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630

수학이나 계산이라면 학을 떼는 기자에게 어느 날 복잡한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우리학교 부속 의료기관의 결산 내용이었다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의료기관 부채의 총합이 2012년 결산공고 기준으로 2,700억 원을 넘었으며특히1년 내에 갚아야 할 부채인 유동부채 비율이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낯선 용어가 많은 대차대조표였지만꽤나 심각한 문제라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지난 1일에 열린 경희의료원 발전을 위한 노·사 합동 연찬회에 갈 때는당장의 재정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이 논의될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연찬회에서 오간 내용은 생각보다 추상적인 이야기에 머물렀다거의 대부분의 발표가 실질적인 수치와 통계를 통해 객관적으로 위기를 인식하려고 하기보다는 소통의 강화’, ‘경쟁력 있는 연구중심 병원과 같은 이전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말들만 끊임없이 이어졌다.

실행이 가능할 지는 나중의 문제지만모든 안들이 정말로 현실성이 있는지는 의문이 들었다패널 토론에서도 한 패널이 내용이 너무 진부하다며 현상은 모두가 알고 있고이제는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지 솔직한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을 정도였다.

연구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은 분명히 우리학교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후마니타스 병원으로 대표되는 소통의 강화도 타 대학병원과 차별성을 둘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그러나 이는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다이를 논의하는 과정 속에서도 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비단 경희의료원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대학병원이 처한 위기도 변하지 않는다지금은 10년 이상을 바라봐야 할 계획만 논하기보다는당장 시행 가능한 사업이나 비효율성을 개편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물론 올바른 비전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다하지만 대부분의 사안들에 대해 구성원이 공감하고 있고당장의 위기가 눈앞에 닥쳐온 상황이라면 탁상공론보다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연찬회라는 자리의 특성상 맞지 않은 담론일 수도 있지만연찬회 밖에서 논의할 만한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도 오고 갔다면 여러 구성원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더욱 유익한 자리가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추상적인 이야기는 정말 쉽다. ‘야구팀을 잘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라는 질문에는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쉽게 답할 수 있다그러나 팀의 약점은 무엇이며어떤 투수를 영입해야 할 지’ 같은 질문에는 아무나 섣불리 답을 내놓기 어렵다연찬회에 참여한 구성원은 모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인 만큼 앞으로는 보다 실질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3.06.10김주환 <기자>
번호
글쓴이
549 대학주보 [1546호]양 캠 총학 시국선언문 발표, 학내 반발은 여전
대학주보
2013-08-05 4577
548 대학주보 [1546호]시국선언 열풍은 어떻게 대학가로 와서 불었나
대학주보
2013-08-05 4490
547 대학주보 [1546호]짧지만 강렬했던 2주간의 ‘힐링’
대학주보
2013-08-05 5032
546 대학주보 [온라인]2014학년도 입시, ‘온라인 논술채점 시스템’ 도입
대학주보
2013-08-05 5036
545 대학주보 [온라인]“한의학 현대화에 힘쓰고 싶다”
대학주보
2013-08-05 4723
544 대학주보 [온라인]“자세한 연구 성과 소개로 후원자의 신뢰를 얻다”
대학주보
2013-08-05 4263
543 대학주보 [온라인]“국정원 선거개입 진상규명 촉구”, 총학 기자회견 열어
대학주보
2013-08-05 4168
542 대학주보 [온라인]버디프로그램 활동 발표회 열려
대학주보
2013-08-05 4070
541 대학주보 [온라인]올 여름, 캠퍼스 절전규제 실시
대학주보
2013-08-05 4068
540 대학주보 [1545호]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 3막 1장
대학주보
2013-08-05 10138
539 대학주보 [1545호]크나쯔엉 마을에 경희의 ‘가치’를
대학주보
2013-08-05 5041
538 대학주보 [1545호]후마니타스 칼리지, 경희 인문학의 상징으로 일신해가기를
대학주보
2013-08-05 4513
537 대학주보 [1545호]‘Failure is just movement’실패는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끈다
대학주보
2013-08-05 4172
536 대학주보 [1545호]주간교수 반대로 발행 중단된 가톨릭대학보
대학주보
2013-08-05 3886
535 대학주보 [1545호]솔직히 부끄럽습니다
대학주보
2013-08-05 4105
대학주보 [1545호]의료원에 필요한 건 ‘구체적인 해법’
대학주보
2013-08-05 4168
533 대학주보 [1545호]경희 옴부즈, 온라인 민원접수 도입 후 이용 증가
대학주보
2013-08-05 4971
532 대학주보 [1545호]양 캠 글쓰기 평가방식 불일치 “큰 문제 없어 조금 더 지켜보자”
대학주보
2013-08-05 4364
531 대학주보 [1545호]‘불안’한 의학계열, 활로 찾기 시작하나
대학주보
2013-08-05 4063
530 대학주보 [1545호]종합순위는 올랐지만, 세부지표 하락
대학주보
2013-08-05 3992
529 대학주보 [1545호]“성찰 통해 자신만의 시간 가져야”
대학주보
2013-08-05 4101
528 대학주보 [1544호] ‘휘는 전자기기’ 원천 기술, 최초 개발 1
대학주보
2013-06-04 5619
527 대학주보 [1544호] 행복을 위한 특별 식단, 《에우데모스 윤리학》
대학주보
2013-06-04 5400
526 대학주보 [1544호] 경희구성원 주 정보채널 단과대학·학과 홈페이지
대학주보
2013-06-04 5567
525 대학주보 [1544호] 학내 미디어 활용패턴 조사 결과가 갖는 다양한 함의
대학주보
2013-06-04 4477
524 대학주보 [1544호] 모두가 즐거운 ‘세레머니’를 위해
대학주보
2013-06-04 4905
523 대학주보 [1544호]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는 격’
대학주보
2013-06-04 4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