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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섧게 울고 있었다
휘젓고 쓸어내고 파헤쳐진 우리 강, 강은 흘러야 한다

 

유영빈 기자

 

‘4대강 살리기 사업’,‘ 한국형 뉴딜 사업’으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이하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보기 위해 현장을 둘러보았다. 4대강 현장답사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는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과 대한하천학회가 일반 기자단과 학생기자단을 초청했다. 1박 2일(5월 1일~2일) 동안 강의 살아 있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회룡포와 하회마을, 병산습지부터 보 건설이 진행 중인‘한강살리기 6공구(여주 4지구) 사업장’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단양쑥부쟁이까지 둘러봤다. 유유히 흘러야할 강은 무거운 콘크리트 벽으로 막히고 있
었다.

 

경북 예천군에 위치한 육지 속의 섬 ‘회룡포’는 자연 그대로의 강 모습이었다. 태백산의 끝줄기가 만나 S모양으로 휘감겨 있는 모습은 한 삽만 뜨면 섬이 될 것 같은 지형이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내성천이 만든 고운 모래톱이 신비로운 금빛 테두리로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다. 금빛 모래가 발을 간질이고 선선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하지만 모래의 이동을 막는 영주댐 건설이 완료되면 회룡포의 포근한 모래톱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댐이 설치되면 강물이 단절되기 때문에 모래가 흘러내려갈 수 없다. 모래의 흐름이 막히면 회룡포의 아름다운 모래톱도 사라지게 된다.
내성천을 따라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낙동강 구간에는 준설공사(바닥에 쌓인 모래나 암석을 파내는 일)가 예정돼있다. 영주댐 설치와 준설공사로 유속은 더 빨라지고 백사장은 침식될 것이다. 상류에서의 모래 공급이 줄어들고 하류의 모래 유출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모래가 있어야 물이 정화된다


버스로 이동해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을 내려다봤다. 회룡포와 마찬가지로 낙동강 줄기가 태극모양으로 감싸 돌아나가는 모습이 살아 있는 강 그대로였다. 강가로 내려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산길에 올랐다. 두 시간 남짓 걸어 병산습지에 다다르자 널따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아직은 모래톱이 풍성한 모습이었다. 걸어가는 길에는 동물과 새들의 발자국이 보였고 갈대도 무성했다.
기자단을 안내한 수원대학교 이원영(도시·부동산개발학) 교수는 모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연스럽게 흘러 형성된 곡류천과 넓게 퍼진 모래톱은 강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보 설치와 준설작업들은 강의 흐름을 정체시키기 때문에 녹조현상으로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낙동강이나 섬진강의 경우 상류보다 중·하류의 물이 더 맑다. 강물이 흘러내려오며 더 깨끗해진다는 의미다. 그 일등공신이 바로 ‘모래’다. 물은 모래를 거치면서 오염물질이 걸러지고 맑아진다. 우리가 마시는 물도 모래로 정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보 설치는 정부가 내세우는 ‘수질개선과 하천복원으로 건전한 수생태계 조성’과는 거리가 멀다.

 

“강 속에 황사가 일어나니 어떻게 살아가나”


이튿날 아침, 강천보로 가던 중 낙동강 상주보 현장에 들렀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준설작업현장을 보자 물막이도 하지 않은 채 포클레인으로 강을 파헤치고 있었다. 물막이는 말 그대로 모래로 물을 막아두는 것으로 포클레인으로 강을 파려면 물막이 안에서만 해야 한다. 하지만 상주보 공사현장에서는 물막이와 상관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포클레인으로 물속을 들쑤시니 눈에 띄게 흙탕물이 올라왔고 맑았던 강물은 금세 갈색으로 변했다. 뿌연 흙탕물이 점점 번져갔다. 엄연히 환경영향평가에 위반되는 행위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었다. 한 기자는 “강 속에 황사가 일어났으니 생물이 어떻게 살아가나”라며 탄식했다. 법 규정까지 어겨가며 졸속 추진되고 있는 공사현실에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대체서식지도 없이 내쫓기는 멸종위기종


상주보에서 이동해 남한강의 강천보 공사현장을찾았다. 최근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훼손으로 논란이 있었던 곳이다. 군락지 훼손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강6공구(여주 4지구) 사업장은 여전히 공사를 강행하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 늦은 시간인데도 트럭들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기초공사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현장 직원의 말이다. 이미 강천보 공사현장은 허술하게 진행된 환경영향평가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소송까지 걸려있던 상태였다. 판결이 날 때까지는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 교수의 물음에 담당자는 말이 없었다.
4대강 사업구간에 포함된 도리섬에는 멸종위기종이 서식한다. 얼마 전 언론에도 보도됐던 단양쑥부쟁이는 우리나라 남한강변에서만 자생하는 세계 유일의 희귀식물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동식물 2급 종이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돼 파헤쳐지고 있던 중 언론보도로 문제가 제기된 후에야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라는 표지가 세워지고 밧줄이 쳐졌다. 하지만 이미 도리섬의 일부는 완전히 깎여나갔고 풀들도 다 뽑혔다.

단양쑥부쟁이뿐만이 아니다. 멸종위기종인 수달이나 흰목물떼새와 같은 희귀생물들의 대체서식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되는 공사는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다.
공주대학교 정민걸(생태학) 교수는 “오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야생 동식물이 멸종하는 원인의 40%가 바로 서식지 변형”이라는 정 교수는 “비슷한 환경에 옮겨놔도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간동안 동태양상을 알아봐야지만 멸종을 방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4대강추진본부는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현장답사를 한 1박 2일 동안 기자단의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대책 없는 개발과 겉핥기식 환경영향평가는 그동안 우리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바라본 공사현장은 사업목적도 모호할 만큼 이해하기 힘들었다. 국민적 합의도 없이 몇 개월 만에 결정되고 무리하게 진행되는 공사가 과연 4대강 ‘살리기’ 사업인지는 의문이다.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려고 했지만 파괴되는 강과 생태계 앞에서는 슬퍼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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