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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원자력은 지속 가능한가?


- 연재순서 -

1회 여러나라가 원전을 포기했음에도 우리는 왜 원자력에 의존하나?

2회 원자력, 전문가는 어떻게 늘 안전하다고 주장하나?

3회 왜 원자력 연구개발에는 많은 투자가 계속되나?

4회 우리나라는 왜 핵재처리와 농축을 못하나?

5회 안전성을 인정받고 지속적인 에너지가 되려면 무슨 문제를 풀어야 하나?



#.원자력 전문가들은 대체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또 안전하다고 믿지는 않지만 국민들에게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김명현 교수가 분석해봤다.


인류의 문명은 크고 작은 사고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 우리의 선배들은 사고 원인을 자신들의 오만함과 경솔함에 대한 신의 경고로 받아들이고 규제와 기술 혁신으로 안전성을 증대해 왔다. 가장 눈에 띄는 예는 항공산업이다. 2012년 항공기 사고로 인한 전 세계의 사망자 수는 475명이었다고 한다. 2000년의 1,147명에 비해서 절반 정도로 줄었는데, 그간 항공편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이 사실을 놓고, 아직도 내가 탈 비행기가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사람과 그만하면 안심하고 탈 만 하다고 보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양쪽 다 기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원자력은 비행기와 달리 위험성을 인지하고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원자력이 나에게 주는 이득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위험성은 무척 크게 보인다. 원자력 사고의 경우 1999년에 2명의 방사선 피폭 사망 이후, 원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무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직접 사망자는 없다. 2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방사능에 의한 암 환자 사망자 수 추정에서 낙관적인 시각과 비관적인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방사선 의학자들의 견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럼 원자력 전문가들은 어떤가? 대체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또 안전하다고 믿지는 않지만 국민들에게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정말 신기한 노릇이다. 지독한 혈맹조직이 아니면 낼 수 없는 한 목소리를 낸다.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이 궁금증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절대 안전은 없다


원자력의 안전을 평할 때, 절대로 안전하다거나 절대로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다. 감정적으로는 누구나 원자력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험한 것을 안전하게 만들려면 안전성 향상 목표가 있어야 한다. 앞의 항공산업의 예에서는 비행기 추락 확률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그 목표다. 원자력은 마찬가지로 노심손상사고 발생 확률과 그로 인한 위해도를 줄이고자 노력해 왔다.

1999년도 미국에서 발표한 사망확률 통계자료에 의하면 자살(9,343명당 1), 자동차 (18,752), 익사(77,308), 자전거(341,025), 항공기(381,566), 번개(4,262,813)의 순을 보였다. 방사선 및 원자력 사고는 사망자가 없어 0으로 표기됐다. 실제 장기간 추적한 여러 자료에 의하면 번개 맞아 죽을 확률보다 원자력이나 방사선 사고의 확률이 무척 적다. 전문가들은 노심 손상 확률은 2만년 운전에 한 번이라고 인정한다. 안전하게 보이는 석탄발전소의 사망확률이 원자력발전소보다 오히려 25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의 신형 원자로는 안전성이 이전보다 10배 내지 100배 더 증대됐다.


원자력은 한 번 사고 나면 피해가 매우 크다


아무리 확률이 적어도 사고로 인한 피해가 크다면 위해도(Risk=Probability×Damage Factor)는 줄지 않는다. 원자력 사고가 나면 피해가 원자폭탄과 유사할 것이라고 오해한다. 1979년의 TMI(미국 Three Mile Island 원자력발전소) 사고에서 사망자나 암환자 피해자가 전무했지만, 이 사고는 기존의 안전성 평가 방법을 새로 정립하고 보다 엄격한 규제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됐다. 이후로 규제가 너무 엄격해져 미국 내의 발전사업자가 원전 건설을 꺼리게 됐다. 이 사고의 Damage Factor는 보건상 피해가 아니고 사회적 재정적 피해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확률이 매우 적은 자연 재해를 대비하지 못한 데에 이유에 있다. 이 사고들의 교훈은 2만년에 한번 일어 날 사고가 오늘 일어날 수 있고, 확률이 때론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2개의 사고 모두 비상 장치가 제대로 가동했고, 전원 공급이 없는 극심한 상황에서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끔찍한 상황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이는 굳이 비유를 들자면 비행기가 고장나서 바다 위에 비상 착륙했고 안전 수칙에 따라 승객은 무사히 탈출했으나 비행기는 바다 속에 잠겨 버린 상황과 비슷하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비상 착륙할 수단도 마련되지 않았고, 비상 탈출구도 없는 비행기였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모든 원전은 극심한 사고 상황을 예상하고 2, 3중의 안전장치와 운전 지침을 마련해 놓았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상의 사고에 대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대비책을 제대로 갖췄다고 전문가들은 자신한다.

그런데 아무리 비상 대책을 잘 마련해 놓았어도 불순 세력의 테러, 운전원의 고의적인 만행, 부품 고장에 대한 집단적인 은폐, 안전 감독 기구의 총체적인 부실 등이 있다면 안전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원자력은 잘 감시되고 있는가?


원자력만큼 많은 사람들 특히 대중 매체의 관심을 끄는 것도 드물다. 원전에 고장이 나면 즉각 당일 뉴스에 보도되고, 매우 큰 우려로 문의가 빗발친다. 고장은 사고와 엄연히 다르다고 항변해 봐야 소용이 없다. 아주 사소한 고장이라도 몇 차례의 진상 조사와 여러 위원회가 열리고, 반핵 단체는 못 믿겠다고 외국의 제3 기관에 진상조사를 다시 의뢰한다. 지역 주민은 자체적으로 설립한 환경감시센터에서 24시간 주변의 방사능 농도를 최신 장비로 감시한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 여럿은 발전소 현장에 상주하면서 1년 내내 운전 상황을 감시한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생각한다.

우리나라 자동차가 미국에 수출되면서 품질이 월등히 좋아졌다. 원자력도 이제는 수출품이기에 국제적인 안전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UAE에 수출하고 이제 FinlandSaudi 원전 시장을 개척하면서 프랑스와 일본과 경쟁한다. 이만하면 안전성에 합격을 주어도 되지 않을가 생각한다.

한때 인공 커피크림에 들어있는 카제인의 위해성이 사회적 관심이 됐었다. 나트륨이든, MSG든 많이 먹어서 안전한 것은 없다. 그러나 아주 작은 양은 무엇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험한 독도 아주 극미량이라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설정한 안전성 목표가 없다면 이 세상에서 먹을 것은 물 밖에 없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지금의 원자력은 충분히 합리적인 안전성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계속 안전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필자의 견해는 대학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13.05.13 김명현 <원자력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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