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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가 펴낸 ‘2012 전자책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지난 1년간 전자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은 조사대상 2천 명 중 전체의 14.6%이다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 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수 백 페이지의 책을 손쉽게 읽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가 펴낸 ‘2012 전자책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지난 1년간 전자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은 조사대상 2천 명 중 전체의 14.6%이며, 전자책 평균 독서량은 1.6권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에서 전자책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학교에서도 전자책에 관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서울캠퍼스(서울캠) ‘4차 등록금 책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등책위)에서는 총학생회(총학)가 대학본부에 중핵교과 교재비 절반 예산 책정 및 전자책 예산 책정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전자책 관련 요구안도 총학에서 제시한 수많은 요구 중 하나였을 뿐, 당시 관련 내용에 대한 별다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후마니타스 칼리지(후마) 중핵교과 교재들의 교재비 인하 및 전자책 출판을 요구한 것에 대해 총학 정주용(행정학 2006) 회장은 학생들의 교재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측면과 중핵교과 교재들은 굉장히 두껍고 무겁기 때문에 사용시의 불편함이 있다는 측면 등이 있다고 말했다. 총학에 따르면 전공교재뿐만 아니라 교양교재의 금액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교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자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자책 도입에 대해 후마 도정일 대학장은 전자책이 종이책과는 다른 편의성, 기능, 장점 등이 있다고 말했지만, 사용자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매체를 선택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 대학장은 분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후마 교양교육 교재에 관해선 전자책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며, “종이책에 대한 상대적 저비용성, 편의성, 신속성 같은 전자책의 장점들은 종이책 교재가 갖는 더 중요한 교육적 효용과 효율을 결코 대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자책이 종이책의 병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학생들은 종이책 교재를 따로 사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총학은 전자책 도입에 찬성하고, 후마는 교양교재의 전자책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양 측이 과연 전자책의 장, 단점에 대해서 정확하고 적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자책의 장점으로는 종이를 벗어나 현대 학생들에게 가장 익숙한 매체로 텍스트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과 수업방식 다각화 및 수업능률향상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생층의 접근성이 높아 종이책 대비 텍스트 접근성이 향상될 수 있다. 물론 전자책에는 단점내지 한계도 존재한다. 불법 다운로드 및 불법복제 등에 대한 대처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하는 탓에 초기구축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뿐만 아니라, 전용 리더기를 도입할 경우 리더기 구매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종이책 대비 가격 경쟁력을 무력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숙명여대는 이같은 전자책의 장단점이 비교적 깊이 숙고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좋은 사례다. 한 이동통신사와 함께 태블릿 PC 및 스마트폰 기반의 양방향 강의시스템인 그린클래스(Green Class)’를 지난 5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클래스는 기존의 종이문서 및 PC 중심의 수업방식이 아닌, 무선기기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실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 따르면, 교수가 태블릿PC를 통해 일종의 가상 강의실을 개설하고 학생들에게 강의 교안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업자료를 일일이 업로드하거나 출력할 필요가 없다. 숙명여대 관리정보처 이종우 처장은 오프라인 교육의 물리적 제약을 벗어나는 스마트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 학생들이 모든 역량을 교육에 집중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기기의 경우, 학생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강의 자료나 녹음파일 등은 관련 어플에 자동 저장이 되기 때문에, 태블릿은 수업 중에만 필요하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개인 컴퓨터나 스마트 폰 등을 통해 수업에서 사용했던 자료를 받을 수 있다. 기기 지원의 경우, 숙명여대 홍보팀 측은 모든 학생들에게 기기를 지급한다는 것은 예산상 무리다라며 하지만 수업시간에 한정해 대여해주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자책 이슈에 관한 학내 구성원의 입장은 어떨까. 대학주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자책 도입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학내 구성원도 전자책 도입 이슈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는 형국이다. 서동원(경영학 2011) 군은 휴대가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면에선 전자책의 장점을 인정하지만, 인문학의 본질은 사람이 무엇인가에 있다초점이 철저하게 사람에 맞춰져 있음을 고려한다면, 기계를 마주하면서 전자책으로 된 인문서를 보는 게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반면, 김태현(우주탐사학, 박사 1) 씨는 전자기기가 발달된 세상이기 때문에, 전자책으로 공부한다면 인문학의 영역을 넓히고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전의 경우 두께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휴대성이 편해진다면, 고전의 대중화에 따른 인문학의 평준화, 집단 지성 수준의 향상도 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자책이라는 사회적 이슈는 우리학교에서는 후마의 교재와 만나면서 디지털 시대의 인문학 교육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 이슈를 이끌어가고 있는 두 주체인 총학과 후마는 다소 편협한 시각으로 전자책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과연 전자책의 효용은 가격경쟁력과 두께뿐인가? 인문학은 과연 종이 위에만 머물러야 하는가? 온갖 IT 기기가 일상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인문학은 과연 고사와 변질만을 앞두고 있는 운명인가? 이와 같은 보다 심화된 논의를 위해 대학주보는 다음주에도 전자책 관련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더불어 설문조사를 통해 학내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전자책 이슈의 현황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2013.03.25 서범석, 이정우 klose@khu.ac.kr, cyanizm@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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