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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재 전자책 도입 논쟁 -

우리신문은 지난 1537호에서 전자책 도입에 관한 총학생회(총학)와 후마니타스 칼리지(후마)의 의견을 들어보는 한편 전자책의 장단점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학교 교수 및 재학생을 대상으로 전자책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달 25일부터 4일간 진행했으며, 717(학생 631, 교수 86)이 응답했다.

먼저 후마 중핵교과의 교재를 대상으로 전면적인 전자책 학습시스템을 도입한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찬반을 물은 결과 학생은 57.05%(360), 교수는 48.83%(42)이 전자책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책 도입에 찬성하는 360명의 학생이 전자책 도입에 관해 찬성하는 이유로는 구매 가격이 종이책보다 저렴할 것이다36.85%로 가장 높아, 비용 문제가 주요 요인임을 보여주었다. 그 뒤를 이어 종이책 대비 인터렉티브 시스템이나 하이퍼링크 자료 시스템 등이 확실히 구현될 것이다22.64%로 새로운 강의 시스템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이에 비해 전자책 도입을 찬성하는 42명의 교수들은 가장 큰 이유로 종이책 대비 인터랙티브 시스템이나 하이퍼링크 자료 시스템 등이 확실히 구현될 것이다’(36.66%)를 꼽아, 다른 무엇보다도 새로운 교수법의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학생들이 전자책 도입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전자책 활용 교수법 및 강의 시스템 개발에 많은 비용이 소모될 것이며 비용대비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39.09%)라는 의견이 꼽혔다. ‘시스템적으로 종이책과 별 다를 바 없을 것이며, 책을 소유한다는 느낌을 얻지 못한다는 의견 또한 36.77%로 근소하게 뒤를 이어, 대체적으로 학생들은 전자책을 위한 학교 측의 전용 시스템 구축 의지 및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청한 A군은 전자책을 직접 사용하는 입장에서 하이퍼링크 등의 다양한 접근 방식은 전자책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강의나 강의를 이끌어 갈 교수가 얼마 없다면 있으나 마나한 장점이다라고 말하며 시스템 자체보다는 이를 이끌어갈 교수진에 대한 불신도 에둘러 나타냈다.

한편 전자책 도입을 반대하는 교수들의 40.78%지식의 정서적 내면화에는 종이책이 반드시 필요하며, 종이책을 버리는 형태의 교육은 시기상조다라는 항목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는 전반적으로 후마 도정일 학장의 종이책 교재가 갖는 더 중요한 교육적 효과과 효율을 전자책이 대체할 수 없다는 의견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참신하고 새로운 강의시스템 도입 보다는 지식’, ‘종이책등의 단어가 지니는 기존의 아우라를 지켜가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전자책이 그리 쉽게 도입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 정황적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먼저 스마트 폰을 제외하고 스마트패드나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갖고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26.49%(190)에 그쳤다. 전자책 도입 시, 그 이용방법으로 스마트 패드에 비해 화면이 작은 스마트 폰을 이용하거나 프린트해서 종이로 사용하겠다는 응답자도 46.72%(335)나 되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자책을 도입하게 되더라도 전용 리더기를 구매 혹은 대여토록 하는 등의 별도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총학이 주장하는 중핵교과 교재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병행 사용방안에는 65.77%(415)의 학생이 찬성했지만, 취재 결과 이는 총학이 가격을 줄이기 위해 주장했던 바와 모순되는 결과를 불러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재 발행의 주무부처인 출판문화원은 대학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만약 교재가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병행 발간된다면 종이책 수요를 예측할 수 없고 소량인쇄가 불가피해지는 관계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책 전용 단말기 대여나 관련 프로그램 구상과 같은 구체적 방안은 대학본부와의 논의가 진행된 뒤에야 결정할 수 있다고 답해, ‘교재 병행사용 방안이 총학의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시사했다.


·인프라 준비 선행돼야


법적인 부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전자출판팀 이상현 팀장은 대학교재를 전자책으로 전환한다면 관련 디바이스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법적인 부분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자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외에도 전송권이 추가로 존재해 저작권에 대해 허락을 받았더라도 다시금 저작권자와 재협의를 거쳐야한다. 전송권이란 저작물의 소유권자가 저작물 전송에 대해 갖는 권리로 온라인에서 저작물을 유통시킬 때 적용된다. 우리학교 후마 교재에는 다양한 글이 실려 있으며 이는 후마에서 각 글의 저작권자에게 교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로 사용료를 지불해 허락받은 것이다. 그러나 전자책으로 변환할 시 복제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워 대학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이 팀장은 전자책으로 전환하면 그에 따르는 편의도 있겠지만 도용하기 쉽다는 점 등의 생각지 못한 제약도 많을 것이다라며 아이디어는 좋으나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지 않으면 않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불법 복제 등에 대비한 대처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는 구매 가격이 종이책 구매보다 저렴할 것이다라는 총학과 학생들의 믿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신문은 2회에 걸쳐, 현재 학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교재 전자책 도입 논란에 대해 살펴보았다. 매체로서의 전자책은 종이책이 따라올 수 없는 편의성 및 다양한 방식으로의 활용 편의성, 멀티미디어를 통한 교수법의 첨단화·다변화 등 여러 가지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종이만큼의 장기적인 텍스트 데이터의 보관이 어렵고 종이책 대비 선결해야 할 사전 준비 작업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등의 한계도 지니고 있다. 전자책이 지니는 장단점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세심히 접근해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재 총학과 후마는 각각 종이책 대비 절반의 가격과 절반의 무게라는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주장과, ‘지식의 내면화에는 종이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다분히 감상적인 주장에만 함몰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 주장들에선 이성적인 숙고나 토론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는다.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에 대해 논의하려 하지 않고 논리가 희미한 당위론적 구호로 서로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이런 영양가 없는 논의가 계속된다면, 어떤 결론이 나든지 그것은 전자책 이슈가 갖는 시대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정책으로 귀결될 뿐일 것이다.

2013.04.01 이정우 cyanizm@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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