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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약 140명 규모의 직원 인사이동안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대학 행·재정발전계획안(발전계획안)에서 제시한 거버넌스 개편이 일차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양 캠퍼스 부총장실은 7명에서 2명으로 인력이 축소된 반면, 미래정책원은 10명에서 15명으로 인력이 늘었다.

결국 이번 거버넌스 개편의 핵심은 미래정책원이다. 향후 우리학교의 정챔심의·결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미래정책원은 당장 산적한 문제에 당면해있다. 우리신문이 이번 학기 동안 기획연재를 통해 짚어봤던 자율운영제에서부터 재원마련을 위한 각종 재정사업이나 앞으로 진행해나갈 발전계획안의 구체적인 실현방안들에 이르기까지 그 사안들은 저마다 복잡하고도 시급한 것들뿐이다. 때문에 모든 구성원의 이목이 미래정책원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냉정히 말하자면, 미래정책원은 이와 같은 문제들에 있어서 ‘해결사’이기 이전에 ‘유발자’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학교의 재정불균형 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가장 주요한 요인은 ‘대학평가에 대한 과몰입’일 것이다. 대학평가의 지표들에 맞춰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한 덕에 좋은 순위를 거두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우리학교의 ‘진정한 발전’을 담보하지 못한 수치상의 ‘허상’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학교는 그간 대학평가의 족쇄를 끊어내지 못한 채 수많은 악수를 둬 왔다. 그 대표적인 모습은 지난 2012년에 있었던 인사발령에서 나타난 바 있다. 당시 대학본부는 무려 23명의 직원을 평가팀으로 겸직발령을 내려 시도했지만, 이는 결국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한 두 명도 아니고 한꺼번에 스무 명이 넘는 인력을 평가팀에 집중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대학평가에만 ‘올-인’하겠다는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심지어 대학평가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순기능’, 즉 우리가 당면한 문제점 진단의 기능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우리학교가 그간의 대학평가에서 줄곧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지표들은 ‘세입 중 납입금 비중’, ‘세입 중 기부금’, ‘교수당 지적재산권 등록’, ‘취업률’ 등이었다. 하지만 이 지표들은 늘 문제로 지적되기만 했을 뿐 제대로 개선되지는 못해왔다. 도리어 ‘취업률이 낮은 이유는 우리학교의 예체능 전공학생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등의 핑계나 ‘세입 중 기부금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겠다’와 같은 허황된 공약(空約)만 거듭될 뿐이었다.

이런 행보의 결과, 결국 대학의 구성원은 사분오열됐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것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따지려 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어진 여러 차례의 보직해임이 문제점들을 미봉하며 개선방안을 대체했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현재의 상태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미래상을 그렸어야 하는 미래정책원은 당초 기획위원회사무국 시절 명칭 변경과 함께 내세웠던 ‘장기적 미래상을 그리는 기구가 되겠다’는 포부를 상실하고 말았다. ‘도로 기획조정실, 도로 기획위원회사무국’이라는 비판이 인구에 회자될만한 상황이었다. 미래정책원이 지금까지 보인 이런 행태를 올 한해도 되풀이한다면, 몇 차례의 인사이동이나 거버넌스 개편, 수십 차례의 회의 등으로도 우리학교의 당면과제는 제대로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전략’이다. 우리가 어떤 대학이 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런 대학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것은 곧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치밀한 방안을 수립해, 구성원과의 소통을 통해 지지를 얻어내고 실천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대학다운 대학으로 성장해 가기 위한 실천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것이 미래정책원이 받아든 중요한 과제이다.

최근 미래정책원 남순건 원장이 밝혔듯 고정비용이 아닌 사안별 사업신청을 통해 예산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나, 대형강의문제에 대해 적합한 강의를 추리고 인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서구 유수의 대학과 같은 ‘유명강의’화 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고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 의지를 잃지 않고 구성원의 기대에 부응하는 ‘미래’를 ‘정책’으로 실현하길 바란다. 빠른 시일내로 구체적인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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