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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돕는 이유

경희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며

 

 우리는 흔히 학교의 설립자는 재단이지만,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에게 있다고 한다. 이 말 자체에 별반 틀린 점은 없으나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더욱 완벽한 말이 될 것이다. 밑에서 학교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일하는 청소노동자들, 그리고 무수히 많은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학교의 주인이라고. 그들이 없으면 아마 학교 구석구석은 온갖 쓰레기들과 악취로 진동을 할 것이다. 수업 중간에 간식으로 먹은 음료수와 과자, 축제가 끝나고 여기저기 널린 쓰레기와 구토의 잔해물. 작년에 있었던 소위 ‘패륜녀’ 사건 이후로 총학생회나 학우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쓰레기가 완벽하게 청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노동이 학교를 깨끗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까지 청소 노동에 대해서 매우 당연하게 생각해왔을 뿐,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관심을 주지 못했다. 올해 초 홍익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착취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저항하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이후 고려대학교 · 덕성여자대학교 · 연세대학교 · 이화여자대학교 등의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투쟁에 나섰다. 아마도 지금 이 글을 보는 학우들 중에서도 당시 사건에 관심을 기울였을 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희대학교도 투쟁에 나섰던 다른 학교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 월급은 최저 임금에 훨씬 못 미치고, 제대로 된 보수도 받지 못한 채 토요일에도 격주로 근무를 해야 한다. 지정된 휴게 공간에서, 그것도 출입구도 낮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열악한 휴게 공간에서 쪽잠을 자고 다시 청소를 한다. 우리가 매우 당연하게 여기는 깨끗한 학교는 청소노동자들이 매우 당연하지 않은 노동 환경과 조건에서 만들었다.

 

 이렇게 기본도 갖추어지지 않은 환경 속에서 말없이 청소를 하던 그들이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답게 일을 하고 싶다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 싶다고. 하지만 정작 하청회사인 신한공사는 4년간 고용을 했으면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전혀 몰랐다면서 변명을 늘어놓고, 총학생회나 학생들의 관심은 있으되 아직은 미약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그들의 투쟁을 지지해야 한다. 단지 그들이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을 하는 것이 불쌍해서가 아니다. 비록 각자 앞으로 하게 될 일은 서로 다르겠지만, 결국 학생들의 대부분은 노동자가 된다. 이는 이 사회에서 매우 당연한 일이며,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학우 개개인이 한 사람의 노동자로써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하는 것에 동참해야 한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이 청소노동자 역시 학교의 구성원이다. 학교의 구성원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다른 구성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같이 싸우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는가?
 이제 10월 6일, 경희대 청소노동자들이 모여 세운 노동조합이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고황교지편집위원회는 적극적으로 ‘경희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참여해왔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들의 권리 쟁취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학우들이 계속 관심을 갖길 진심으로 바란다.

 

2011년 10월 4일

 

희대학교 고황편집위원회

(http://khk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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