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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벌써 경상남도에는 진달래가 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봄이 되면 우리나라 각지에서 분홍색 진달래가 만발해 등산객을 맞이한다. 우리학교 고황산에도 진달래가 많이 핀다. 노란색의 개나리와 하얀색의 목련, 벚꽃이 피는 시기에 어쩌면 뭔가 부족해 보이는 색을 진달래가 화려하게 감싸주는 것 같다.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9대 속절(俗節; 계절이 바뀔 때 조상의 묘에 차례를 지내던 날) 중에 하나인 삼짇날(음력 33)에는 들판에 나가 꽃놀이를 하고 새로 싹이 트는 풀을 밟으며 봄을 즐겼다고 한다. 이때 진달래꽃으로 화전(花煎)을 부쳐서 먹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봄이 되면 화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어서 참꽃이라고도 했고, 반면에 비슷하게 생겼으나 먹을 수 없는 철쭉(오른편 사진)개꽃이라고 하였다. 봄을 맞이하는 날 화전으로 먹는 진달래야 말로 진정 봄을 상징하는 꽃이 아닐까.

진달래라는 이름에는 전설이 있다. 선녀의 다리를 치료해 준 나무꾼이 선녀와 결혼해 딸을 낳아 이름을 달래라고 지었다고 한다. 어른이 된 달래는 신임 사또의 첩이 되는 것을 거절했고, 이에 화가 난 사또가 달래를 죽이자, 나무꾼도 그 자리에서 슬퍼하며 죽게 됐는데 그 다음날 달래의 시체는 없어지고, 나무꾼의 시체에는 빨간 꽃이 피어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이 이 꽃을 나무꾼의 성인 과 딸의 이름인 달래를 합쳐 진달래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식물의 이름과 관련된 전설이 조금 억지스럽기도 하고 기존 소설들을 조합한듯하지만 재미삼아 알고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식물에게서 꽃을 피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꽃을 피워 꽃가루를 만들고 멀리 떨어진 다른 꽃의 암술로 보냄으로 생식(reproduction)이 이뤄진다. 자신의 꽃가루가 자신의 암술에 붙지 않도록 하면서 다른 꽃으로 이동을 시켜야 하니 식물마다 이 꽃가루를 전달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진화됐다. 진달래의 경우는 곤충을 이용하는데 이름 봄 다른 꽃들이 피기 전에 먼저 피어서 꽃가루 전달(수분; pollination)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 꽃잎은 통꽃으로 1장이나 5갈래로 나뉘어져 있으며, 꽃의 위와 아래가 분명하다. 꽃의 가운데에는 1개의 암술과 10개의 수술이 항상 위를 향해 있고, 꽃잎의 위쪽에는 수분을 도와주는 곤충에게 꿀이 있는 곳을 알려주기 위한 nectar guide가 있다. 곤충이 날아와 꿀을 먹으려 할 때 위를 향한 수술이 곤충의 배에 꽃가루를 묻힌다. 우리가 볼 때에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꽃이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꿀을 만들고, 그 꿀이 있는 곳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꽃이 곤충에게 꿀을 제공함으로 곤충은 자신도 모르게 꽃가루를 이동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진달래는 자신의 꽃가루를 멀리 보내기 위하여 곤충을 이용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진달래[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와 비슷한 꽃은 바로 철쭉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철쭉은 정확하게 산철쭉[R. yedoense for. poukhanense (H. lev.) M. Sugim. ex T. Yamaz.]이 맞는 이름이고, 철쭉[R. schlippenbachii Maxim.]이라는 식물은 서울캠퍼스 국제교육원 옆에 진달래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이다. 잘못 알려지거나 혼용되는 이름은 가급적 바로 잡아서 올바른 이름으로 불렸으면 좋겠다. 산철쭉은 본관에서 평화의 전당을 가다보면 많이 심어져 있다. 이중에는 흰색, 주황색 등의 꽃을 피우는 영산홍이 섞여 있는데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온 원예종이다. 과거에도 일본 철쭉이 들어온 기록이 있는데 1441년 세종대왕에게 일본 철쭉을 진상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 영산홍은 오래전에 유입이 된 원예식물인 것이다. 원예종이 아닌 산철쭉은 법과대학 앞에 많이 심어져 있는데, 이 산철쭉은 우리나라 고유종(endemic species)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돼 해외에 소개됐다. 나고야의정서에 의해 각 국가마다 유전자원에 대한 주권과 이익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식물을 알고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2013.03.25 안범철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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