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630

학문단위 재조정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일이 됐다. 목전의 PRIME사업은 차치하더라도 감소추세에 놓인 학령인구 현황이나 2018년의 입시제도 개편 같은 외적 요인들을 고려해볼 때, 우리학교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학문단위 재조정은 필수적인 초석이기 때문이다. 중등교육과정에서 문·이과의 구분이 사라지고 학문단위가 통합되는 2018년 이후로는 모든 예비 신입생들이 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진로를 고민하게 된다. 바야흐로 진짜배기 ‘학문간 융합의 시대’가 개막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학교의 81개 학문단위가 일사불란한 역할 분담과 학문간 교류시스템 마련을 통해 융합 학문의 시대에 맞는 교육환경을 조성해가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번에 우리신문이 지령 1600호 특집기획으로 준비했던 ‘하나의 경희’ 시리즈에 대해 나타난 구성원의 다양한 반응 속에서는 양 캠퍼스에서 적어도 십 수 년 전부터 이어져오던 고착화된 편견이 여러 지점에서 관측된다. ‘하나의 캠퍼스’에 대한 양 캠퍼스 구성원 간의 인식 차이가 경희의 ‘진정한 하나’를 번번이 가로막아온 지난날을 상기해볼 때, 수많은 시일이 흐른 오늘날에도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은 이 문제에 대해 예로부터 지금까지 ‘문제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을 그 잠재적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통시적으로 돌이켜보면 유사학과·대외 인식 등 소위 본·분교 문제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는 동안 대학본부는 이 사안을 제대로 직면한 적이 없었다. 자꾸만 ‘현상’으로 불거져 나오는 이 문제를, 대학본부 측은 언제나 ‘캠퍼스 별 운영 원칙’을 되풀이해서 설명하거나, ‘학생 간의 논의’ 에 맡기거나, ‘캠퍼스 명칭변경’으로 우회하면서 유야무야 넘겨왔다. 힘들고 부담스러운 이슈라는 이유로 대학본부가 문제를 외면하며 구성원과 소통을 포기한 사이에, 해당 문제는 자연 치유되기는 커녕 반복·누적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학문단위 재조정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일이 됐다. ‘학문단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은 대학본부의 권리이겠지만, 그 정책의 상세와 각론은 대학과 구성원이 긴밀히 협의해서 이뤄가야 하는 것일 테다. 우려스러운 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대학은 그동안 우리학교의 미래를 좌우할 거대담론에 대해 구성원과 제대로 된 소통의 시간을 가졌던 경험이 부족하다. 대학이 ‘구성원을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감 자체에 짓눌려있는 사이에 구성원 사이에선 편견과 오해가 깊이 쌓여온 바 있다. 그리고 이제, 자칫 잘못하면 학문단위 재조정 문제에서도 이와 유사한 행보를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주의는 ‘불편한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데서 출발한다.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방과 꾸준히 대화하고 토론하여 의견을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다. 구성원 간 소통 여하에 따라, 학문단위 재조정은 우리학교가 미래를 담보하며 ‘진정한 하나’로 나아갈 수 있는 출구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전 구성원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내몰 수 있는 벼랑이 될 수도 있다. 대학은 어떤 자세와 모습으로 우리학교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인가.

번호
글쓴이
522 영어신문사 [Camus Affair] Legally Approved: Both Campuses Are Equal
영어신문사
2011-11-10 6470
521 대학주보 [1519호] 문과대학 학생회, 영어학부 개편 관련 입장 발표
대학주보
2012-06-11 6469
520 교지고황 [고황 새내기호 ver. 독립] 편집후기
고황
2011-03-07 6445
대학주보 [1601호] 사설 '대학은 우리학교의 미래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대학주보
2015-12-07 6431
518 대학주보 [21세기에 다시 보는 해방후사 2강] 중국의 내전은 한국분단에 종지부를 찍었다 : 스탈린, 중국내전, 한반도 1946
대학주보
2011-12-09 6423
517 대학주보 [1535호] 농구부, 대학리그 3연패 도전 강력한 우승라이벌 ‘고려대’
대학주보
2013-03-12 6408
516 대학주보 [알림]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대학주보
2014-05-15 6385
515 대학주보 [1487호]경영대학·호텔관광대학 Hospitality 경영학부 국내 경영교육인증 예비심사 통과
대학주보
2011-04-06 6376
514 대학주보 [1485호]법대, 학생에 비해 강의 수 부족
대학주보
2011-03-23 6368
513 대학주보 [1568호] 사설 : 대학언론의 미래, 대학의 지속가능성에 달려있다
대학주보
2014-05-15 6361
512 대학주보 [1487호]표류하는 자율전공학과, 전공강의는 2개뿐
대학주보
2011-04-06 6346
511 대학주보 [1568호] 풀리지 않는 숙제 ‘소통’ 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까
대학주보
2014-05-15 6334
510 대학주보 [1518호] 국제캠 총학, 허위 비난 적극 대응 입장 이미지개선 특별팀, 지하철역명 ‘경희대역’ 결정 위한 활동 예정 12
대학주보
2012-06-04 6330
509 대학주보 [사람] ‘김치버스’로 한식전도여행 떠나는 류시형, 김승민, 조석범 군
대학주보
2011-09-02 6308
508 대학주보 [1459호] 다면평가 성적 공개, 피드백 기대
대학주보
2010-04-01 6305
507 대학주보 [1458호] 물품보관함, '사(私)'물함화 심각
대학주보
2010-03-24 6290
506 대학주보 [1535호] 서울캠 화장실 개선 사업 진행
대학주보
2013-03-12 6257
505 대학주보 [1484호]국제대학원 이영조 교수 사퇴논란 해명
대학주보
2011-03-15 6257
504 대학주보 [1459호] 수리계산센터, 외부 과제 등 활용분야 확대
대학주보
2010-04-01 6238
503 대학주보 [1459호] 고전강독, 정신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다
대학주보
2010-04-01 6208
502 대학주보 [1492호] 우리가 만드는 야누스 축제, 연예인과 쓰레기 없으면 대동제 아니죠? file
대학주보
2011-05-30 6206
501 대학주보 [1570호] 아르바이트 ‘리걸클리닉’으로 도움받자
대학주보
2014-05-28 6205
500 대학주보 [1484호]우정원, 장비 교체 시까지 무선공유기 사용금지 통보
대학주보
2011-03-15 6205
499 대학주보 [1543호] 행복의 상징 - 은방울꽃
대학주보
2013-05-28 6167
498 대학주보 [1568호] ‘온라인 대학주보’ 이용률 57%, ‘종이신문’ 36.6% 뛰어넘어
대학주보
2014-05-15 6133
497 대학주보 [1497호] 서울·국제캠퍼스 통합 법적 승인 완료 1
대학주보
2011-09-05 6087
496 대학주보 [1535호] 학습 네트워크 ‘아레테(Arete)’, 교육역량강화사업 우수사례 선정
대학주보
2013-03-12 6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