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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 칼리지(후마)가 출범하던 지난 2011학년도 1학기 무렵후마 도정일 대학장은 후마가 나아갈 목표가 학문의 틀을 뛰어넘어 교양의 진정한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이 자리에서 도 대학장은 학생 개개인이 가치와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초능력을 확보해서 변화하는 사회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양토록 하는 보다 본질적인 형태의 교양교육을 지향하겠다고 밝혔고그간 캠퍼스 별로 나뉘어 진행되던 교양강의를 단일한 교육철학 아래에서 하나의 체제로 묶어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후마가 출범한 지 2년여가 흐른 지금당초 후마가 야심차게 내세웠던 교육철학과 가치관은 교육과정 속에 확고하게 녹아들어 있을까유감스럽게도학생 평가방식을 둘러싼 후마 내부의 이견(異見)과 그 외연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섣불리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12년 5서울캠퍼스(서울캠후마의 글쓰기와 시민교육’ 교과의 평가방식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었다참된 교양교육의 가치 구현에 있어 경쟁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판단이 대두된 결과다일련의 변화 과정을 이끌어간 배경에는 후마 대학생위원회가 자리하고 있었다후마 대학생위원회는 지난 2010년에 서울캠 총학이 후마의 운영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조직한 이래로 그 간 후마가 교양교육의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하고 있는지에 관해 세세한 감시활동을 벌여온 바 있다.

학생들의 뜻을 전하며 후마의 견제역할을 자임해온 후마 대학생위원회는 주목할 만한 활동이다이른바 미래사회를 위한 정방향으로서의 교양교육 강화사업은 위에서 아래로의 일 방향적 패턴이 아니라 교육소비자인 학생들의 자발적인 동참과 열정이 학교 측의 고민과 조응할 때에야 비로소 의미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서울캠과 국제캠의 법적 통합에도 불구하고그리고 캠퍼스 별로 나뉘어 진행되던 교양강의를 단일한 교육철학 아래에서 하나의 체제로 묶어 체계적으로 교육한다는 후마의 설립 목적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서울캠의 유의미한 변화가 국제캠퍼스(국제캠후마와는 전혀 연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국제캠 후마는 서울캠과는 달리 평가방식을 여전히 상대평가로 유지하고 있다국제캠 후마는 그 이유로 현재 글쓰기를 비롯한 교과들이 상대평가만으로도 큰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 주장한다만일 그렇다면참된 교양교육의 가치 구현에 있어 경쟁이 올바른 요소가 아니라는 교육관은 다만 서울캠 후마에만 국한된 관점인 것인지혹은 국제캠의 글쓰기나 시민교육’ 교과가 추구하는 가치는 서울캠의 그것과는 다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

또 다른 문제는국제캠 후마의 경우 서울캠 후마의 대학생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구나 조직이 부재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이는 다시 말해 국제캠의 학생들은 후마에 대해 교육권과 언로를 보장할 수 있는 아무런 자치기구도 갖지 못한 채 학교 측의 정책결정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이는 후마 출범 이전부터 대학생위원회를 조직해 후마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서울캠 총학과 명백히 비교되는 행보다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 부재라는 상황은 의욕적으로 출발시킨 후마의 방향성이 과연 미래사회를 위한 정방향을 항시 지향할 수 있겠느냐 라는 근원적 의문에 봉착하게 만든다.

서울캠-국제캠 후마의 이러한 상호 비균질한 모습은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의례히 생겨나는 물리적인 문제점이 아니라 후마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마주한 구성원의 인식이 기존 체계 속에 머무르고 있는 탓에 벌어지고 있는 의식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고 하겠다.

후마 출범을 앞둔 인터뷰에서 당시 국제캠 학부대학 허동현 학장은 후마를 일컬어 사회에 원석을 공급하는 교양교육체계라고 정의했다교양교육의 가치에 더 근접하는 성적 평가제도는 무엇인가원석을 깨려는 학생 스스로의 자발적인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 원석은 보석으로 빛날 수 있을 것인가보다 나은 후마를 위해 지금부터 고민해볼 문제들이다.

2013.06.10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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