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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마니타스칼리지 - 대학주보 공동기획, 고전의 사계

바가바드 기따(이하 기따)는 끄리슈나 신의 가르침을 시가(詩歌)의 형식으로 담고 있는 인도의 고전이다. 기원 전 23세기에 지은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연대와 저자는 알 수 없지만, 기따를 영원의 지혜로 보는 힌두교도에게 그건 문제가 아니다.

나는 누구일까?”, “우리는 어떻게 무지와 욕망 그리고 고통으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은 인도 현자들에게 영원한 화두였다. 기따보다 먼저 나온 베다는 도덕적 행위의 길을, 우빠니샤드는 지식의 길을 갔으며, 요가행자들은 명상과 고행을 실천했고, 종교적 심성을 가진 이들은 신을 열심히 믿었다. 기따는 행위, 지식, 명상, 고행, 믿음, 제사, 보시 등의 길을 종합하려고 애썼다.

기따의 주인공 아르주나는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전사(戰士)이다. 그는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는 의무의 수행이 필수적이고, 이번 전쟁이 정의로운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전사로서의 의무와 불살생(아힘사) 사이에서 주저한다. 그는 의무 간의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서 전차 운전병, 곧 자신의 구루 끄리슈나 신에게로 나아간다. 끄리슈나는 선한 자를 보호하고 악한 자를 멸하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인간의 몸을 빌려 세상에 나타난 아바따이다. 끄리슈나가 아르주나에게 베푼 가르침은 다음과 같다. ‘몸을 가진 우리는 다르마(의무)가 요청하는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속박은 행위의 결과에 대한 욕망과 집착에서 온다. 그리고 끄리슈나 주님에게 바치는 태도로 행위를 하면 그 결과에 붙들리지 않고 해탈에 이른다고 가르쳤다.

7면으로 이어짐

기따는 간디를 비롯해 근대 인도의 수많은 정치인들과 지성인들에게 영감과 실천의 원천이었고,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이제 세계의 고전이 됐다. 한국의 함석헌은 1970년대 청년들과 기따를 읽고 난 후에 역주를 달아서 한글 번역을 내놓았다.

무욕의 행위에 대해 기따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모든 욕망을 던져버리고/ 아무런 갈망 없이 행하는 사람//

내 것과 라는 생각이 없는 자는/ 평화(샨티)에 이르나니. (2: 71)

나에게 모든 행위를 맡기고서/최고의 자아를 생각하면서//

바램도 없고 내 것이라는 생각도 없이/ 열정을 버리고 싸워라. (3: 30)

무욕과 평화의 정신으로 싸워라! 바로 이것이 기따의 핵심인데 불교와도 잘 통한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는 대략 기원 전 800년에서 기원 전 200년 사이의 수 백 년을 세계 역사에서 기축(基軸)의 시기라고 불렀다. 그는 중국의 사상가들, 인도의 고행자들, 희랍의 철학자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 이렇게 네 그룹을 언급하며, 이들은 각각 위대한 세계 문명과 인류 사상의 기원이 됐다고 말한다. 야스퍼스는 이들 기축기의 인물에게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자신들이 속해 있던 사회를 넘어서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시원적 원천을 찾고 그것으로써 세계와 대결하면서, 자신과 세계를 초월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인도의 현자를 고행자로 부른 것은 아주 적절해 보인다.

내 것을 버린 다음에라야 온다는 평화에 대한 가르침은 기따를 비롯한 인도 고전이 인류에게 건네주는, 최고의 하지만 분에 넘치는 선물이다. 그리고 기따는 우리더러 그런 선물을 가슴에 품고 싸우라고 명한다. 의무보다는 실리 위주의 세상에 대해, 그리고 방종에 가까운 개인의 자유에 대해 싸우라고 한다. 학문과 평화, 새로운 문명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순위 경쟁에 매달리는 대학의 모순된 현실도 아픈 성찰의 대상이다. 최후의 대적은 내 것을 추구하는 욕망과 좌절에서 오는 폭력이다. 기따가 주는 선물을 음미하고 세상의 부정의(adharma)와 싸우고, 침팬지와는 다른 인간 고유의 특성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기따.

2013.03.25 허우성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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