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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통해 올바른 역사관을 세우고 가르치겠다”

 

 

by. 김윤철 기자



#. 일본 극우 정치인이 울릉도 방문을 시도하고, 미국과 영국이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자는 의견을 던지는 등 국제사회에서 독도와 동해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역사적 자료를 모아 독도와 동해의 타당성을 기르자’는 주장이 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 역사적 자료의 대부분은 우리학교 혜정박물관에서 보유하고 있다. 독도와 동해가 뚜렷하게 표시된 고지도를 모아온 김혜정 관장의 노력덕분이다. 김 관장을 만나 근래 이슈가 되고 있는 독도문제에 대해 들어보고, 그의 목표를 알아봤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한다면 억지다. 일본의 저명한 학자들은 독도가 분명 한국 땅이란 것을 알고 있다. 일부 학자가 주도적으로 ‘다케시마’라고 부르고 자꾸 우리나라를 자극한다.”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볼 때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다. 상대할 것도 없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독도에 해병대를 파견하자고 하더라. 그럼 다른 섬에도 해병대를 다 파견하지 그러느냐. 우리나라 영토에 군대를 파견해서 굳이 분쟁지역화 할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독도와 동해에 대한 혜정박물관 김혜정 관장이 쏟아내는 말은 단호했다. 목소리도 평소와 다르게 커졌다. 그는 인터뷰 내내 평생 모아온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독도와 동해에 대한 논리를 망설임 없이 펴냈다.

혜정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립된 고지도 전문박물관이다. 국제캠퍼스 중앙도서관 4층에 자리하고 있는 혜정박물관은 김혜정 관장이 평생 수집한 사료를 기증하면서 설립됐다. 김 관장이 지도를 기증한 이유는 명료했다. 그간 모은 것이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 돼야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도를 처음 몇 점 모았을 때는 그게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수백, 수천 점이 됐을 때부터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함께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믿게 됐다.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수집가로서 최고의 영광이다.”

박물관이 생긴 이후부터 김 관장이 기증한 자료는 ‘우리의 것’으로 쓰여 왔다. 그동안 혜정박물관은 유물을 기반으로 역사 속 ‘동해 찾기’에 전력을 쏟아왔다. 지난 7월 혜정박물관은 최초로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가 아닌 ‘조선해(朝鮮海)’로 표기했음을 증명하는 고지도 원본 5점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의 던이 제작한 지도로 ‘COREA SEA’라고 표기돼있다

 

개인이 수집한 물건이라고 해서 얕볼만한 사료들이 결코 아니다. 김 관장이 수집한 것들에는 국가지정 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고지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사료들도 많다. 또한 단지 아시아권의 지도만 보유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지도를 소장하고 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발로 뛰어다니며 모아온 결실이다.

그가 이토록 우리나라 역사적 사료들을 모으는 데 전력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적 자료들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라고 김 관장은 말한다.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어머니, 아버지가 있는 것처럼 당연히 나의 나라가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이다. 때문에 일제강점기 때 겪은 고통을 보면 슬프다. 이런 슬픈 일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를 알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난 그 역사를 지도에서 찾으려고 했다. 지도를 통해 바른 역사를 알고, 대응,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도를 모으고 바른 역사를 알리고 싶다.”

 

“중요한 자료를 차곡차곡 쌓는 것이 내 임무”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임을 증명하는 다양한 역사자료 대부분은 혜정박물관에 있다. 다양한 박물관, 대학에서 발표한 고지도들도 혜정박물관의 자료를 사용한 복제본이다. 혜정박물관은 일본과의 역사 자료 싸움에서 단연 중추이며, 핵심이 되는 장소다. 김 관장은 “일본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자료만 연구하고 발표하려하고 있다. 이 부분은 언제나 걱정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자료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자료싸움이고, 중요한 자료들을 차곡차곡 쌓아놓는 것이 내 임무다.”

이런 김 관장의 가장 큰 고민 역시도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과 오해다. 특히 동해에 대해 우리나라 ‘동쪽의 바다’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말한다. 김 관장은 “1700년대에 세계 여러 지도, 일본 지도에서도 동해의 표기는 ‘조선해’ 혹은 ‘Korean Sea’였다”며 “1800년대에 일본의 팽창정책 때문에 동해 바다는 일본해로 서서히 바뀌었다.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동해는 ‘East Sea’가 아니라 ‘Dong Hae’다. 우리나라의 동쪽 바다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 부근에 살고 있던 부족이 동가(家)였다. 그래서 동해라고 부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해가 일본해가 된다면 독도는 일본의 정원 속에 있는 꼴이라며 절대로 그러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다. 그래서 그는 ‘동해찾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잠들어있는 유물들, 돈‧사람‧공간 모두 부족하다.

 

▲수장고를 보여주며 김 관장은 “공간이 부족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료를 보여줄 수 없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발로 뛰고 있는 그도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는 한숨부터 내쉰다. “고지도를 모으는 건 상당한 돈이 든다. 개인의 힘으로 구입하기 벅찬 부분도 있다. 그리고 꼭 사야할 지도가 있는데 돈이 없어 사지 못할 때 정말 슬프다. 지원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부족한 공간도 문제라고 한다. 김 관장은 “단독건물 건설도 시급하다. 단독건물을 세워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자료들이 잠자고 있다. 많은 자료가 공간이 부족해 전시돼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전시하고 있는 자료는 130여 점, 하지만 소장하고 있는 고지도, 서적, 도자기 등은 수 천점이 넘는다. 그 자료들은 수장고에 잠들어있다.

관리인력 역시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박물관에 근무하는 대학원생 조교의 경우 1년에서 2년 근무하면 사리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인력이 될 수 없다. 전문 연구 인력이나 관리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 관장은 “귀중한 역사적 사료들이 잠자고 있는 것은 학교의 손실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손실”이라며 “충분한 인력지원으로 연구논문을 발표해 많은 사람이 우리학교로 찾아오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신의 바로 위에서 역사가 잠들어있다

 

김 관장이 지속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교육이다. 매년 역사문화교실을 열어 사람들에게 바른 역사관을 전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그. “학교 주변에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역사문화교실을 여는데, 1,700~1,800명이 찾아온다. 지도를 통해 꿈을 가지고 살아나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

그러나 이런 교육 역시 어린이만 대상으로 진행되는 점은 아쉽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 박물관이 있는데 얼마 오지 않는다. 대학생이라면 문화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문화도 보지 않으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그녀는 앞으로도 큰 꿈을 갖고 있다. 그녀는 “자금마련이 힘들겠지만, 지금까지 계속해왔던 전시활동, 심포지엄 등을 더 많이 열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전 세계에 독도, 동해 문제에 관련한 순회전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관장의 40년 발품이 만들어낸 혜정박물관. 그곳에서 오늘도 김 관장은 자료를 모으고, 독도와 동해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이제 그 노력과 자료를 기반으로 ‘우리의 것’을 지켜야 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도서관에서 공부가 되지 않을 때 한 번 올라가보자. 바로 우리 머리 위에서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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