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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미, 차관호 기자

 

대학이 평가지표에만 집중하는 사이 놓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어 기존 평가의 잣대를 들이밀 수 없는 대학 본연의 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지표로 확인할 수 없기에 중요성이 간과되기 쉬웠던 대학의 가치에 대해 알아보고 지향점을 살펴봤다.

 

비옥한 학생문화를 위해

 

자치활동을 아우르는 학생문화는 현재 취업의 울타리에 갇혀있다. 꿈과 열정 그리고 낭만을 간직하던 학생문화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학점, 스펙의 틀 안에 갇혔다. 공동체문화는 점점 설 자리를 잃었고, 창의적인 활동보다는 취업을 향한 안정된 루트를 밟는 것이 관례가 됐다. 2011년, 학생들은 취업동아리나 취업스터디, 혹은 고시반의 문을 두드리기 바쁘다.

이러한 취업문화 일변도 속에서 동아리를 비롯해 제대로 된 학생문화를 이끌고자 하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학교 측의 지원이 너무 박하다는 점이다. 대학본부 측에서는 ‘강의실도 부족한데 동아리방을 어떻게 주느냐’, 혹은 ‘등록금도 동결했는데 동아리지원금만 늘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는 말로 현 상황을 모면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일 대학평가지표에 ‘동아리 지원금 금액’ 혹은 ‘학생문화성숙도’ 등이 포함돼 있다면, 학교 측의 태도가 지금과 같을까? 이렇게 되면 학교 측에서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학생문화 활동을 장려하고 관리하려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자치활동을 비롯한 대학문화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어느 일방향으로 획일화된 대학문화 속에서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미래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서울캠퍼스 총동아리연합회 서욱남(경영학 2007) 회장은 “기본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아리 활동에 대한 공간이나 예산 지원이 부족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덧붙여 서 회장은 “우선 시급한 공간문제부터라도 해결해 학생들이 자연스레 모이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대학은, 미래 세대를 끌고나갈 가치관을 형성하는 시기에 놓인 학생들을 위해 그들의 문화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학 이념의 상징, 학풍

 

학풍은 학교가 강조하는 독자적인 이념이나 문화, 가치관, 철학 등을 말한다. 이를 통해 해당 대학의 학문적 지향점과 교육방향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학풍은 ‘논문 수’나 ‘전임교원 비율’처럼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세계 유수의 대학은 저마다의 고유한 학풍을 갖고 그것 자체가 학교의 홍보수단이 되기도 한다.

가령 하버드대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학풍으로 미국 내 여러 가치를 대변하는 특징을 보이고, 프린스턴대는 순수학문을 장려하는 교육을 기본 이념으로 삼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독창적인 학풍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캠퍼스 후마니타스 칼리지 정연교 학장은 “한국의 대학들이 해외대학에 비해 학풍이 미약한 이유는 중앙집권적이었던 고등교육정책 탓에 개별 대학의 창의적 노력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본질적으로 ‘학풍 없는 대학’은 대학의 이념과 특성을 반영할 수 없기에 획일화된 커리큘럼 그 이상의 교육을 하기가 어렵다. 어느 대학에서 공부하든 간에 차별성이 없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대학은 신입생을 유치할 때 장학금이나 교환학생같은 혜택을 홍보하는 것만큼 수험생에게 학교의 학풍도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학교가 전인교육을 기치로 삼아 운영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이제 막 걸음을 뗀 시작단계이기에 아직 이렇다 할 평가를 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그 시도 자체로 대학사회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고 구성원의 기대도 크다.

정 학장은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우리학교가 지향하는 전통의 상징적 부분이며, 그 안에 우리학교의 학풍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할 수 없다 하여 간과할 수 없는 학풍,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그 첫걸음으로 ‘경희대학교의 학문 문화’를 이끌기 위한 더 큰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취업률보다 창조적 인재육성 중요

 

우리나라 대학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아웃풋’이다. 학생을 평가하는 잣대는 ‘취업률’로, 이것이 높으면 ‘인재를 많이 배출했다’고 일컫는다. 교수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년 ‘논문 수’라는 아웃풋으로 성과를 평가받는다. 이런 토양에서는 창조성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 문제는 이것이 교육철학과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대학과 기업, 사회는 각기 ‘인재’를 정의하는 관점이 다르다. 기업에서는 실무에 능한 사람을 인재라 부르고, 사회에서는 고액 연봉의 직장에 취업한 사람을 인재라 칭한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바라보는 인재상은 어떤 것일까. 혹시, 독자적인 인재상에 대한 사유도 없이 그저 졸업생들의 다음 행선지인 기업이나 사회의 인재상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학은 지식이 아닌 지성을 갖춘 사람을 길러내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창조적인 인재육성 방안을 항상 고민해야 한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는 “학생은 스펙이나 영어점수 경쟁에 자신을 내몰지 말고, 교수는 학생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학교는 차별화된 인재 육성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과 사회에 예속적이지 않은, 대학 나름의 확고한 인재상을 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창조성의 바탕이 되는 지혜를 갖추는 데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성과내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창조적 인재를 기를 수 있도록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대학사회가 각종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평가결과가 대학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평가를 통해 대학이 분명 발전한 부분도 있겠지만, 대학이미지는 ‘숫자’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학이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철학과 창조적인 탐구정신에서 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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