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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bo_20110529_347744166.jpg : [1493호] 현장르포 - 아름다운 동행 3일

▣현장르포 - 아름다운 동행 3일,365일 함께하는 나날을 꿈꾸다

 

그들의 손이 더러워질수록 학교는 깨끗해진다 …

 

#.근래 들어 환경미화원을 비롯한 학내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 공감의 차원이라기보다는 미디어를 통한 간접체험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대동제를 맞아 학생만의 축제가 아닌 비정규직노동자도 함께 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환경미화원의 활동을 체험해보는 ‘동행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우리신문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자 3명의 체험기를 소개하며, 아울러 동행프로그램의 기획단장인 총학생회 이윤호(한의학 2005) 회장에게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특별취재팀: 권오은, 유승규, 서일준 기자>

 

 

▲트럭에서 쓰레기를 내릴 때마다 학생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학내에는 별도의 분리수거함이 없다. 모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씌워져있는 검은 봉지에 버려진다. 그렇다고 학교 내에서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술대학과 경희초등학교 사이에는 학교 곳곳에서 모아진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쓰레기처리장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네 분의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매일 새벽 6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검은색 봉지 속의 쓰레기들을 일일이 풀어헤쳐 다시 분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오전 7시에 그곳에 도착한 기자를 포함한 5명의 학생들은 아저씨가 나눠주시는 새 장갑과 마스크를 쓰고 일을 시작했다. 이 분류 작업이 학내의 환경미화용역 중에 일이 가장 고되다는 말에 두려움이 앞선다. 전날에도 이 일을 했다는 한의과대학 학생회 이수복(한의학 2008) 회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쓰레기를 분류하는 방법과 주의사항 등을 알려줬다. 7시 15분부터 일이 시작됐다.

첫 봉지를 열고 마주한 쓰레기는 그 종류부터 냄새까지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음식물은 하루 동안 봉지 속에서 푹 익은 바람에 역한 냄새를 풍겼다. 처음에는 손을 댈 엄두도 못 내고 다만 젓가락으로 쓰레기를 휘휘 저어대다가, 대략 한 시간 쯤 지나니 쓰레기와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손으로 음식물도 건져내고 봉지 안으로 몸을 기울여 깊숙이 뒤적거릴 수 있게 됐다.

 

쓰레기와 친해지는 시간, 음식물부터 신발까지… 검은색 봉지는 ‘우주’다

 

하지만 쓰레기와 아무리 친해져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무서운 봉지들은 화장실에서 온 봉지, 비오는 날에 주운 쓰레기가 담긴 봉지,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담긴 봉지 등이었다. 특히 화장실에서 온 봉지는 사용한 휴지로 가득했다. 그것을 손으로 잡았을 때의 느낌은 ‘불쾌함’이었다. 봉지 안에서 쏟아지는 쓰레기의 종류와 양도 천차만별이었다. 안이 보이지 않는 검은색 봉지 안에는 생물도, 무생물도, 플라스틱도, 천도, 종이도 담겨있었다. 마치 우주를 대면하는 기분이었다.

아저씨는 일을 하는 중간 중간 학생들이 일하는 것을 살폈다. 처음에는 ‘감시’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관심’이었다. 일종의 고마움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아저씨는 “어제는 초록색 봉지로 10개하고 갔으니 오늘은 20개만 하고 가”라는 말을 하며 웃었다. 초록색 봉지란 분리수거를 하고 남은 일반쓰레기를 버리는 100L 종량제봉투다. 대개 검은색봉지 5개에서 6개가 들어간다. 고로 20개를 하고 가라는 말은 100개 정도의 검은색 봉지를 분리수거하라는 뜻이다. 아득하다고 느낄 무렵 아침식사가 도착했다. 김밥 한 줄이었다. 평소였으면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양이었지만 쓰레기와 마주한 2시간은 ‘입맛’이라는 것을 잃게 했다.

같이 일하는 이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왜 동행프로그램을 지원했냐는 질문에 이영석(한의학 2011) 군은 “시민교육을 수강하면서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특강을 통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사정을 들은 뒤 직접 체험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군의 말처럼 듣기 전의 고됨과 체험하는 과정에서의 고됨은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아침식사를 하고 간단히 쉰 후에 다시 일이 이어졌다. 좀 쉽게 일하려고 검은색 봉지를 고르는 일에 심사숙고하게 됐다. 그런데도 열었을 때 예상 밖의 쓰레기들이 나오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한 번만 더 이런 봉지 골라오면 화낼 것 같다”는 ‘농반진반’의 말이 학생들 사이에 서로 오가는데 멀리서 트럭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말이 사라지다, 몰려오는 쓰레기 봉지들

사실 쓰레기처리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겁났던 소리는 바로 트럭이 오는 소리다. 쌓여있는 봉지가 줄어들려고만 하면 새 봉지더미를 갖다 주고 가는 트럭이 원망스러웠다. 이윽고 12시 무렵 올라온 트럭에서 “막차에요”라는 말이 들린다. 아, 한시름 놨다.

