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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익 기자

 

1500호 특집 - 현행 대학평가의 대안적 가치에 대한 고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대학평가, 이 대학평가에 대한 대안적 가치탐색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대학평가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사유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대안적 가치탐색의 사례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대학평가의 본래 취지는 무엇이었으며 어떠한 모습으로 운영되어왔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대학평가의 대안적 가치, 근본적 취지를 바탕으로 사유돼야

▲초창기 대학평가의 목적은 순위나열이 아닌 고등교육의 질 보장에 있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대학평가’는 사실 꽤 오랜 연원을 갖고 있다. 1910년에 실시된 미국의학협회 주관의 교육프로그램 평가인증을 시초로 볼 수 있다.
본래 미국의 대학평가인증제(accredi tation system)는 대학사회가 자구적으로 교육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발전시켜온 비정부적 평가제도다. 이는 연방정부의 통제 없이 독자적인 헌장(charter)에 의해 설립, 운영될 수 있었던 미국 대학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여러 대학들이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난립하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무렵, 미국 대학은 학위를 남발하며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의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고안된 것이 대학평가인증제인 것이다.
미국 대학평가인증제의 기관평가를 담당하는 8개 지역평가인증기구는 현재 모두 평가항목들을 정성적 지표로 운영하고 있다. 계량적 지표보다는 각 대학이나 학과의 목표 도달 여부에 초점을 두는 질적 평가방법을 택하고 있기에 평가위원들의 가치판단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배경 아래 발달해 온 대학평가는 21세기를 맞아 국제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세계적인 화두로 자리잡았다. 국제 교류와 함께 국가 간 고등교육 인구 이동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OECD와 유네스코에서 2005년 ‘국경 없는 고등교육의 질 보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21세기 국가 간 고등교육 교류의 원칙과 규범으로 채택된 이 지침은 ‘고등교육 질 보증’을 국가 간 고등교육 교류의 전제조건으로 내걺과 동시에 질 보증의 도구로서 대학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범람하는 대학들 속에서 ‘좋은 대학’의 기준 마련하기’의 일환으로 도입된 대학평가가 본격적으로 순위경쟁 다툼으로 변모한 것은 언론매체의 개입이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1984년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U.S.News & World Report)’가 정량적 지표를 기준으로 한 연례 대학평가를 처음 실시한 이래로 대중은 대학평가를 마치 올림픽처럼 세계 모든 대학을 경쟁시켜 순위싸움을 시키는 토너먼트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4년 중앙일보에서 대학평가를 실시한 이후 다양한 언론사 대학평가들이 시작되었고, 이들은 일찌감치 1982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설립과 더불어 실시된 대학평가보다 훨씬 막강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
대교협 평가기획팀 전현정 선임연구원은 “대학평가가 순위위주의 평가로 변모함에 따라 각 대학의 특성이나 개선할 점 등은 무시됐다”며 “이런 방식의 평가는 궁극적인 의미의 대학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평가한다.
이처럼 다분히 ‘사회적 이슈몰이’의 혐의가 짙은 언론사 대학평가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평가지표의 적합성, 평가주체의 적절성, 대학 서열화에 대한 문제점 등 많은 사회적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해 과도한 순위경쟁에 함몰된 정량지표 중심의 대학평가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안적 가치가 탐색되고 있다.

 

대안적 가치탐색 사례 ① 언론계의 대안 탐구

 

