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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선수에서 한겨레신문 대표까지… “변화 두렵지 않다”

#. 농구선수에서 교사로, 교사에서 사회운동가로 그리고 신문기자에서 신문사 경영진에 시인까지 한 사람의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많고, 또 다양하다. 이 이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고광헌(체육학 73) 동문이다. 변화를 거듭해온 그의 인생을 들어보고, 언론의 자유 혹은 자유언론에 대한 생각을 나눠봤다.


특별한 이야기가 없는 인물도 인터뷰하기 어렵지만, 이야기가 너무 많은 인물 역시 곤욕스럽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글을 풀어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고광헌 동문이 바로 후자의 경우였다. 

그는 73년, 농구부 특기생으로 우리학교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지금 농구부를 이끌고 있는 최부영 감독의 1년 후배이자 룸메이트였다. “농구를 잘했다”고 자평하는 그가 농구를 포기한 것은 3학년 때 결핵을 앓았기 때문이다. 3학년 때부터 책을 읽고 문학공부를 했고, 체육학과를 졸업 한 뒤에는 체육교사가 됐다.

교사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고 동문은 “농사짓는 집에 언제까지 손 벌릴 수는 없었고, 체육교육에 대한 꿈도 있었다”고 말했다. 체육교사가 된 뒤에도 고 동문은 문학공부를 하고 싶어 야간학교를 물색했다. 고민 끝에 우리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밟았고, 재능을 살려 1983년 광주일보에 시로 등단하기에 이른다. 또한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민중교육》에 체육관련 논설을 게재했는데 당시 독재정부는 《민중교육》이 ‘좌경용공’이라며 탄압을 했다. 결국 교육위원회의 조사를 받던 20명 가운데 10명이 파면, 7명이 강제사직, 2명 감봉, 1명 경고를 받았고 고 동문은 파면 된 10명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그 뒤 민주교육실천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사회운동을 한다. “개인의 삶이 개인의 것이 아닌 정부에 의해서 규제받는 것이 억울했다”는 것이 고 동문이 전한 사회운동 시작의 배경이다. 

“비판하지 않는 언론은 무가치하다”

쉼 없이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이것은 그의 인생의 서두에 불과했다. 고 동문이 지금까지의 인생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낸 것은 한겨레신문에서 기자와 경영자로서다. 전(前)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인 그는 지난달 22일 언론정보대학원으로부터 ‘제11회 경희언론문화인상’을 받기도 했다.

88년 ‘한겨레’ 신문의 창간과 함께 일을 한 고 동문은 학부전공을 살려 체육부 기자로 활동을 시작한다.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던 때”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체육부 기자로 언론활동을 시작한 그는 비판적인 시각의 기사들을 끊임없이 써냈다.

지난 2001년 고 동문이 사회부장이던 당시 한겨레의 언론개혁 시리즈가 주목을 받았다. 언론개혁 시리즈는 3개월 동안 70여 건의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권력과의 유착관계와 그릇된 과거를 낱낱이 밝혀냈다. “싸우자는 것이 아니었다. 공격하고 헐뜯는 게 아니라 비판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 잡고 더욱 좋은 기사를 만들어 낸다면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10년, 소위 말하는 ‘조중동’은 제자리다.

아이러니한 것은 비판받는 신문이던 ‘조중동’이 고 동문과 인터뷰하기 전 날 종합편성채널을 개국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종이신문에서 ‘조중동’ 독자비율이 압도적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그는 고개부터 저었다.