일을 할수록 몸은 지쳐갔다. 정확히 말하면 답답함이 앞섰다. 쓰레기 봉투를 열면서 어디서 온 쓰레기라고 맞추는 나름의 소일거리도 시간이 갈수록 흥미를 잃어갔다. 날이 더워지면서 마스크는 답답해졌다. 그렇다고 벗으면 먼지가 코로 들어왔다. 썼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아저씨가 와서 “덥지”하고 안쓰럽게 쳐다보며 “날 더 지나서 더 더워지면 냄새가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사실 쓰레기처리장의 구조는 더위와 습기, 추위에 매우 열악한 구조다. 내부에 더울 때를 대비해 설치된 장치라고는 선풍기 몇 대 밖에 없었다. 선풍기는 쓰레기 먼지가 날려서 함부로 틀수도 없다. 학생에게는 하루였지만 그들에게는 생활인 곳이다.

결정타는 경희유치원에서 온 것으로 짐작되는 검은색 봉지였다. 아기들의 기저귀가 잔뜩 들어있는 봉지를 보며 학생들 사이에서 “이건 아니지”, “아…”하는 탄식이 나왔다. 말을 잃다 못해 손까지 놓아버릴 순간에 점심식사가 도착했다. ‘살았다’는 생각이 속에서 자연스레 치민다.

점심밥을 먹는 곳은 쓰레기처리장 뒷편에 있는 간이 쉼터다. 맞은편에는 경희초등학교가 보인다. 경희초등학교 옥상에서 어린 학생들은 점심시간 놀이로 골프를 치고 있었다. 아저씨들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무로 만들어진 헐거운 쉼터에서 오전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고 있다. 두 모습이 만들어내는 모순된 풍경이 새삼 눈에 밟힌다.

 

캠퍼스의 가장 구석진 곳, 가장 대조적인 풍경의 ‘그 곳’

 

새벽 5시 30분에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아저씨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또 다른 아저씨는 모두 새벽 6시 30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개는 오후 5시 30분쯤 일이 끝나지만, 축제기간처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때에는 7시까지 일이 이어진다. 무려 하루 열 두 시간이 넘는 노동의 시간. 그렇게 일하는 아저씨들의 하루 일당은 3만 3,000원이다. 학교에서 지급하는 돈은 더 많지만 용역업체가 중간에서 ‘우수리’를 떼어 간다. 밥값은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 “그게 다가 아녀. 이거저거 돈 들어가는 거 빼고 나면 남는 건 쥐꼬리만큼이지”라고 한 아저씨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학내에서 분리수거를 따로 하지 않고 쓰레기처리장에 한꺼번에 모아서 분류하는 이유는 결국 아저씨들의 싼 임금에서 비롯된다. 싸기 때문에 존재 의의가 형성되는 직업. 그렇기에 더 많은 돈을 줘도 아깝지 않을 고된 일의 대가는 결코 오를 생각을 않는다. 학내에 후마니타스의 가르침이 퍼지고 ‘경희 인문학’이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는 사이에, 그런 캠퍼스 한 구석에서는 아저씨들의 ‘값싼 노동’이 매 순간 힘겹게 이어지고 있다.

어느새 꿀맛 같은 점심시간은 끝이 났다. 또다시 일이 이어졌다. 그리고 약 네 시간 후. 다섯 명의 학생들은 결국 목표치였던 초록색 봉지 20개에 살짝 못 미친 17봉지를 처리했다. 그동안 네 명의 아저씨는 무려 80봉지를 처리했다. 비교도 안 되는 양 앞에서 면목이 없어 부끄러워하는 학생들에게, 아저씨는 “수고가 많았다”며 인사를 건넨다. 본격적으로 대동제가 시작되고 주점에서 나올 쓰레기가 걱정인 아저씨는 “내일도 나오냐”고 슬쩍 물었다. 차마 ‘아니요, 오늘이 끝이에요’라는 말이 떨어지질 않아 듣고도 모른 척 바닥을 쓸었다.

오늘은 쓰레기의 양이 적어 평소보다 이른 오후 3시 40분에 일이 끝났다. 아저씨들은 뒷정리를 하셨다. 고생하셨다고 가보겠다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미술대학 벽에 쓰여 있는 ‘Neo Renaissance’라는 글이 보였다. 르네상스는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성립한 사조다. 네오르네상스는 과연 인간을 근본으로 여기고 있을까?

 

<더 많은 내용은 대학주보 제1493호와 대학주보 홈페이지(media.khu.ac.kr/khunew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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