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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의 맛에서 느끼는 행복

연재순서

1: 클래식 음악의 맛

2: 오페라

3: 독일가곡

4: 피아노 음악

5: 심포니

6: 발레음악

#.클래식 음악의 참 맛은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맑고 순수한 미적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데 있다. 우리학교 음악대학의 김미애 교수가 앞으로 1년간 6회에 걸쳐 클래식 음악이 갖고 있는 가치를 아래 연재 순서에 따라 독자 여러분께 전하게 된다.

독일가곡은 슈베르트가 그랬던 것처럼,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이 친지의 거실에 모여서 순수예술에 대하여 환담하는 문화가운데 태어났다.

19세기 초반 가곡의 왕 슈베르트(1797-1828)가 살았던 비엔나의 젊은이들은 전통적인 관습·규율 등을 따분하게 여기며, 보헤미안의 자유분방한 삶을 동경하고 있었다. 슈베르트는 바로 이런 성향을 담뿍 지닌 청년이었다. 그는 공직생활에 어울리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평론가들을 초대해 큰 무대에서 작품발표회를 갖는 일도 거의 하지 않았다. 천재 작곡가인 그는 쉴 새 없이 머리와 가슴에서 샘솟는 악상을 받아 적고 주위사람들에게 연주해주는 것을 가장 행복으로 여겼다. 그래서 그는 늘 가난하였고 31세란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1200여 작품을 남김).

독일가곡은 슈베르트가 그랬던 것처럼,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이 친지의 거실에 모여서 순수예술에 대하여 환담하는 문화가운데 태어났다.1) 친구들에게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고백하거나 또는 전에 인상 깊었던 경험을 들려주는 분위기이며, 피아노반주에 맞추어 독창으로 노래한다. 내 가슴속 감정의 섬세한 음영(陰影)까지 친구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부터 슈베르트가 그의 친구인 우리에게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에서 목격했던 송어이야기를 들려준다(1817 여름).2)

<송어 (Die Forelle)3)>

: 슈바르트4)(번역시:김미애)

맑은 시냇물에,

변덕스런 송어가

화살처럼 재빠르게 지나갔네.

나는 물가에 서서

달콤한 고요함 가운데

맑은 냇물에서

경쾌하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았네.

 

 

한 낚시꾼이 낚싯대를 메고 나타나서

물가에 섰네.

그리고 냉혹하게

물고기가 생기 있게 헤엄치는 것을 노려보

고 있었네.

물이 맑은 한

송어를

낚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네.

 

 

그러나 드디어 그 나쁜 놈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자

내가 예상했던 대로

간교하게도 냇물을 흐려놓았네.

낚싯대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더니

물고기는 낚여 올라 팔딱거렸네.

나는 흥분하며

속아서 낚인 송어를 바라보았네.

피아노 전주는 맑은 물속에서 송어가 명랑하고 경쾌하게 헤엄치는 모습을 밝은 장조로 우리의 눈앞에 그대로 보여준다. 이 리드미컬한 반주음형은 약간씩 변형되기는 하지만 곡 전체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노래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단순하고 씩씩한 선율과 함께하기 시작한다. 나는 건강하게 헤엄쳐 다니는 송어를 신기한 듯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1). 낚시꾼이 나타났지만 영리한 송어는 걸려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1절의 선율로 노래하고 있다(2). 그러나 낚시꾼이 흙탕물로 만들어버리는 3절이 시작되면서 노래의 분위기는 갑자기 단조로 바뀌고 험악해진다. 성악부는 선율적인 흐름을 멈추고 동일 음을 반복하다 갑자기 도약진행을 하는 등 긴박감을 주고, 반주 역시 지금까지의 경쾌한 움직임을 잃으면서 어지러워지고 극적으로 몰아 부친다. 드디어 송어가 잡혀서 팔딱거리는 순간 피아노는 16분음표로 계속 커지면서 두들겨댄다. 이 부분을 고비로 노래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3절의 후반부를 조용히 마친다. 불쌍한 송어 녀석은 잡혔지만, 흙탕물은 다시 가라앉고 다른 송어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여전히 즐겁게 헤엄치고 있기 때문일까?

슈베르트의 가곡을 듣노라면 우리는 어느새 그의 어린아이 같이 맑고 순진한 마음에 동화된다. 또한 <아름다운 물레방아간의 아가씨(1823)>, <겨울 나그네(1826)>를 비롯한 사랑을 노래한 가곡에서는 그가 겪는 플라토닉사랑의 정점에서 솟아오르는 행복감과 절망 그리고 희망과 좌절이 펼쳐진다. 슈베르트 노래속의 감정은 곧 나의 기쁨·즐거움·슬픔·분노·고통이 되고, 나도 모르게 그의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함께 숨 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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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러한 문화를 살롱문화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시작되어서 전 유럽에 퍼진 풍조이다. 독일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19세기 초반 경부터 서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음악과 시 그리고 미술 등 순수예술을 함께 즐기고 생각을 나누었다. 이러한 문화 밑에서 꽃핀 음악 장르 가운데 독일가곡이 있다.

2)가곡 <송어>의 상쾌하고 생동감 있는 멜로디는 2년 후에 <피아노 5중주, 송어(Op. 114)>4악장에서 변주곡의 주제로 재탄생했다.

3)바다고기인 숭어라고 알려져 있으나, 내용으로 보아 민물고기 송어가 맞다.

4)C.F.D. Schubart(1739-1791): 독일의 언론인, 소설가. 작곡가는 자작시가 아닐지라도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시를 찾아 작곡하므로, 마치 자신이 지은 시처럼 음악으로 표현한다.

송어시작부분. 피아노의 반주에서 생기발랄한 송어가 경쾌하게 헤엄치는 모습을 묘사한 음형이 오른손과 왼손으로 옮겨 다닌다.

2013.06.03 김미애 <기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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