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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순서

[1]우리학교 자율운영제의 어제와 오늘

[2]해외취재 - 학부별 자율성 높은 니혼대

  1. 재정운용 단과대학에 맡기다

  2. 학문의 특수성, 자율운영제에서 찾다

[3] 국내 대학 자율운영제 현황

[4] 우리학교 자율운영제의 미래


#.각 단과대학마다 자신의 학문적 가치에 부합하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자신의 역량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도입된 자율운영제. 하지만 단과대학에 주어진 자율권은 한정적이고 자율운영예산은 획일적인 기준으로 편성돼 ‘보여주기식’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신문은 앞으로 우리학교 자율운영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학부별로 자율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니혼대를 방문했다. 이번 회에서는 니혼대의 자율운영예산제 운용에 대해 짚어봤다.

우리나라 대학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는 등록금 책정과 그 논의과정이다. 올해 역시 대학본부와 학생회는 역시 등록금 인상안 발표부터 동결에 이르기까지 마찰을 반복했다. 이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대학운영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는 재정수입에서 등록금 수입이 55.4%(2013년 기준)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등록금이 대학의 인프라 구축, 핵심사업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우리학교의 등록금 책정과정을 살펴보면, ‘자율운영제’가 도입됐음에도 단과대학별 ‘자율성’확보가 어려운 이유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현재 우리학교는 적절한 등록금 산정을 위해 ‘등록금책정을 위한 특별위원회’와‘등록금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의의 주체는 대학본부와 총학생회(총학), 일부 단과대학 학생회장이 전부다. 등록금 책정 논의는 학교 전체 운영을 거시적 차원에서만 살피는 선에서 이뤄져 각 단과대학의 입장이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단과대학은 대학본부에서 배정해준 예산만으로 한 해 살림을 꾸려가야 한다. 예산이 단과대학의 운신의 폭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단과대학별 ‘자율운영예산회의’에서도 단과대학 내 구성원의 참여가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총학 측은 “단과대학에서 자율운영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정작 이를 조율해줘야 할 대학본부에서는 ‘단과대학의 자율성’을 언급하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본질적으로 이런 문제는 등록금의 흐름을 관장하는 학교의 구조에서 기인한다. ‘자율운영제를 실시했지만 대학본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현행 구조에서 자율운영제가 실질적으로 적용될 여지는 극히 줄어든다.

하지만 일본의 니혼(日本)대학교의 경우 우리학교와 전혀 다른 예산편성 구조를 보여 눈길을 끈다. 니혼대는 전체 재정수입에서 등록금 수입이 55.4%(2013년 기준)로 우리학교와 유사하다.

그러나 니혼대는 등록금 책정 과정을 학부(우리나라 단과대학)가 주도한다. 각 학부의 등록금을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해당 학부 내의 예산위원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것이다. 교·직원 채용, 학부의 중·장기 계획 수립 등 향후 필요로 하는 예산을 고려해 학부별 예산위원회에서 등록금을 결정하고 있다.

니혼대는 등록금을 걷는 주체 또한 대학본부가 아닌 학부다. 그리고 각 학부는 대학본부 측에 본부부담금을 지불해 대학 전체의 운영을 돕는다. 우리학교가 대학본부에서 전체 예산을 일정한 배정식에 따라 하향식으로 자율예산을 분배한다면, 니혼대는 각 학부에서 본부 측에 상향식으로 일정한 금액을 내는 정반대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니혼대는 대학본부의 역할도 우리학교와 상이하다. 니혼대 대학본부는 주로 대학 전체 차원의 거교적 사업을 진행하거나, 정부와 학부 간의 의사소통 창구 등 정책 조정자의 역할을 한다. 니혼대 재무부 주계과 토모치카 히데노부(友近英展)과장은 “‘니혼대의 목표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주어질 경우 ‘어떻게’의 부분을 학부에서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니혼대의 자율운영이다”라고 말하며 “대학본부는 단지 넓은 범위의 방침만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니혼대가 보이고 있는 이 특별한 방식의 예산집행 및 운영방식은 니혼대의 역사적·지리적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니혼대는 법학부, 이공학부, 예술학부 등 14개 학부로 구성돼 있는데, 모두가 별도 지역에 소재한 개별 캠퍼스로 운영되고 있어 대학본부의 간섭 없이 학부 나름의 독자적인 발전과정을 거쳐 왔다. 이런 구조는 단과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학부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곳에 역량을 투입하는 효율적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학부의 자율성을 토대로 현장에서 직접 신속한 판단을 내려 운영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대학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니혼대의 운영방식에도 분명 한계점은 있다. 학부별로 자율적인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학부 별 재정능력 격차가 심하다. 하지만 예산에 대한 권한이 단과대학에 있어 대학본부는 조정자 역할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없고, 재정위기를 맞은 학부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어렵다. 또한 학사 부문에서도 단과대학 캠퍼스 간 거리가 멀어 복수전공제도는 없는 실정이고, 따라서 학문 간 융합도 기대하기 어렵다. 심지어 한 대학의 가치를 공유하고 일관성 있는 교육방향을 제시해야 할 교양교육도 학부가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우리학교와 니혼대는 자율운영제의 예 산 편성 방식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또한 양측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자율운영제’를 통해 단과대학 고유의 가치를 살리고 운영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과대학의 의견이 반영될 창구가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

우리 학교는 단과대학별 등록금 책정을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적 토양을 갖고 있긴 하지만 단과대학의 입장이 반영될 여지가 없다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 대학본부가 장기적인 계획수립과 일관적인 방향성 제시를 위해 큰 역할을 하더라도, 단과대학과 개별 단위 학생사회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과대학 별 등록금 책정에 대해 단과대학 B 행정실장은 “자율운영의 궁극적인 방향은 그렇게 가야 한다”며 “쌍방 간의 소통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방향을 받아들일 자세가 돼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학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토대로 하는 학교 운영 시스템은 니혼대 설립 특수성에 기인한다. 하지만 우리학교 자율운영제가 단과대학의 자율권 부족으로 인해 의사결정과 예산활용에서 대학본부의 영향을 받고 본래 의미였던 단과대학의 가치 실현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니혼대의 경우 최대한 단과대학의 가치를 보장하고 있다. 단과대학만의 신규 사업과 중·장기 발전 계획 수립이 용이할 뿐 아니라 단과대학도 주어진 권리를 책임감을 있게 실천하고 있다.

‘자율운영제’의 가장 큰 화두는 단과대학의 자율성 확보 방안에 있다. 니혼대의 학부 중심 재정 운영 시스템이 우리학교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학교의 자율예산 방식이 아니라 대학 전체의 의사결정 구조가 변해야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걸 떠오르게 한 대목이다. 앞으로 자율운영제도에 대한 논의도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되지 않는다면 탁상공론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금처럼 단과대학 고유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자율운영제’가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단과대학의 자율권 보장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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