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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취재: 일본 대학의 유학생 관리 정책을 배우다

<연재순서>

유학생 입학 정책

자국어 교육

유학생 생활, 학사 지원

#.지난해 우리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에서 정식 인증을 받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첫 시행된 인증제에서 우리학교는 우수 대학으로 선정돼 시범 인증을 받았으나, 올해 정식 인증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대학주보는 아시아 정상급의 대학이자 유학생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진 일본 동경대학교를 방문해 유학생 생활관리, 학사관리, 기숙사 등 전반적인 부분을 알아봤다.

▲주거 문제뿐만 아니라, 유학 중 발생하는 여러 어려움을 돕기 위해 동경대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상담 부서인 국제센터 상담실을 운영 중이다

유학생들에게 있어 언어도, 문화도 다른 나라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현지 언어로 진행되는 전공, 교양 강의도 어렵지만, 낯선 나라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것 전부가 그들에게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만큼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학교 차원에서의 학사, 생활 관련 지원은 필수적인 일이다. 또한 현지 학생과 교류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자국 학생끼리만 어울리기도 한다. 이런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역시 유학생 지원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해외취재 기획 마지막 순서로 동경대와 우리학교는 이러한 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봤다.

동경대에 외국인 전용 기숙사는 없다. 하지만 일반 기숙사에 유학생 정원이 일부 할당돼 있다. 기혼자나 가족이 있는 경우 이들을 위한 별도의 방도 제공한다. 이들 기숙사의 유학생 정원은 총 399명으로, 기본적으로 11실이다. 기숙사비는 한 달에 4700엔에서 5900엔 수준으로, 한화 약 5~7만 원 내외다. 주거 비용이 높은 일본에서 이는 상당히 저렴한 금액이다. 하지만 동경대의 유학생 수가 3,000여 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기숙사 수용률이 높진 않아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취를 선택하게 된다. 이들을 위해 동경대에서는 학교 홈페이지와 캠퍼스 내 외국인 지원센터를 통해 학생들이 자취방을 찾고, 집 주인과 계약하는 과정을 돕고 있다. 동경대 유학생지원팀 타카노 미노루(高野稔) 직원은 일본은 주거 비용이 비싼데다 보증인을 세워야 하는 등 제도가 복잡해서 유학생이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 문제뿐만 아니라, 유학 중 발생하는 여러 어려움을 돕기 위해 동경대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상담 부서인 국제센터 상담실을 운영 중이다. 상담실은 학사나 취업 등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포함해 생활 전반의 문제까지 담당하고 있다. 상담실은 실장과 직원 두 명, 상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상담실 마츠이 시라 직원은 학생들이 주로 찾아오는 이유는 아르바이트나 취업 관련 문제다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의 경우 학교로 찾아오는 구인 정보나 학내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고 있으며, 관련 자료를 국제센터 곳곳에 비치하고 있었다. 유학생들의 취업 문제에 있어서도 적극적이다. 다양한 취업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고, 기업 인사 담당자를 초청하기도 한다. 마츠이 직원은 일본 기업은 유학생을 많이 받는 편이라며 오랫동안 취업 지원을 하다 보니 신뢰가 쌓여 이제는 기업에서도 요청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한편, 동경대는 단과대학과 대학원 별로 현지 학생과 유학생이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문화를 알리고, 자국 학생들끼리만 어울리기 쉬운 유학생들이 일본인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학교의 외국인 지원 정책도 큰 틀에서 본다면 동경대와 비슷하다. 서울캠퍼스(서울캠)의 경우 세화원과 외국인 전용 기숙사 I-house의 수용 인원을 합쳐 총 255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유학생 수용률은 낮다. 외국인지원센터 이진섭 계장은 매년 100여 명의 교환 학생과 30여 명의 정부장학생에게 의무적으로 기숙사를 배정해야하기 때문에,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학생에게 제공되는 기숙사 정원은 100명 내외다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학교에 입학하는 전체 유학생의 6% 정도다. 낮은 기숙사 수용률은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인증제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우리학교만의 특색도 한몫 했다. 이 계장은 기숙사 정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아무래도 기숙사는 생활에 제약이 많다 보니 차라리 두 명이 돈을 모아 원룸에 사는 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외국인지원센터에서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주거 관련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국제캠퍼스(국제캠) 역시 유학생의 기숙사 선호도는 낮다. 글로벌 평생교육원을 통해 입학하는 유학생들은 교육원 수강 기간 동안 우정원 기숙사에 의무적으로 입사해야 하지만, 입학 이후에는 자취를 선호한다. 르완다 출신의 잭 은가람베(Jack Ngarambe, 기계공학 2009) 군은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집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다하지만 불편한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 보다는 그 어려움을 무릅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유학생을 위한 상담 제도에도 차이가 있다. 국제센터 상담실과 각 단과대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동경대와 달리 우리학교는 크게 생활측면을 외국인지원센터가, ‘학사측면을 유학생교육지원팀이 담당한다. 서울캠의 경우 외국인지원센터에서 입학 첫 학기에 외국인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 과정에서 학생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지원이 있으면 이를 제공하고, 개별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 학생생활연구소로 넘긴다.

유학생교육지원팀은 학사경고 등의 이유로 중도탈락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위해 교육전략상담을 실시한다. 학습관련 문제에서 정서적 문제까지 폭넓은 상담을 하고 있지만 상담 인력은 담당 교수 2명이 전부다. 유학생교육지원팀 박정원 팀장은 독립된 상담실이 없어 학생 상담이 어렵다라며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유학생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수강신청과 같은 학사제도 자체도 유학생에게는 문제다. 학사 공지나 종합시간표 등이 한국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제캠 외국인지원센터 민경업 직원은 유학생이 교직 과정이나 군사학을 수강하거나 학점포기 기간을 놓쳐 학사경고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문화 교류 프로그램은 양 캠퍼스 모두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서울캠은 한국 문화 답사, 래프팅 체험, 한국 학생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캠도 한국 문화나 역사 관련 유적지 방문이나 체험 활동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동경대와 우리학교를 비교했을 때, 외국인 학생을 위한 학사나 생활 지원 정책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 모두 기숙사에 일정한 유학생 정원을 할당하고, 상담실을 운영하며,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핵심은 체계적인 지원과 관련 인프라의 구축이 제대로 됐는가 였다. 우리학교는 유학생 규모에 비해 관련 부서의 예산이나 인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서울캠 유학생교육지원팀은 보고서 작성, 글쓰기, 워드프로세서 사용법 등을 가르치는 학습소그룹을 운영하지만 예산이 삭감되는 바람에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상담실 인력도 부족하고 외국인지원센터는 소수의 직원이 행정 업무부터 개별 외국인 학생의 문제까지 전부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유학생교육지원팀 박정원 팀장은 현재 우리학교의 국제화 지표는 정상급이다라며 이제는 양적인 평가지표뿐만이 아니라 질적인 수준을 향상시킬 방법을 모색할 때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훌륭한 조직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도 재정적, 인적 자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물론 국립대인 동경대와 우리학교의 사정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보다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보여주기 위한 국제화가 아니라 구성원을 위한 내실 있는 국제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2013.03.18 서범석 김주환 klose@khu.ac.kr kjh93@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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