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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년 / 국주연 기자

 

#.‘대학언론이 위기를 맞았다’라는 말이 주는 경고는 이미 퇴색된 지 오래다. 적지 않은 대학신문이 이미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어떤 대학신문은 학교와, 또 어떤 대학신문은 학생과 싸우며 살아남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보지만 위기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신문은 ‘창간 56주년 기념 언론기획’ 첫 번째 순서로, 대학언론 위기의 본질적인 해결책을 편집권 확보에서 찾아 편집권을 위협받는 대학언론의 현실과 그 원인에 대해 짚어 봤다. 또한 학교의 입장을 대변해 학생기자와 갈등을 빚곤 하는 주간교수는 대학 언론의 자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국대학신문 주간교수협의회 이진로(영산대 신문방송학) 회장의 목소리를 물어봤다.

 

몇 년 전부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신문, 잡지와 같은 매체가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면서 대학언론 역시 위기라는 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대학언론위기라는 말이 진부하게까지 들린다. 위기 극복방안을 모색했지만 문제는 오히려 현실로 변했다.

 

서울 갈 일 있으면 고황 챙겨줄게’ 사라진 대학언론의 자취

우리학교 교지 고황은 이제 국제캠퍼스에서 볼 수 없다. 국제캠퍼스 총학생회(총학)는 고황이 특별한 활동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금 고지서에 포함돼 있는 교지대금을 전액 삭감했다.

 

교비가 끊긴 관계로 국제캠퍼스에서의 교지 배부는 중단된 상태이다. 이어 지난달 총학은 학생회관 내 고황 편집실을 다른 동아리 자치 공간 이 부족 하다는 이유로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고황은 학생회관의 편집실을 떠나면서 사실상 국제캠퍼스 내에서 사라졌다. 국제캠퍼스 학생들은 ‘서울 갈 일 있으면 고황 하나 챙겨오는 식’으로 고황을 보고 있다.

 

최근 건국대 신문사 건대신문은 11년 만에 학생기자와 주간교수의 마찰로 발행이 중단됐다.

 

건대신문은 지난 3월 28일 발행 예정이었던 신문 인쇄가 주간교수에 의해 저지됐다. 등록금 인상률이 서울소재 대학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7% 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움직임이 없자 건대신문은 ‘인상률과 침묵 사이’라는 비판적 어조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그러나 주간교수는 학내 분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기사를 1면이 아닌 후면에 배치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건대신문은 1면 배치를 고수했고, 결국 11년 만에 발행이 중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건대신문 이수빈 편집장은 “학교 예산으로 발행되는 신문이니 대학본부에서는 당연히 학교에 쓴소리 하는 기사를 반가워할 리 없고, 주간교수는 대학본부와 학생기자 사이의 조율을 담당하기 때문에 편집권 다툼은 피할 수 없고, 늘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발행인은 총장이고, 편집인은 주간교수가 맡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진정한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반대하는 게 ‘편집권’이라면 이는 언론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겨운 언론 위기 타개방안 본질은 편집권 확보에서 찾을 수 있어

 

이런 상황에 여러 대학 언론은 자체적으로, 또는 연대를 통해 대학 언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려대는 2008년 학내 언론 매체 좌담을 진행해 학내 언론사가 처한 상황과 문제점, 극복 대안을 논의했다. 좌담 결과, 학내 매체에 대한 학교의 지원 확대 증대와 학내 매체의 연합, 미디어융합의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고대신문 장민석 편집장은 “얼마전까지 대학신문간 교류가 뜸했기 때문에 당시 대학신문의 비전을 발전시키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 다음 학기에도 우리가 고민해온 것들이 이어질 수 있도록 개선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대학 언론사가 구독률을 높이고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 웹페이지 콘텐츠 강화 등과 같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대안은 대학 언론의 위기에 대응하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현재 대학 언론 위기의 본질은 단순히 구독률 감소와 대학의 재정 지원축소가 아닌 편집권의 독립 여부에 있다.

 

발행인과 편집인의 권력관계 제 목소리 못내게 하는 기제로 작용

 

이러한 관계에서 학생기자와 학교사이에 편집권을 두고 갈등이 빚어진다. 대다수의 대학언론이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거나, 교지조차도 총학생회가 쥐고 있는 자치회비로 재정이 운영된다.

 

때문에 대학언론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려 하면 “학교의 재정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는 매체가 학교에 비판적인 논조로 분란을 유발하는 것은 문제”라는 논조로 대학언론의 편집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언론의 편집권이 침해받는 이유는 재정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기제로 작용하거나 극단적으로 학교에서 해당 언론매체를 볼 수 없게 되는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대학언론 중 독립적으로 재정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은 없다. 학내에서 언론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고, 대학의 지원 때문에 편집권이 침해당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언론은 편집권의 확보와 대학의 지원 사이의 불안한 경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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