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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가정보원(국정원원세훈 전 원장이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원 전 원장은 국정원 소속 직원들에게 지시해 인터넷상에서의 댓글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또한 위 내용을 은폐 및 축소하기 위해 경찰의 수사에도 개입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이와 같은 국정원의 정치적 개입 논란이 시국선언이라는 형태로 대학가에 확산되고 있다.

과거 시국선언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각계 유력인사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내세웠던 강력한 수단이었다이는 3.15 부정선거와 같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항거해 대학교수들이 했던 시국선언에도 잘 나타난다시국선언은 이승만의 하야 과정에서 적지않은 역할을 했을 정도로 큰 힘을 지니고 있었다.

역사에서도 배울 수 있듯이 시국선언이란 중대한 행위다그런 만큼 이를 학생사회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선언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그러나 정작 이를 발표한 학생들이 그 영향력과 이에 따르는 책임감을 충분히 고려했는지는 의문이 든다시국선언의 무게감을 심사숙고했다면 당연히 선언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함께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오히려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시국선언의 가치는 반감될 수도 있을 것이다.애당초 시국선언이란 민주주의적 위기상황에서 펼쳐지는 만큼 시국선언 자체에 민주주의의 가치와 힘즉 다수의 지지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국선언은 과거의 시국선언만큼 지지를 얻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그 이유는 각 학교의 시국선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현재 서울시내 대학 중 시국선언을 선포한 학교들 중에서 소속 학생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학교는 거의 없다설문조사나 투표토론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학교 또한 그리 많지 않다더군다나 그 중에서도 1,000명이 넘는 표본을 가진 학교는 더욱 드물다대학교 학생 수가 적어도 최소 1만 명이 넘는다는 점을 봤을 때시국선언이라는 중대 사태에서 10%마저도 안 되는 학생들의 지지를 전체 학생들의 지지라고 이야기하기엔 힘들지 않을까그러한 시국선언이 얼마나 큰 힘이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을 봤을 때 우리학교 총학생회가 취한 움직임들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처음 성명서를 발표했던 서울대 조차 바로 시국선언을 하지 않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충분히 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우리학교를 비롯한 일부 학교들은 서울대의 성명서 발표 이후 최소 이틀에서 길어야 사흘 정도의 시간을 두고 바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정황상 시국선언문의 내용은 커녕시국선언을 하는 그 자체만을 이야기하기에도 충분치 못한 시간이다그런 면에서 지금 나오고 있는 학생들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시국선언’ 그 자체가 갖는 힘은 분명하고그에 따른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고무적이다대학생이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차지해온 중요한 역할을 다시금 확인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그 움직임이 얼마나 적극적인지얼마나 그들만의 이야기인지는 조금 더 살펴봐야 할 일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국정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진다면혹은 이러한 국정조사가 온전히 실행되지 않는다면 이는 분명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모든 이들이 들고 일어나야만 할 일이다하지만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리 또한 온전한 민주주의적 가치를 튼튼히 해야만 한다목적의 정당성이 절차의 비민주성까지 정당화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지지가 없는 선언에는 생각한 만큼의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다행히 지금 시국선언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시국선언 자체에 반대한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의견이 시국선언에 반영되지 않아 반대하는 이유가 크다다른 무엇보다 밖의 사람들이 아닌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충분한 이야기를 듣고 뜻을 모으는 것이 최우선적인 일이 돼야 할 것이다.

2013.08.01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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