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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젊은 세대가 더 살만한 세상을 위해

#. 1982년 노무현 변호사와 합동법률사무소 운영을 시작으로 연을 맺고, 후에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여러 직함이 있었지만 ‘변호사’라 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는 문재인(법학 72) 동문이 지난 5일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를 위해 오랜만에 모교를 찾았다. 공중파 방송은 물론 중앙 일간지 기자들이 문재인 동문에게 한마디라도 붙여보려고 북적이는 가운데 대학주보는 모교의 대학신문이라는 이유로 운좋게도 단독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문재인의 운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나서 문 동문은 북콘서트를 통해 대중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콘서트 시작 전 대기실에서 만난 그는 “모교에서의 북콘서트라 감회가 새롭다”며 “요즘 대학생들 생활이나 장래에 대한 걱정이 많아 힘들 텐데, 그 고민을 나누는 기회가 됐으면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느 동문이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문 동문에게 ‘경희대’는 참 각별하다. 그는 군부독재를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을 당했고 오랫동안 제적상태로 있었다. 그가 스스로 ‘낭인생활’이라 일컫는 제적기간을 거쳐 10·26 뒤 복학을 했지만 학교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5·18 전날 청량리 경찰서에서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다. 여기까지라면 그저 운동권 선배의 영웅담쯤으로 남을지 모른다. 그러나 제적기간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했던 그는 유치장 안에서 합격증을 받아들었다. 군법재판으로 넘어가면 다시 제적을 당할 위기였는데, 이로 인해 학교가 ‘문재인 합격생’ 구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문 동문은 이때의 일을 ‘학생처장과 동문회장이 유치장 안에까지 들어와 합격 축하주를 나눠마셨다’고 저서에서 회상했다. 학생운동에 열심히였기에 언제 공부까지 했나 싶었는데, “민주화를 하자면 스스로 떳떳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공부도 열심히 했다”는 그의 말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9년 만에 졸업을 하기까지 그의 곁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법대 축제인 법 축전에서 파트너로 만났던 지금의 아내다. 음대생이었던 아내는 구치소로, 군대로, 고시공부하던 절간으로 그를 면회 다녔다. ‘경희대에 온 건 아내를 만나기 위한 운명이었나보다’는 저서에서의 고백은 고마움과 미안함의 표현인 것이다.

문 동문은 재학 당시 학생운동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던 경희대를 깨웠다. 이에 대해서는 “대학생들이 나서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4·19 이후 내려온 전통이었다”고 콘서트 도중 자세히 이야기했다. 덧붙여 “누군가 나서서 도화선만 만들어주면 모두들 시위에 따라나섰다”는 상황설명과 함께 “시대적 양심과 개인적인 삶 사이에서 갈등한 적도 있었고, 당시에는 그런 선택이 내게 불이익을 줬지만 끝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나서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때는 그런 시대적 과제가 있던 때였다. 민주화와 같은 거대담론은 아닐지라도 캠퍼스에는 여전히 공론화와 연대가 필요한 일들이 존재한다. 문 동문은 “우리 세대보다 요즘 젊은 세대가 더 힘들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군부독재 시절에는 해결해야 할 목표가 명확했고 암울한 시대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삶 자체의 문제가 절실하고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불분명해 더 힘든 것이다”라고 현상을 진단했다. 그리고 그가 내린 답은 “이 문제의 책임은 정치에 있으며, 젊은 세대가 현실에 분노하고 함께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례로 대학생들이 힘을 모아 사회문제로 공론화시키고, 결국 서울시립대부터 시행되도록 만든 반값등록금을 들었다.

이어서 그는 “내 학창시절은 대부분 가난했지만 고도성장기라 대학 졸업 후 취업에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은 풍족하게 자라는 경우는 많아도 막상 사회로 나갈 때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경제성장의 혜택과 부가 극소수에 편중돼 있고 극심한 양극화의 고통은 젊은 세대가 가장 정면으로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균등한 분배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대에서 그의 이야기를 계속 청해 듣기로 했다. 문 동문과 같은 공수부대 출신이라고 밝힌 김근호(정치외교학 2003) 군은 “이미 전역은 했지만 눈에 한 번 띄고 싶어서 군복을 입고 왔다”고 말해 콘서트장의 분위기를 돋웠다.

문 동문은 객석을 메운 학생들에게 “학생운동 할 당시,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은 아닌가 고통스러웠지만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에게는 좋은 세상을 물려주자는 목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어느정도 좋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비정규직이 점점 늘어나는 고용구조 속에서 그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서 “현실이 어떻든 정규직이 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안 되는 사람은 그 이유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데, 이런 상황이 ‘대통령 잘 뽑으면 뭐가 달라지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며 젊은 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는 이유를 말했다. “지금 젊은이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은 개인의 탓이 아닌 정치의 탓이요, 그것을 깨닫고 분노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가 재차 강조한 부분이다.

“10대와 20대에 바라는 점을 말해 달라”는 김정국(가평고 3학년) 군의 질문으로 북콘서트는 마무리됐다. 문 동문은 “삶의 어려움에 주눅 들지 말고 우리가 나서서 부조리한 사회를 바꾸자”고 답했다. “그렇게 한다면 젊은이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 청춘을 향한 그의 당부이자 바람인 것이다.

그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그의 삶에도 고통은 종종 찾아왔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과정이 삶에 도움이 됐다는 말을 앞서도 하지 않았는가. “강제징집으로 다녀온 공수부대조차 지금은 좋은 경력으로 봐주시질 않나”하며 웃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말대로 주눅 들지 말고, 분노해야 할 곳에 분노하고, 고통을 기회로 삼아보는 삶은 생각보다 꽤나 괜찮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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