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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는 지난달 4일 발표된 QS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대학 중 6위, 종합사립대학 중 3위라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다. 이어서 지난달 26일 발표된 2011 중앙일보 대학평가 결과에서도 종합순위는 지난해와 동일한 7위에 머물렀지만, 세부지표는 21.45점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결과는 우리학교 대학본부를 비롯한 구성원이 학교발전을 위해 노력한 성과다. 이런 노력이 모여 얻은 성과는 분명 격려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매년 오르는 대학평가의 결과가 구성원이 체감하는 우리학교와 일치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약점으로 지적받아왔던 교육여건 부문이 지난해 18위에서 8위로 10계단 올랐지만 정작 교육의 수혜자인 학생들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우리신문이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설문에서 ‘대학평가 순위상승과 더불어 우리학교의 교육여건이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십니까?’라는 질문에 50%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그렇다’라고 답한 24%의 응답자를 압도했다.

이는 단순한 설문조사상의 결과만은 아니다. 평가결과와 현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중앙일보 학과평가에서 국내 1위를 기록한 사학과나 철학과는 적지않은 전과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교육여건 평가결과와 달리 정작 실험 공간조차 부족한 이공계열의 현실, 강의실 빽빽이 앉아서 수강해야 하는 학생들의 풍경은 국내 6위라는 평가 결과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런 현실이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우선은 우리학교의 발전이 교육보다 연구에 편중돼 있음을 나타낸다. 대학평가가 시작된 이래로 우리학교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교수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해왔다. 그 결과 논문 편 수는 꾸준히 성장했고, 피인용수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성과를 강요받고 있는 교수는 예전과 같이 학생 개개인의 대한 성실한 교육을 제공하는데 한계를 보인다. 연구와 각종 양적지표에 투자되는 예산은 학생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지 못한다. 결국 연구와 교육의 성장은 점점 차이를 빚어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가에 맞추기 위한 억지 교육현장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영어강의수를 늘리기 위해 급조된 ‘부분 영어강의’라는 결과물은 단어는 영어로, 조사는 국어로 전하는 우스꽝스러운 강의실 풍경을 만들어냈다. 또한 외국인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을 낮춰 그 수는 대폭 늘었지만, 시험을 보면서 사전을 켜놓고 임해야 하는 언어실력을 가진 외국인 학생에 대한 고민은 제자리다. 평가에 급급해 우리학교가 교육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학평가에서 우리학교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도 정작 만족을 느껴야 할 학생들이 이런 발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오히려 평가순위와 실제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 상징적인 모습은 취업률에서 잘 드러난다. 중앙일보 평가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학교의 취업률은 전국 40위대다. 연구의 양적 성장이 교육의 질적 성장을 가져오고 잘 받은 교육을 바탕으로 순조로운 사회진출을 한다는 선순환 구조를 우리학교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평가의 순기능과 대학평가가 가진 대외 파급력을 이유로 애써 무시해 온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대학의 발전이 학생의 교육여건과 생활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노력의 가장 밑바탕에는 대학평가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우리학교만의 학풍을 조성하고 양질의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후마니타스 칼리지와 같이 선도적인 교육사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더불어 대학평가에 대한 우리학교의 접근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전환과 사고도 필요하다. 대학의 발전이 한 쪽에만 치우친 채로는 온전한 상아탑이 될 수 없고, 외부의 시선에 휘둘리는 학교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평가의 긍정적인 결과를 즐기는 한 편으로 구성원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대해 짚어볼 때다. 이런 노력이 수반될 때 비로소 학생도 학교의 순위에 공감하고, 발전의 혜택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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