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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문은 지난 호에서 한국어 능력의 부족으로 유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어 능력의 부족과 더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실기 능력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학과임에도 입학 가능한 실기 능력 기준이 현저히 낮은 까닭에, 입학을 하고도 언어와 실기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예술디자인대학은 한국어 능력 관련서류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유학생의 실기 관련 서류를 받고 있지 않아 유학생들이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학교에서 실기능력을 필요로 하는 단과대학(단대)은 서울캠퍼스(서울캠)의 미술대학과 음악대학, 예술·디자인 대학 무용학부, 그리고 국제캠퍼스(국제캠)의 체육대학과 예술·디자인 대학 등이 있다. 이중 서울캠의 단대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있다. 국제캠의 예술·디자인대학은 한국어 능력 관련서류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유학생의 실기 능력을 가늠하는 어떤 서류도 받고 있지 않다.

체육대학의 태권도학과만 ‘2단 이상의 단증 보유를 요구하고 있는 정도다. 별도의 실기능력을 검증하고 있지 않은 골프산업학과의 경우는 대체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애초에 비실기 전형으로 입학하는 한국 학생들과 함께 학기 초부터 골프를 새로 배워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들이라고 해서 큰 어려움은 없는 것이다. 실제로 골프경영학과의 중국 출신 유학생 가사룡(Jia Shil

ong, 골프경영학 2010) 군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이론 수업을 듣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실기에는 어려움이 없다5회 실기수업을 들을 수 있고, 한국 학생들 중에도 골프를 처음 배우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같이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국제캠 국제교류처 민경업 직원도 골프산업학과나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실기능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 찾아오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국제캠의 예술·디자인 대학이다. 현재 예술·디자인 대학에 입학하는 한국학생들의 경우도 골프산업학과처럼 비실기 전형으로 입학을 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특성상 모든 한국학생들이 소위 입시미술을 치열하게 경험하고 입학을 하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의 실기능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기 능력을 검증받지 않고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입시미술로 다져진 한국학생들의 실기능력을 따라잡기에 많은 어려움을 보인다. 중국 출신의 조위(Cao Wei, 시각정보디자인학 2010) 군은 디자인 공부에 흥미가 있어 입학했지만, 확실히 한국 학생들과 실기능력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유학생을 싫어하는 교수들도 많기 때문에, 학점 관리에 있어서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예술·디자인대학의 A 교수도 유학생 중에 잘 따라오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더 많다포트폴리오 같이 유학생의 실기 능력을 참고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한다.

역시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하고 있는 고려대학교의 경우, 디자인 조형학부에서는 별도로 실기시험을 보지 않는 대신 포트폴리오 제출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는 교육과정상 실기능력이 요구되는 학부에서 사전에 포트폴리오, 또는 체육 활동 영상이 담긴 CD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한양대 국제협력팀 유혜민 직원은 외국에 거주하던 학생들이지만 그들이 어느 정도 실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입학하기 때문에, 본인이 노력하는 만큼 학점은 잘 받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학교는 지난달 27일 열린 ‘2013학년도 2학기 순수외국인 입학전형 및 장학관리 위원회에 양 캠퍼스 국제교류처장을 비롯 계열별 단과대학장이 참석해 오는 2학기 유학생 입학전형에 대한 회의를 가졌다. 특히 이번 위원회에서는 실기 능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생기는 것을 막고자 예술·디자인대학과 체육대학의 입학 모집 요강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다. 기존 직업학교, 중등전문학교를 졸업한 자 또는 졸업 예정인 자는 우리학교에 지원할 수 없었지만, 이 학교 출신 외국인 유학생들도 받아들여 실기 능력에 지장이 없도록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학기 순수 외국인 전형으로 국제캠에 입학한 학생은 총 52, 그 중 38명은 예술·디자인대학에 입학했다. 민경업 직원은 최근 1~2년간 기존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에 입학했던 추세에서 예술·디자인대학에 입학하거나 전과를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유학생이 본인의 실기 능력이 부족함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으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나라에서 유학을 하기 위해선 언어 능력이 필수지만, 실기 능력이 필요한 전공의 경우 본인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학업에 어려움을 겪기 십상이다. 그리고 이 능력이라는 부분은 학생에게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되는 요소다. 대학에서의 기초적인 수학능력을 제시하는 것은 지원자에 대해 학교가 최소한으로 제시해야 하는 학교 시스템적인 문제인 것이다. 많은 유학생 수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력을 갖춘 유학생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제도적 개선을 통해 중도 탈락하는 유학생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입학정책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다.

2013.04.01 서범석 klose@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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