“개인적으로 이미 끝이 결정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뢰를 잃어버린 언론이다. 권력과 결탁한 지금은 영향력이 크지만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 ‘나는 꼼수다’와 같은 인터넷 방송이 나오고 SNS가 영향력을 키우는 현재, 신뢰를 잃어버린 언론이 설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종합편성채널은 이제 언론사로서가 아니라 사기업으로서 수익창출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말만으로 비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는 지난 1일 경향신문과 함께 1면에 종편반대 백지광고를 실었다. “1면 광고료 5,500만 원 버린거지”라고 웃는 고 동문과 따라 웃었다. 광고와 관련해 고 동문과 한겨레가 겪었던 ‘일’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 동문의 비판은 말 그대로 ‘성역’이 없었다. 고 동문은 한겨레 대표이사직에 있을 때 한겨레는 삼성의 비자금 논란이라는 특종을 잡아냈다. 그것을 여과 없이 기사화해 비판했다. 그 결과 한겨레에 돌아온 것은 삼성의 광고 압박이었다. 신문의 가장 주요한 수입이 광고이고, 이런 광고의 주요 수입원이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광고압박은 견디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경영인의 입장에서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고 동문이 대표이사로 자리한 3년 동안 삼성 광고를 받지 않는다.

“비판을 사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한겨레가 삼성의 비자금 문제를 비판했을 당시 꺼림칙하고, 창피하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삼성의 재정투명성에 한겨레가 분명 기여한 것 아닌가. 다른 언론사보다 특혜를 주지는 못할망정, 같은 대우도 안 해준다는 것은 웃기다.”


민주주의, 자유, 언론… 결국 자유언론이 이길 것이다

대화는 민주주의, 자유 등의 이야기로 끝없이 이어졌다. ‘인터뷰’에서 ‘선배와의 대화’로 자리가 바뀌다 보니 무상급식 이야기까지 나왔다. ‘정신차려야겠다’며 다시 언론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신문사 ‘조중동’이 잃어버린 신뢰는 단순히 그 언론사의 신뢰가 아니라 신문이라는 매체 전체의 신뢰였다. 신문이 사양산업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고 동문도 이를 인정했다. “신문이 비록 사양산업이긴 하지만 그 마무리가 중요한데, 신뢰를 잃고 자기가 판 무덤에 들어간다는 점이 씁쓸하다” 고 동문은 언론의 가치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으면 민주주의가 흔들린다. 대화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며 나아가 언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번뜩 두 가지 사건이 생각났다. 지난 1일 있었던 부산일보 편집국과 경영진의 갈등이 첫 번째였고, 다음은 건대신문에서 있었던 편집장 해임 건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말을 이었다. “4명인 가정에서도 식탁에 모여앉아 대화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대학이라는 사회에서 언론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은 학보사를 지지해주는 덕담이요, “한겨레에서 경영진이 편집권을 침해할 수는 절대 없다”며 “국민들이 십시일반 돈 모아서 세워준 신문사다. 무서워해야 할 것은 독자뿐이다”라는 말은 한겨레에 대한 자랑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10년은 두고 보고 연구해야겠지만, 결국 신뢰를 얻은 그리고 자유로운 언론이 이길 것이다”라는 말은 확신에 찬 신념이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알았기 때문에 변화, 두렵지 않았다”

현재 고광헌 동문은 한겨레의 고문직으로 있다. “이제 그만 두려는데 자꾸 더 하라고 해서…”라며 말을 흐린 고 동문은 “25년 동안 공익근무한 느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달 25일 26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시간은 무겁다》를 펴냈다. 문득 ‘변화가 두렵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변하면서 한 번도 두려워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농구선수로서 몸에 배었던 것들, 당면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고 장애물을 넘어 온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흔히 말하는 ‘철밥통’을 꿈꾸는 오늘의 20대에게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뭐 이런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웃기지만…”라는 자조도 뒤따라왔다.

《시간은 무겁다》 안에는 ‘회기동 한 시절’이라는 시가 있다. 그가 22살, 결핵으로 농구의 꿈을 접었을 때의 심경이 들어있는 시다. 이 시의 끝은 ‘경희대 선동호 비단잉어들과 놀면서 / 겨우 시간의 감옥에서 풀려났다 / 스물둘이었다’로 마무리 된다. 22살이던 그는 57세 끝자락에 서있다. 그리고 오늘도 수많은 22살은 고민하고 있고, 57세인 그는 변화를 꿈꾼다. ‘변화 속에 기회가 있다’던 빌 게이츠의 말이 스치고 담배 한 대 다 피울 때쯤 그와 작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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