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万話 #2
그들은 누구였는가

 

상민 편집위원 gasi44@paran.com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홍익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은 부당 해고 철폐를 외치면서 농성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홍대 근처를 지나다니면서 직접 찾아가지는 못 하더라도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골똘히 생각을 하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이 사람들이 대체 누구인지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고 신경을 쓰더라도 괜히 시끄럽게 ‘데모나 쳐하는’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외부 사람들은 그들을 단순한 데모꾼으로, 단지 돈 한 푼을 더 벌려고 하는 빌어먹을 노인네로 인식한다.
 재작년에 벌어졌던 용산 참사도 마찬가지로 인식되지 않았는가?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고 왜 찬 겨울에 남일당 건물 위에 올라 망루 투쟁을 했는지는 피상적으로 인식된다. 화염병을 던졌고, 전경 목숨을 위태롭게 한 나쁜 시위꾼이고 얌전히 보상금을 받아 나가지 않고 버티니 악질 사업자인 것이다. 일정 부분 사실에 기초한 발언이니 아예 틀리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이에게 찾아가 묻고 싶은 게 있다. 왜 그들이 시위꾼이 되었는지, 왜 그들이 고분하게 보상금을 받지 않고 계속 버텼는지 알고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게 아니냐고.
 『내가 살던 용산』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만화가 김홍모를 중심으로 대안 만화가 여섯 명이 뭉쳐 용산 참사에서 세상을 떠난 다섯 명의 삶을 파헤치고, 더불어 사건에 대한 심도있는 접근을 시도한다. 이 작품이 단순히 죽은 이들의 삶을 그리는 것에서 그쳤으면 이 만화가 화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면에 언급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 작품을 작가들이 스스로 선언한 대로 ‘르포 만화’이다. 〈인간극장〉류의 감성 다큐처럼 삶을 다루지 않고, 이들이 어떤 사람이었으며 왜 투쟁에 나서게 되었는가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살아 남은 이들의 삶을 다루는 한편, 사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사건이 일어난 궁극적인 문제를 통렬하게 지적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꼭 만화로서 표현할 필요는 없다. 용산 참사을 다룬 책과 함께 독립 다큐멘터리가 무수히 제작되었으며, 누군가는 음악으로써 용산 참사를 기억하고자 한다. 하지만 만화는 글과 그림의 결합으로 독자들이 쉽게 내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장르이다. 글로 표현되었다면 몇 번을 곱씹어 읽어야 겨우 이해가 될 내용이 만화로 나온 덕분에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사건의 전말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여기에 만화 특유의 칸과 칸을 통한 어법 등이 결합하니 만화로 표현된 르포는 만화 특유의 가치를 지닌다.
 작가들은 사건이 벌어진 지 이 년, 작품이 나온 지 일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용산 참사 유족을 위한 여러 가지 운동을 하고 있다. 계속 잊혀 가는 사건을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작업인 셈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홍대,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내가 살던 용산』에서 그들의 삶을 추적하고 궁극적인 문제를 확인했던 것처럼, 사건에 대한 심도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들은 대체 누구였는지 말이다.

 

※ 기사를 쓰고 며칠 후, 2월 20일. 농성 49일 만에 홍대 청소 노동자들의 노사 협상이 타결되었다. 주 5일제, 최저임금 준수. 당연히 해야 마땅한 일이 긴 투쟁 끝에 보장 받게 된 것이다. 지면을 통해 청소 노동자와 그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투쟁에 함꼐한 각종 '외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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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용산』, 김성희 ․ 김수박 ․ 김홍모 ․ 신성식 ․ 앙꼬 ․ 유승하, 보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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