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630

by. 차관호 기자

 

#‘아침엔 꽤 쌀쌀하네…. 조금 있으면 진짜 졸업인가’ 서울캠퍼스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A 군은 스산한 바람에 문득 벌써 가을로 접어든 계절을 느끼며 등굣길 편의점에서 신문 한 부를 집어 들었다. 평소엔 다른 신문을 보지만 오늘은 유독 중앙일보가 눈에 띄었다. ‘우리학교 4개 학과가 전국 최상위라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불과 며칠 전에 봤던 조선일보·QS세계대학평가의 결과도 기억났다. 우리학교 순위가 100등 정도 상승했다던가, 한국 대학만 놓고 보면 6위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정작 ‘경희대학생’인 A 군은 고공행진 중인 이런 평가결과가 쉽사리 피부에 와닿질 않았다. 물론 확실히 입학하던 해에 비하자면야 학교가 변하긴 했다. 군대 다녀온 2년 새 오비스홀인가 하는 건물도 새로 신축돼 있고, 후마니타스인지 하는 교양강의도 뭔가 ‘있어 보이게’ 환골탈태하고 … 이런 점만 보자면 일찍 입학한 것이 뭔가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렇게 환경이 좋아진 건 분명한데, 과연 우리학교가 입학 때에 비해 ‘더 좋은 학교’가 된 건 확실할까?

학교가 일취월장 하는 사이에, 학생들도 함께 일취월장하는가를 생각해보면 A 군은 썩 와 닿지 않는다. 주변 친구들을 봐도 그렇다. 이번에 ‘전국 최상위 학과’로 선정된 철학과에 다니고 있는 친구 녀석 B 군은 아직도 진로를 정하지 못해 울상이다. 졸업사정도 마치고 취업진로지원처에서 상담까지 받고 있건만, 도통 어느 길이 자신의 길인지 확신하질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그 녀석 생각이 나 전화를 걸었더니만, B군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전국 최상위 학과 출신이면 그래도 뭔가 취업할 때 혜택이 있지 않을까?”라고 조잘댄다. 어랍쇼, 이건 내가 수능치고 대입을 걱정하던 때의 모습이랑 똑같은데.

대입 당시를 떠올리자, 한창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옆집 중학생 꼬마가 생각난다. 그 집 아주머니는 ‘스카이’ 아니면 대학도 아닌 줄 안다. 그 아주머니가 이 신문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 A 군은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면 우리학교 인지도가 그렇게 높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이 A 군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매사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친구 C 양은 조선일보·QS세계대학평가 결과가 발표된 날 담담하게 말했었다. “야, 조선일보평가 잘 나오면 뭐해? 우리학교 사람 아니면 하등 상관없는 일인데다 별로 관심들도 없잖아? 우리끼리만 그저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 하는 분위기지….”

내가 다니는 학교가 각종 대학평가에서 순위가 오르는 현실, 하지만 정작 교육소비자인 나는 눈앞에 아른대는 ‘숫자’들 말고는 딱히 체감 상 나아진 걸 도통 모르겠는 현실. A 군의 아침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인기있는 교양강의는 여전히 사람으로 미어터지고, 수강신청은 불편하기 짝이 없으며, 성적표를 A로 도배를 해도 한 번 타내기가 힘든 장학금까지 … 그래, 뭐 학교 등수 오른다고 내 등수 오르는 건 아니니까, 하며 A 군은 크게 숨을 들이쉰다.

마침 마을버스 안에서 B 군을 만났다. “아까 전화로 말 못했는데, 나 망했어!” 하고 울상이다. “F 교수님 팀 과제에 중국인이 3명이야, 나 혼자 과제하게 생겼어”라고 묻지도 않은 ‘망함’의 이유를 주절대더니 “좀! 다양한 나라 학생도 만나봐야 국제화지, 이건 반쪽자리 국제화야!”라고 열변을 토한다.

B 의 말에는 동의한다. “‘Towards Global Eminence’라면서 왜 학교에는 중국 애들만 많아지는지, 학교에서 제일 오래된 건물인 주제에 문·이과대, 정경대는 왜 신축건물 대상에서도 제외된 건지 … 그래, 좀 있음 졸업이니까 나는 크게 상관없지 뭐. 그저 입학 때부터 한다한다 하던 캠퍼스 종합개발이나 좀 학내에 삽 뜨는 거 보고 졸업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과한 욕심이겠지?”

 

A 군에게 얼마 남지 않은 경희대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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