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630

by. 유승규 기자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향한 교육’을 지향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Humanitas College)가 출범한 지 1년이 되어간다.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도입 취지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갑작스런 개편으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우리신문은 올 한 해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나타났던 문제를 알아보고 보완해야 할 점을 짚어봤다.


‘중핵교과’와 ‘시민교육’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핵심교과다. 하지만 가장 많은 논란이 있었던 교과이기도 하다.

중핵교과는 신입생 전원이 1년 동안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다. 학생들은 ‘인간의 가치탐색(인가탐)’, ‘우리가 사는 세상(우사세)’를 각각 한 학기동안 배우게 된다. 그러나 각 중핵교과의 분량이 지나치게 많고, 이를 한 학기 내에 소화하기가 어렵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중핵교과의 교재는 각 과목당 약 8~900쪽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한 학기 동안 모두 배우려면 매주 약 80쪽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 80쪽에는 평균적으로 7명의 사상가와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심층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는 배우는 학생이나 가르치는 교수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영웅(경제학 2011) 군은 “중핵교과의 취지와 책의 내용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분량이 지나치게 많아 수업을 따라가기가 벅차다”고 말했다. A(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여러 내용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진도를 나가는 것에 급급하다”며 “분량이 많다보니 한 수업에서 심층적인 내용을 강의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총학생회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생위원회 등이 ‘중핵교과의 분량 줄이기’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후마니타스 칼리지 측은 교재의 양을 조정할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실 김종범 계장은 “교재의 내용을 당장 바꾸기엔 무리가 있다”며 “각 과목별로 학습기간을 연장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교육’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시민교육은 사회의 문제를 개선하는 현장활동을 계획하고 이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학생 스스로가 주체가 돼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평가나 상담을 제대로 받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각 교수가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아 일일이 점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각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상대평가’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후마니타스 칼리지 측도 커리큘럼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평가방식 역시 종강이 2주 남은 지금까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시민교육을 담당하는 우기동 교수는 “시민교육 수업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겨울방학부터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분량 문제 해결하고 교양수업 개편 취지 살려야

중핵교과, 시민교과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교양교과에서도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특히 학생 수에 비해 수업이 적게 개설돼 혼란을 빚은 바 있고, 개편된 이후에도 이전의 교양강의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욱재(정보디스플레이학 2007) 군은 “교양강의가 후마니타스 칼리지로 개편됐다고 하는데 수업의 질이나 내용이 크게 변화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캠퍼스 학사지원과 측은 “수강신청특별팀을 통해 고질적인 문제인 수강신청 대란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수업만을 별도로 증설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교양강의 교수법과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데 있어 기존 교양강의와 차별점을 두기 위한 대안도 없는 상태다. 김종범 계장은 “기존 교양강의와 차별점을 두기 위한 연구는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정체성을 살리려면 어떤 교수법을 사용해야 할 지 등 구체적인 대안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2학년도까지 도입한다던 프로그램은 전부 물거품?

이밖에도 2012년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출범 당시 ‘융복합 자율전공제’, ‘자유교양학 복수전공제’, ‘동아시아 언어교육’, ‘고전읽기 자유이수제’ 등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중 도입이 가시화된 제도는 고전읽기 자유이수제뿐이다. 자유교양학 복수전공제와 동아시아 언어교육 프로그램은 도입 여부조차 불분명하다. 자유교양학 복수전공제는 ‘교양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고, 동아시아 언어교육 프로그램은 단계별로 외국어 교육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프로그램에 대한 기초 연구만 진행될 뿐 구체적인 커리큘럼과 수업 방식은 미정이다.

융복합 자율전공제도 마찬가지다. 학문 간 특성을 결합한 새로운 전공 과정을 만들어 운영하는 제도인 융복합 자율전공제는 원래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 전공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양 캠퍼스 학사지원과로 업무가 이관됐다. 현재 학사지원과는 서울캠퍼스 문과대학 철학과, 경영대학 의료경영학과, 생활과학대학에서 전공 수립 계획안을 받아 전문 교육과정 연구기관에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상태다. 하지만 이 역시 의뢰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김종범 계장은 “2011학년도에 출범한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육과정을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으로 체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도입되지 않은 프로그램들은 앞으로 1~2년 안에 연구를 마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교양 교육을 ‘실천적 지성인 양성’을 목표로 쇄신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지만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도입 후 여러 가지 문제점이 계속 지적돼왔다.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상황을 시행착오 과정이라 생각하고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더 나은 교양 교육 체계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를 위해선 중핵교과 분량 문제, 수강인원 문제 등을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오는 동계방학 동안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수업개선방안과, 향후 도입할 프로그램의 세부계획을 정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7일 청운관 로비에서 학생들이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대한 불만을 포스트잇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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