계자들에게까지 물을 뿌려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 이후로 우리나라 구단들은 경기 후 세레머니에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심지어 한 구단에서는 선수들이 인터뷰 중인 수훈선수와 아나운서에게 빵과 음료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사건이 예상 밖으로 큰 파장을 가져와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 것이었겠지만, 이런 모습은 어쩌면 과격했던 다른 세레머니들보다 더욱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진정한 프로의식을 갖춘 선수라면 팀 승리를 우선시하는 것만큼 팬이나 방송사 등 자신들과 함께하는 이들을 위하는 마음을 갖춰야 한다. 승리의 기쁨 속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과, 그것이 기반이 되어 최소한의 룰을 지닌 세레머니야 말로 정말 모두가 즐거워 할 수 있는 자축이 아닐까. 누군가에겐 ‘장난’일 수도 있는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상처’로 돌아갈 수 있다. 이는 비단 프로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면 그 행동과 말을 표현하는 그 방법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갖춰질 때 비로소 진정한 ‘세레머니’의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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