사회 기여도 평가 美대학 TOP10

순위

대학

순위

대학

1

UC샌디에이고

6

하버드대학교

2

UCLA

7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3

UC버클리

8

UC데이비스

4

스탠퍼드대학교

9

잭슨주립대학교

5

UC리버사이드

10

미시건대학교(앤아버)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언론계의 움직임이다. 정량지표로 대학평가 시장을 선점한 매체들을 대신해, 기존과 다른 평가지표로 대안가치를 제시하는 동향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격월간지 ‘워싱턴 먼슬리(Wa shington Monthly)’는 ‘대학의 지역사회 및 국가에 대한 기여도’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지금까지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의 대학평가 방식을 극복하고자 한다.
워싱턴 먼슬리의 사회기여도 평가는 전체 등록 학생 가운데 저소득층 학생의 비율, 지역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든 기관이나 제도에 재학생이 참여하는 비율,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연구 성과의 양(또는 재학생 중 박사학위 과정 진학 비율) 등 세 가지 기준에 따라 대학 순위를 정한다.
지난 9월 1일 발표된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새 기준을 적용한 결과 하버드(6위)를 제외한 아이비리그 대부분의 대학이 톱 10에서 탈락한 대신 UC샌디에이고, UCLA, UC버클리가 1~3위를 차지하는 등 톱10 가운데 5개가 캘리포니아 지역의 대학들로 채워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경향신문에서 주관하는 ‘대학지속가능지수 평가’에서도 볼 수 있다.
2010년에 처음 시행된 대학지속가능지수 평가는 149개 4년제 대학에 대해 대학의 핵심역량인 교육·연구부문 성과를 기준(정보공시 자료 기준)으로 상위 30개 대학을 우선 선정한 후, 30개 대학별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생생활만족지표 평가를 실시해 영역별 순위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종합순위를 산정하지 않는 대신 각 조사항목별 순위를 집계한 결과, 소통·형평성 부문에서 지방대가 우수한 성적을 거둬 소위 일컬어지는 ‘인(in)서울대학’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향신문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의 안치용 소장은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고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에 경종을 울리고자 이러한 평가를 도입했다”고 밝히면서, 학생생활만족도지표, 소통·형평, 대학실사 등의 요소들이 기존 언론사 대학평가의 평가지표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인 대학평가는 국제화 지표의 영어수업 비중이 큽니다. 하지만 대학지속가능지수에는 영어수업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음 번 평가에서는 영어와 상관없는 단과대학이 영어수업을 할 경우 감점을 논의 중입니다.”
안 소장의 이 같은 발언을 고려하면, 경향신문 대학지속가능지수 평가는 향후 기존 평가가 놓치는 부분들을 짚어내는 대안적 평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대안적 가치탐색 사례 ② 교육계의 대안 탐구

▲지적자본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한 오스트리아는 기존의 대학평가지표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사진은 오스트리아의 빈 대학

 

오스트리아 정부는 지난 2004년 ‘지적자본(Intellectual Capital) 보고서’의 작성기준과 측정, 평가에 대한 지침을 법제화해 모든 대학에 그 사용을 강제하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의 모든 대학은 2005년부터 대학의 지적자본에 대한 측정, 평가, 보고를 정례화해야 한다. 이 사례는 대학 내 ‘지식’의 목표와 전략, 가치관을 뚜렷이 하는 한편 지적자본의 투입과 산출활동, 그리고 그 활동의 영향 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준거틀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대학평가들이 유지하고 있는 ‘산술적 가치’ 위주의 측정·평가지표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식이나 아이디어와 같은 무형가치는 대학 내 다양한 역할들의 관계망 내에서 분명히 상호작용을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형태가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측정조차 되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무형가치는 이전(移轉)이 한 차례 발생할 때마다 그 수치가 점점 더 크게 불어난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과 지식변환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용되느냐에 따라 학내 지식창조는 극대화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지식의 쌍방향적 이동을 효과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해 대학의 가치창출을 극대화시키는 길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오스트리아의 사례는 세계 모든 대학에 유의미하다.
오스트리아의 사례 이후로 한국 교육계에서도 위와 같은 지적자본경영(Intel lectual Capital Management)에 대한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2007년 대교협이 주최한 글로벌 대학평가 정책포럼에서 현행 대학평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된 이후 대안적 가치로 모색된 지적자본경영은, 해당 대학의 사명과 존재이유를 기반으로 대학의 당면 목표와 전략을 설정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행되는 구체적인 교육과정과 성과를 추적함으로써 본질적으로 무형가치가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는 대학조직의 도달지표를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하리라 기대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개념적 기초가 마련되던 시기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시기에도 본래 대학평가는 고등교육의 질을 담보해 교육소비자들이 부실한 교육을 받게 되는 폐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도입된 ‘안전장치’의 개념이었다. 말하자면 대학평가는 1~2점차의 순위경쟁이라기 보다 단지 합격 또는 불합격(pass or fail)만을 판단하기 위한 평가였다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대학평가결과의 순위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모든 것을 올-인(All-in)하는 한국의 대학풍토는 다분히 비정상적이다.
한국의 대학들에 있어서 이 대학평가의 지표를 따라간 것이 ‘발전’을 담보할 수 있었던 원인은 전술했던 바, 워낙 세계 기준에 미달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의 기초 체력이 세계 대학의 수준에 이르는 시점이 되면, 현행과 같은 정량지표 기준의 대학평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어 단순한 순위 싸움으로 변질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하게 떠오를 것들은 ‘기초가 대등한 각 대학들’이 저마다 간직한 고유의 학풍과 교육철학, 사명, 비전 등이 될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획일적 모습 속의 지속적인 발전이란 실체가 없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보폭과 패턴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사유하기 시작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획일적 흐름 가운데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줄 아는 선구자에게 허락되는 노력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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