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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의 일이다. 학생회장은 사단장, 단과대 학생회장은 연대장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던 대학가. 서슬 시퍼런 중앙정보부 하급 직원이 총장실을 거리낌 없이 들락거리며 주인행세를 하던 시절. 그 때도 학교 앞에는 중국집이 있었고, 라면집이 있었다. 그 때도 교수가 있었고 학생도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사람들이 웅크리고 살고 있었다. 사람답게 사는 사람과 사람인양 사는 사람과 사람 밖의 사람으로 사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사람답게 살고 싶으면 박수부대가 돼야 했고, 사람인양 살고 싶으면 숨죽이고 살면 됐다. 사람 밖의 사람들은 개나 소만도 못했다.
‘그저 내가 사람이라는 것이 싫었다.’ 당시 모진 고문을 받고 소주로 삼시 끼니를 때우다가 세상을 떠난 한 시인의 말이다. 

그러나 그 때도 청춘은 있었다.

아침 아홉시 학교 정문 앞. 학생들로 북적인다. 강의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총총 소리가 난다. 그 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가 검은 관을 질질 끌며 교문을 통과하고 있다. 해프닝은 헐떡고개를 넘어 문과대학 앞까지 천천히 지속된다. 이내, 문과대학 앞에서 관뚜껑이 열린다. 그 속엔 ‘시대는 죽었다’라는 글씨가 쓰인 큰 천이 들어 있다. 그 사나이는 잠시 그 천을 들어 보이곤 곧 사라진다.  

      
이렇게 해서 일인극은 끝났다. 관객이 보는 눈은 서로 달랐다. 사람답게 사는 사람의 눈에는 독재모독 일인극이었고 사람인양 사는 사람의 눈에는 대리만족 일인극이었고 사람 밖의 사람의 눈에는 체제비판 일인극이었다. 해프닝을 벌인 사나이는 우리 학교 학생이었다. 그는 이른바 운동권 학생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운동권이라는 용어조차 없던 시기다. 그는 연극쟁이였으며 시인이었고 학사경고를 두 번이나 받은 학생이었다. 오직 창의적 생각일 뿐이었다. 단지 내가 이렇게 하면 멋질 것이라고 벌인 해프닝성 일인극이었다. 용기를 내려면 정말 용기를 내야 한다. 이런 용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용기가 아니다.

청춘의 현재 이야기도 넘쳐 나는데 오래전 구닥다리 이야기를 끄집어 내냐고 핀잔을 줘도 좋다. 그의 이야기는 현재 보다 더 현재형이다. 청춘이 청춘이려면 청춘다워야 한다. 청춘은 항상 현재형이다. 과거형 청춘은 없다. 청춘일 때 청춘다운 용기가 나온다. 청춘이 지나가면 잔꾀만 는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자, 용기 있는 청춘, 어디 있느냐.’ 지금이라도 이렇게 일인극을 벌인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렇게 하는 자 그는 성공할 가치가 있다. 아니 꼭 성공해야 한다. 그는 이 행동으로 네 가지 점에서 성공한 청춘이다. 첫째, ‘시대는 죽었다’ 라고 당시를 읽어낸 정의감 둘째, 관을 끄는 극적 발상 셋째, 창의적 발상을 행동으로 옮긴 대담성 넷째, ‘또라이’는 귀한 경험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오십대 중반인 나이다. 머리는 연분홍빛으로 브릿지를 하고 철심 박은 가죽 자켓을 걸치고 하와이안들이나 입을 법한 하늘하늘한 반바지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잘나가는 시인이자 문화평론가다. 그 사람이 또라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 또라이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시대를 앞서가긴 개뿔 제 멋에 겨워 사는 오십 줄에 접어든 철딱서니 청춘일 뿐이다. 그 사람은 아마 이렇게 불러 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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