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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삭감폭의 2014학년도 1차 예산안이 편성된 지도 이제 4주가 흘렀다. 많은 구성원이 1차 예산안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가운데 대학 측의 최종 예산안 발표를 기다리며 주목하고 있다. 1차 예산안 발표 직후에 열렸던 합동교무위원회에서 대학 측이 해명했던 바, ‘1차 예산안이 올해의 100% 편성 금액이 아니라는 것’에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있는 분위기다. 이는 환언하자면 많은 구성원이 1차 예산안 대비 늘어난 예산편성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학본부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당초의 해명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예산안 논의와 관련된 그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지난 28일부로 본예산 잠정안이 도출되어 이제 총장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잠정안에 대한 우리신문의 다각적인 질문들에 대해 대학본부는 묵묵부답이다. 재정예산원을 비롯한 관련부서들 역시 예산안에 대한 정보공개는 곤란하다는 입장만 피력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들려오는 단편적인 소식들은 지속가능성이 배제된, 그래서 구성원들의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것들뿐이다. 가령 자율운영예산 삭감과 관련한 소식이 그렇다. 남순건 미래정책원장은 우리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자율운영예산의 삭감분을 타 부서에 추가 편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율운영예산은 이미 지난 해 대비 상당부분 감축된 상태고, 이 감축된 예산안은 학생 구성원과의 접점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구성원의 불만이 팽배한 이런 때에 자율운영예산 삭감의 이유나 규모조차 밝히지 않고 자율운영단위의 예산을 재차 삭감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밀실행정의 모습이다.

그동안 이런 밀실행정의 결과는 구성원 간 갈등의 폭발로 이어져 왔다. 위기 돌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성원 간의 단결을 저해하고 상호 간의 불신만 키워왔을 뿐이다. 얼마 전 총장 명의의 사과메일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과거에 대한 반성도, 문제점에 대한 개선의지도 없는 것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겠다는 발상 이상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대학본부는 올 한 해 수입을 정확하게 구성원에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구성원의 협조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교비회계에 따르면 지난 2011학년도와 2012학년도의 총수입은 4,270억 원, 2013학년도의 총수입은 4,390억 원이었다. 하지만 2014학년도 총수입에 대해 대학 측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책정했다’는 답변만을 내놓고 있을 따름이다. 현재 극소수의 예산담당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구성원은 ‘재정이 어렵다’는 큰 틀에서의 위기감만 공유하고 있을 뿐, 올 한 해 대학이 벌어들일 총수입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인건비와 고정비 등과 같은 고정소요예산을 제외한 순수입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것이 지난 해 대비 얼마나 줄어든 것인지 등을 밝히지도 않은 채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 매자’고 말한다면, 과연 어떤 구성원이 여기에 기꺼이 동의할 것인가.

한 해 총수입을 정확히 공개하는 것은 일선 부서들의 1년 계획 구상에도 필수적인 사안이다. 대학주보의 경우, 확정되지 않은 예산 탓에 4월을 앞둔 이 시점까지도 올 한 해 신문을 몇 차례나 발행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물며 많은 구성원을 긴밀히 상대해야 하는 일선 부서의 고충은 뻔하다.

개혁은 그 개혁의 당위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 같은 사전작업 없이 ‘대학의 발전’이라는 구호하에 일방향적으로 강요되는 모든 정책은 구성원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구성원의 이해와 공감’이란 구성원이 선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측이 먼저 그 토대를 제공해야 비로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대학은 예산에 대해 구성원의 알 권리를 신속히 보장하고 모든 진행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진정한 ‘논의’의 시작은 바로 그 지점으로부터 출발할 것이다.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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